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아침에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전날 우리가 자정이 다되어
집에 돌아 왔다고 어머님이 단단히 화가 나신 것이었다.
부엌에서 그릇만지는 소리가 웽그렁 땡그렁 요란했다.

이를 어쩐담!
이런 장애가 있으면 남편은
오늘 부터 그 교회에 안가겠다고 할텐데...
조바심이 났다.

"여보! 그럼 나혼자 그 교회에 갈께
당신은 집에 일찍 들어와!."

이게 또 웬일인가?
주님이 이렇게나 많이 작업을 해놓으셨다니!

어차피 죽기 아니면 살기다.
말이라도 해봐야지.
"여보! 당신도 내가 갔던 기도원엘 가는 것이 어떨까요?
사업 때문에 머리도 아플텐데 며칠 산에 가서 푹 쉬고
사업 구상도 하고 용기 충전도 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럴까?
그래 내가 가서 정말 하나님이 있나 없나 불러 볼거야.
내가 살던 시골에서 보면 귀신 혼을 부르면 나타나거든.
하나님도 정말 신이면 나타날 게 아냐?
내가 가서 하나님이 정말 살아 있으면
내 목숨 다 받쳐서 믿고
그 대신 죽은 신이여서 안나타나면
당신이나 순이도 절대 교회에 못다니게 하고
하나님에 대해서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할거야!
내가 요즘 얼마나 그 하나님인지 뭔지 때문에
뒤숭숭한지 알아?
이것을 떨쳐내든지 목숨걸고 믿든지 두 가지 중에 하나 해야지
나 미칠 것 같애."

남편은 내가 자세히 그려준 약도를 가지고
기도원으로 떠났다.

차라리 어제 갔던 그 교회부흥회에 참석하라고 할 것을 그랬나
기도원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저 사람 혼자 갔으니
그 곳에서 서로 자리 싸움 하는 걸 보면 어쩌나
목사님이 말씀을 고상하게 조심하며 해야 할텐데
나는 먹은 것이 급체할 정도로 극한 긴장 속에 있었다.

나는 사업장에 앉아서
쉬지 않고 기도했다.
"주님 그거 그거 아시지요.
저에게 주셨던 그거 그거 아시지요."

이 세상 어떤 것도 남편이 구원 받는 일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수없이...
정말 수만번 되뇌인 것이다.

그 날밤으로 당장 돌아 올지도 모르니
문을 열어 놓고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흘렀다.

남편이 떠난지 사흘째 되던 저녁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나 청량리 역에 도착했는데
나 그 곳에 갈 차비도 없으니
이리로 데리러 오고  저녁좀 사줘."

남편의 불같던 목소리가 너무도 온유하게  변해 있었다.
그렇지만 습관처럼 내 머리 속에는
빠른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내가 넉넉히 준 돈은 다 어디에 쓰고
차비도 없고, 저녁을 사달래나?

내 생각을 빤히 본 것처럼
"여보! 나 당신이 준 돈은
기도원에 가는 날로 다 헌금내고 사흘동안 금식 했어."

주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내 남편이 헌금은 뭐고 금식은 또 뭡니까?
이 사람에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요!

나는 청량리로 가기 위해서 전철을 타러 달려 갔다.
뛰어가는 나의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마치 땅에서 공중으로 들려 올려져서  훨훨 나르는 것 이었다.
전철에 타니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본다.
얼굴은 활짝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이상한 현상이니까 말이다.

청량리역 저 편에서
내가 오는 것을 발견한 남편이 나를 향해 달려왔고
나는 남편을 향해 달려 갔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여보! 살아 계시더라고!
당신이 믿는 당신의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더라고!
내가 바로 그 하나님을 만났어!
당신은 나의 생명의 은인이야!."

남편의 기쁨에 찬 함성은 청량리 역사 안에
찌렁 찌렁 울려나갔다.
표효하는 호랑이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