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 할까요 ?
오팔과 제인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 가를요.

만나서 인사를 건네는 순간 , 이미 40 여년을 훌쩍 뛰어 넘어 빛 바랜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느낌을 받았습니다.  흰 줄 모자가 아주 멋있었던 인중 제고 학생들. 그 때는 까마득한 선 후배가 지금 같이 늙어서 만난 것입니다. 몇 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고라는 울타리에 산악회라는 모임은 , 어색함도 잠깐 ,금새 화기애애해지고 말았습니다.                   오팔 회원들은 평소보다 의젓하고 점잖아 졌고 제인 회원들은 약간의 어리광에 장난기가 심한,
중학교 3 학년 학생 그대로 였습니다

정명호 회장과 손효종 후배님 과는 의사와 환자로 만났고, 김찬식 회원은 고 3 때 하숙을 함께 했던 장내식 후배님을 40 여년 만에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산행내내 웃음꽃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금주산 !
경기도 포천에 있는 이 산은 우리 오팔에서는 3 번째 산행입니다.
특히 두번째는 故 조태영 동문의 추모제를 올린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금주산 !
이름처럼 아름다운 산 입니다. 겯들어 갖출 것을 다 갖춘 山. 바위에 줄 타고 올라가기, 계곡 물에 , 하산 길에 너덜지대 등 ,전날 내린 비로 하늘과 나무들은 더 말끔하고 꽃 단장을 끝낸 여인처럼 화사 했습니다.

계절의 여왕 5 월 그리고 금주산 !       우리들 56 명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꼭 짜고 인원을 맞춘 듯이 오팔도 제인도 28 명씩 56 명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늘에 감사하며 , 서로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꾀도 부리지
않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또한 우연히 대마도 시라타케 산을 우리 보다 하루 앞서 등산 했던
한종준동문을 만났을 때 정말 반가웠습니다.    똑 같은 일정으로 배를 같이 타고 오갔지만 그 때는 전혀 몰랐던 분을 만나니 그냥 대마도 산행을 함께 한 것 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제고라는 울타리는 희한한 매력을 발휘합니다.
누가 애주가가 아니랄까 봐 준비해온 양주를 계곡물에 담가 놓고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울 한 잔 술에 흘려 버리는 멋스러움.  저 만치 꽃들도 새들도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읍니다.

그러나 거의 다 내려와 드디어 내가 사고 를 쳤읍니다. 이끼가 낀 너덜지대를 한 시간이나 내려 올 때도 무사 했는데 , 갑자기 어지럼증이 몰려 오고 식은 땀이 얼굴에 송글 송글 맺혀 그만 주저 앉고 말았읍니다.

옆에서 힘들어서 그렇다고 커피를 주고 초코렛을 주고 누군가가 홍삼을 건네 주었읍니다.그러나 점점 더 어지러워지고 , 결국은 갖고 다니던 볼펜 침으로 열 손가락을 땄읍니다. 우리 남편은 피를 무서워 해 절대로 침을 놓지 못해 어지러움 중에도 내가 딴 것 입니다 . 그러니까 금방 하늘이 파랗고 높게 환히 보이기 시작했읍니다.


남들은 내가 급체한 것이라 했지만 나는 그 때 그렇게 보지 않았읍니다.
평소에 내가 한번 쯤 쓰러져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살았읍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 잘도 쓰러져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한다는 데 ,나는 절대로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체했다고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그렇게 까지 되다니 ㅉㅉㅉ.

나는 故 조태영 동문을 생각했읍니다. 영혼이 있다면 우리가 금주산에 온 것을 얼마나 반가워하고 좋아했을까요. "가시 손"이라고 하지요.  죽은 이는 반가워서 만졌는데 산 사람은 그것이 아파서 눕는 다고요.

나는 속으로 이제는 속세에 있던 걱정 다 잊으시고 편히 지내시라고 기도 하고, 나 때문에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지않을까 걱정 하면서 하산하였읍니다.


더 더구나 온천수로 목욕한 후의 뒷 풀이는 아쉬움으로 시간이 가도 일어설 줄을 몰랐읍니다. 그러나 자의 반 , 타의 반으로 남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나는 8회 후배님과의 사진 촬영에 또 출발시간이 늦어졌고 정말은 5 회 버스에서쫓겨 날 뻔 했읍니다. 아예 8 회로 가라구요.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받아 보니 8회 이정구 후배님이 자기의 실력을 좀 선 보이려고 그렇게 열심히 찍었던 것 입니다. 대단한 디카의 실력자, 우리 집 아이들도 보고 놀랐읍니다. 이 아저씨는 우리 보다 실력이 한 수 위라고요. 여하튼 이정구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모든 이에게 추억을 안겨 주어서요


이런 합동 산행 가끔 하는 것이 좋겠지요. 활력소도 되고 자칫 침체될 수 있는 분위기도 확 바꾸어 주니까요.아침에 아프다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 가는 부인을 데리고 나와 갈 때는 웃음 보따리를 들고 가는 태종민회원 내외 등등 . 부부애도 멋장이 이신 우리 오팔 회원들 , 그리고 건강하고 매력적인 제인 회원님들 내내 건강하시고 ! 다음을 꼭 기약 하겠읍니다.


그 때는 더 즐거운 산행이 되겠지요.


2004년 5 월 16 일
금주산 산행을 마치고
도산학이 쓰다



금주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금룡사 전경
       

산행모습


합동 산행한 제고 5회, 8회 산악회원과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