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리는 빗속에서 . . ."



          쪽빛 날개 달았던 하늘이
          언제부터인지
          잿빛 도포자락에 잠기더니  


          여몄던 댓님 풀어 헤치며
          바지가랭이 흥건히 젖도록
          비를 뿌리고 있다


          바람에 휘청이는 우산이
          갸우뚱하는 사이
          더위로 얇아진 웃저고리는
          빗줄기에 풍덩 빠져버리고


          기운 우산 한쪽으로
          설움처럼
          빗방울이 요동을 하며 몰려든다


          내리는 빗속에서
          오늘은
          지우려 애쓰다 가슴한켠에 미루어 놓았던
          그리움의 몸부림이 어리고


          이제껏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만 꼭꼭 눌러왔던
          가슴 저린 기억의 춤사위가 외줄타기를 한다


          비가 내리면
          풀내음 가득한 바람의 몸짓에
          가슴이 환하게 열리고


          내리는 빗속에선
          응어리졌던 님의 향내가
          아지랑이처럼 되살아 난다



                         글 : 한 효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