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입에 안맞는 음식 때문이었다.

원래 중국음식이라는 것이  느끼하다는건
다 아는 사실인데
중국 남쪽 지방 음식은 한술 더떠
그놈의 향이라는걸 지독히 많이써서
우리 입맛에 영 맞을 수가 없는것이었다.

전날 상해에서 사고친 이후
제대루 잠 못이루고
여독이 남는채
호텔 부페음식이 거의 중국식이라
깔갈한 입맛에 맞을리가 없었다.

겨우 죽 몇술 떠먹고
삶은 달걀 한개 고작이
아침식사 전부였다.

행장 차리고
장가계 관광 시작은
이른 아침부터 였다.

웅장한 산세가
상상을 초월 압도되 오는데
시장기고 뭐고 다 잊고
감탄의 감탄으로
산행을 하였다.

어제 꾸질꾸질 내렸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듯
화창한 봄날씨가
한술 보태 우리의 관광을 축복 해주는양
모두들 신바람이 났었다.

가이드 왈
장가계날씨는 거의 비오는 날로 일색인데
이렇게 화창한 날은 일년에 50일도 안됀다나...
옆에서 듣고있던 나 뻔뻔하게도
어제의 액땜덕이라고 낄낄거리며
자연에 취해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오전 관광을 마치고
점심식사 시간이되어
장가계산 입구 무릉원 옆
진달래 식당으로 안내되어
한국음식을 먹게되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무슨음식이던지 다먹을수있을것만 같았다.
나물 몇종류에 제육 볶음등 여러가지 육류요리와 된장국이 나왔는데
내 입맛에 맞는건 상추쌈과 날오이뿐이었다.
그중 나를 죽이는게 있었으니 다름아닌 쌈장!
내 일생 일대 고렇게 맛있는 쌈장 먹어본건 처음인것 같았다.

그날 관광은 무사히 마치고
다음날 아침도 마찬가지 호텔에서의 아침식사 땡치고
집어온 달걀2개로 요기하고

보봉호 유람에 중국 최대동굴인 황룡동굴을 관광했는데
그야말로 요지경인
자연에 넋이 나가
모두들 감탄의경지를 넘어 감격하는듯했다.

다시 점식식사하러간
진달래 식당에서
맛있게 쌈싸먹고 식사끝난후
모두들 커피마시고 있을때

이때가 찬스
(거의 자유시간이없이 빽빽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나의 행동개시가 시작되었다.
꽤 많은 종업원중 조금 높은 위치에 있을만한 사람을 찾으니 눈에 안 띄는지라
카운터에 가서
쌈장 맛있는걸 한참 추켜세우고
쌈장을 사고싶다고 운을 떼보니
얄궂다는 표정엔 팔겠다는 상술도 엿보이는데
이때다 싶어 바짝 달겨들어 쌈장은 이것저것 섞어만들면 되는지라 쌈장 마다하고
된장을 드디어 사게되었다.

집에가서 맛있게 보글 보글 끓여 먹을 생각에 군침부터 도는데(우리집 된장은 맛이없는관계로)

아뿔사 가격 흥정은 하지도 못하고.....
비닐 봉지에 퍼온 된장 2만원 달라는것 아닌가
중국 물가로 후하게쳐서 한5천원이면 딱 맞을성싶은데
체면에 안살수도 없고 깍아달라고 애원해 보는데
싫으면 그만두라며 한국 된장값이 키로에 얼만데하며 배짱 튀기는 폼이
영 맥혀들어가질 않아서
한푼도 못깍고 그냥 살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중국은 휴지와 비닐을 어찌나 아끼는지....
얇은 비닐봉지에 엉성히 싸준 포장이 아무래도 걸렸다.
같이간 일행에게 냄새 풍기면 또 민폐가 될것같고
동창들에겐 살림못하는 표내기도 싫고
분명히 한마디씩 할건데 듣기도 싫고
이리저리 얻은 비닐로 또 싸고 또싸고 단단히 챙겼는데
짐보따리느는게 버거워서
집에서 해간 저린고추 묻친 밑반찬 을 식당에 몰래 버려버렸다.

장가계역에서 기차를 타고 12시간 걸려 계림을 가는데
장가계역에서 기차탈때 4층으로 올라가서 다시 아랫층으로 내려와 타는고로
짐꾼에게 부탁하는하라는 가이드의 말.
모두들 세련되게 바퀴달린 트렁크라 짐하나로 해결되 천원 한장으로 해결되는데
산행이라며 잘난채하며 배낭 지고온
나는 어떻게된 심판이 짐이 4개로 늘어나 4천원 달라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똥장군 처럼 긴막대를 어깨에 얹고나르는 폼이
오픈된 쇼핑빽이 쏟아지거나 찢어지면
나의된장으로 또 한번 문제를 일으키게되는지라
주위의권유에 아랑곳 안하고 혼자만 들고가는 나에게 도움을 줄수없는 동창들
내속도 모르고 투덜 투덜
팔자에없이 돈 아까워 못쓰는 째째팔이가 되었다.

기차여행은 나름대루 즐거웠다.
듣던것보다 깨끗한 4인용 침대칸
이칸 저칸 다니며 웃음꽃피웠던 수다들
그리고 김밥과 따끈한 컵라면과 김치.......

12시간후 도착한곳은 유주라는도시로
차로 3시간만 남쪽으로 가면 베트남이라는데
꽤 남쪽은 남쪽인 모양이다.

2시간여 잘닦여진 고속도로 달려 계림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하는데
나더러 밑반찬 꺼내라하니 난감하게 되었다.
이실직고하니
다들 한마디씩 하곤 핀잔을 주는데
멀쩡한 음식 묻지도 않고 버리는 주책바가지에
신토불이 도모르냐며 한국된장 나두고 중국에서 된장 사는 미친짓 했다고
욕을 얼마나 얻어 먹었던지 지금도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동창들 말
중국 아열대지방 중국 남방에서
된장사온 관광객은 전후무후할거라며 나를 놀려들 먹었다.

그런저런 일들이 나의 중국여행에
잊지못할 추억들을 남겼는데
집에와서 된장담아보니 1.5리터 꿀병에 가득
비싸게 산건지 싸게 산건지 감이 안잡히고
남편과 둘이 보글 보글 끓여 먹은 된장찌게는 그 맛이 과연 일품
눈치보고 고생한 보람이 있는
나의 만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