보리밭의 바람

달려온 긴 시간들
목이 마르다
흐르는 물을 보리밭에서
마음껏 마신다
촉촉히 젖는 목젖
푸르름에 취하고
몸이 가벼워진다
춤을 춘다
보리밭도 따라서 몸을 흔든다
흔들리면서도 익어갔던
순간 순간들
더 큰 나와 너의 만남
속살은 단단히 여물고
스스로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도 않는
양식을 얻는다

친구의 빈 물병이 보인다

2005.5.3..서금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