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념회를 마치고

8월 17일 서울 마포에서
초등학교 동기들과 출판 기념회에 대한 임시 회의를 가졌다.
그 이후 동기들의 발 빠른 움직임의 결실로
9월 2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출판 기념회가 열리게 되었다.
기념회가 열리는 전날 밤에 나는 한숨도 잠을 잘 수 가 없었다.
이 날이 있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과
그 굽이마다 어우러진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었다.

내가 인일 홈페이지를 처음 만난 것은 1월 10일 이었다.
그 날 인일이라는 글자는
30년 전의 아련한 추억과 인일에 대한 향수가
밀물처럼 밀려오게 했다.
마치 여고 때 교복을 입고 장미꽃 사이로 등교하는 듯하였다.
그 날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나는 나처럼 이름 없는 보통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아이들과 남편, 시집살이에 부대끼며
곱던 얼굴에 어느덧 주름이 생기는 것도 모르고
오랜 세월 시름없이 살아오다보니
이젠 자기 이름도 없어지고
자기 역할도 없어져서
어디에 살고 있는지 조차 찾을 수 없는
보고픈 나의 친구들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더듬더듬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 한 편을 써 올리는 시간이 4시간이상이 걸렸다.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내가 자판을 익숙히 치는 줄 알고 있지만
글 한편을 올리고 수정을 수 없이 해야 겨우 완성시킬 수 있었다.
서재에서 4시간을 앉아 있다가
바로 새벽예배를 나갔는데 항상 배에 무언가 뭉쳐있는 아픔이 있었다.

낮에 교회 일을 하고 밤마다 글을 썼는데
그것은 전날 써 놓은 내 글에 색색이 리본처럼 달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의 댓글 때문이었다.
그 격려에 힘입어 힘든 줄도 몰랐다.
어린아이에게 잘 한다 칭찬해주면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신나서 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한달이 가고
두 달이 가기 전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고 아끼고 사랑하게 된 동문들이
드디어 만남을 가졌다.
만남을 갖고 보니 우리가 그동안 대화했던 곳이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한 하늘아래 살고 있는 이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름들을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그 이름들을 부르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어 주는 독자가 생기고
나는 그들이 내 글을 찾다가 서운할까봐
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이러는 중에 내 글을 책으로 발간하자는 제의를
혼쾌히 받아 들인 조선호 선배님이 이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미국, 일본을 비롯해서 곳곳에서 모아진
책 발간 후원금으로 1차 3000부를 발간하게 되었다.
책 후원금으로는 조금 부족하였으나
부족한 금액을 출판사에서 헌신하겠다며 임만호 대표님이 출판을 허락하셨다.
그 이후 미국에 간 내 친구가
총신대학 신학대학원생 2,300명에게 이 책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6000부가 출판하게 되었다.

그려 놓은 처녀작을 서슴없이 삽화로 내어 주신
전원길 화백님, 최예문 선배님.

크리스챤 서적은
무더위로 전국이 몸살을 하던 7월 8월을
덥고 힘들다고 마다 하지 않고 오직 기쁨과 정성으로 이 책을 만들어 주었다.

8월 24일!
바로 내 생일날에 나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첫 아기를 낳은 엄마와 같은 감격이 있고
첫 아기를 낳은 엄마와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아기를 낳은 엄마가
아이의 모습을 처음으로 이웃에게 보여주는 심정으로
출판 기념회는 시작되었다.

나는 출판 기념회에 오시는 분들에게 줄
200부의 책에 싸인을 했다.
100명을 예약했지만 50명도 안 올 것 같았다.
출판 기념회를 알리는 초청장에 댓글을 보니
못 온다는 댓글이 훨씬 많았다.

나는 6시 전에 도착하였다.
출판 기념회장 양쪽에 펼쳐진 바다의 풍경을 보며
마음의 깊은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
2회 조영선 선배님을 비롯하여
3회 박성애 선배님 , 김영분 선배님, 윤혜경 선배님...
6회 정외숙 총동창회장님.....
인일 동문들이 계속 밝게 웃으며 식장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고 동문들도 부부가 동반하여 같이 오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다.
이렇게 오신 분이 더도 덜도 아닌 100명이었다.

나는 그 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칭찬에 송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칭찬 받을 만한 아무 일도 한 일이 없는데
이 땅에서 이렇게 다 받으면 어쩌나 하여
오히려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이 책은 나 혼자 만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 어떤 부분이든지
수고하고 애쓴 우리 모두의 결실이기에
축하는 서로 서로에게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글을 계속 쓰기를 원한다.
그 글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나누어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글보다 더 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
어렵고 바쁜 중에 그 곳까지 찾아와 축하해 준
많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답하겠노라고 마음으로 굳게 굳게 다짐하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책이 되기를 건절히 바란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이 넘치는 기쁨과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