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일까요?
아니면 살기가 어려워만 지는 세월 탓일까요?

어제 성탄절 이브는
누구와도 연락없이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2000년전의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묵상하자는
거룩한 의도가 아니라
나라 경제가 어려운탓인지
점점 퇴색해가는 축제에  덩그마니 남아있는 듯한 기분에
초라해진 내가 더 더욱 쓸쓸해지고 싶은
야릇한 마음이 발동해서 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조용히 성탄 전야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먼발치에서 아는 지인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일찌감치 앞좌석에 앉아 남의눈을 피했습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성당을 빠져나왔습니다.

집에 오는길 간간히 들리는 교회성가대의 찬양이
그나마 성탄절의 구색을 갖춰지는듯
그 어느때 보다 흥분됨과 흥청거림없는
꽤나 쓸쓸한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아스라히 추억의 강을 건너가보았습니다.
아직도 산타할아버지가 착한아이에게 선물을 준다고 굳게 믿던
둘째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일때
친구에게 우기다 왕따 당하게된 순진무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깊이 잠들었을 새벽 3시에 침대머리맡에 선물꾸러미를 놓고나오는 순간
벌떡 일어나 산타의 존재를 확인하고
웃음짓던 나의 아들이
긴긴시간 잠든채 보이려고 얼마나 애썼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보듬어 앉아주었던
지난날이 얼마나 따뜻한 정서가 흘렀던
아름다운 날이였던가하고
잠시 그 시절을 그리워 해 보았습니다.

흥청거려야할 상가들이
임대 표시만이 뎅그러니 붙여있는
썰렁한 신포동 밀집 상가를 보면서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올 크리스마스는 웃는사람이 많길 바랬는데
썰렁하고  황량한  찬 바람으로 얼어붙은
마음으로 쓸쓸할 이웃들이 많음에
내마음도 우울해졌습니다.

그래서
홀로이 쓸쓸히 맞이해본 성탄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