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년 8월에 끄적 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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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체중계가 부엌 한 귀퉁이에서 우리집 가족들의 건강을 체크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많이 하루 중에도 여러차례 올라가는데 요즈음은 그 횟수가 더욱 늘었다.

      체중계가 비정상인지 내 몸이 비정상인지
      아침에 올라갈 때 몸무게와 저녁에 올라갈때의 몸무게가 다르고
      낮잠 자고 난 후의 몸무게가 또 다르다.

      체중계가 나의 비위를 맞추어 주느라 오른쪽 한 발을 먼저 얹어 놓고
      왼쪽을 살며시 체중계 가장자리에 놓으면 1킬로그램을 삭감해준다.
      그냥 팍 ~ 올라가면 1킬로를 보태주고.

      그 재미에 하루에 여러차례 오른발 왼발의 오르락 내리기를 하며 1킬로그램의 희비를 맞보고 있다.
      삭감된 1킬로그램으로 인해 나의 남은 삶은 무지개빛을 발하기도 하고
      불어난 1킬로그램으로 인하여 50 년 삶의 고뇌가 어깨를 짖누르기도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땀을 많이 흘렸으니 오늘은 혹시 2킬로그램?

      체중계의 가장자리 중에 더 많은 기쁨을 나에게 주는 위치를 찾기 위해
      오른발을 사알짝 걸치는 순간 체중계는 오른쪽으로 뒤집어 지고
      나는 몸의 중심을 잃고 부엌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쓰러지는 순간에도 1킬로그램 탓이라생각하니
      영롱한 무지개는 온대간데 없이 사라지고
      내 눈 앞에는 부엌바닥의 오래되어 낡은 모노륨만 보였다.
      발목에 느껴지는 통증이 참 오랜시간 나를 휘감고 있어 그냥 모노륨만 쳐다보며 엎드려 있었다.

      실같이 가느다란 한가닥 밤 바람이 부엌 뒷문으로 들어와
      엎드려 있는 나의 헝클어진머리 사이로 스물대며 스을쩍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