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3백석 비싼값의 심청이를 바다에 던진 뱃사람들은 무슨 이득을 보았을까?

가만히 생각하면 참으로 알쏭달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불쌍한 효녀 심청이가 스님의 말만 믿고 공양미 3백석을 구하기 위하여 뱃사람들에게 몸을 팔았고, 뱃사람들은 이 불쌍한 심청이를 무정하게도 파도 심한 바다 한가운데에 그냥 던져 버리고는 사라지는 것이 심청전의 중요한 줄거리인데....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도 스님이 거짓말쟁이라고 탓하지 않고, 뱃사람들을 비정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심청이 아버지는 그 공양미 3백석이 인연이 되어 나중에 눈을 뜨게 되었고, 물 속에 빠진 심청이도 전화위복이 되어 왕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효도 잘 하면 무조건 뒤끝이 좋아진다는 좋은 설화를 가진 민족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심부름 잘 하는 학생이 성적도 더 좋다고 하는데... 심청전이 주는 효도에 대한 교훈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 하나...

중국 가는 뱃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3백석이나 되는 쌀을 주고 심청이를 사서는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에 던져 버렸을까? 3백석 짜리 심청이를 바다에 던져 버린 이 뱃사람들은 과연 무슨 이득을 보았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상하게도 당시 중국으로 가던 뱃사람들이 심청이를 바다에 빠트리고그만한 이득을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뱃사람들이 이득을 보았다고 하니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 무슨 이득을 봤길래???

그 이득이란 것을 설명하는 대신에 뱃사람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가며 물에 빠트릴 처녀 아이를 구하게 된 유래부터 말하는 것이 더 쉽겠군요.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연근해에서 고기를 잡아 먹고 사는 어촌에는 공통적으로 여자들이 더 많이 산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지요? -- 그래서 제주도가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고 하지요.

그 이유는 단 하나.. 고기잡이하러 간 남자들이 동네마다 매년 꼭 한두 명씩 야금야금 죽어서 안 돌아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5년, 10년이 되면 어촌마다 과부도 많아지고 노처녀도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안 돌아 오는 남편과 자식, 아버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였다.

분명히 죽지 않고 어디엔가 살아 있을 것이며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돌아 올 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만든 이야기 중에 삼국유사에 “거타지”란 사람의 이야기가 전래되고 있다.

거타지 설화는 신라 때에 중국 가는 배를 타고 가다가 실종된 사람의 이야기인데 대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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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여왕 때, 왕의 막내 아들 양패(良貝)가 당나라 사신으로 가려고 할 때, 백제의 해적들이 길을 막는다는 말을 듣고 활을 잘 쏘는 군사 50여 명을 뽑아 호위시켜 호위하도록 했다. 그런데 배가 곡도(鵠島)라는 곳에 이르니 풍랑이 크게 일어 그곳에서 10여 일을 묶여 지냈다. 이에 양패공이 사람을 시켜 점을 치게 하였더니 점장이가 말하기를 "이곳에 신지(神池)가 있어 그곳에 제사를 지내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에 못위에 음식을 차려 놓으니 못물이 한 길이 넘게 치솟았다.

그 날 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활을 잘 쏘는 사람을 하나만 남겨 두면 바람을 자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행들이 숙의한 결과, 나무 조각 50개에 이름을 써 물 위에 띄우고 가라앉는 사람이 남기로 하여 거타지가 남게 되었다. 그러자 과연 바람은 잠잠해 지고 배는 순항을 하게 되었다.

홀로 섬에 남은 거타지는 근심에 싸여 조심스럽게 섬 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때 한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 이르되 "나는 서해의 용신(龍神)이다. 날마다 하늘에서 어린 중이 내려와 주문을 외우며 이 못을 세 번 돈다. 그러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은 물에 뜨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어린 중은 우리 자손들의 간과 창자를 빼 먹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우리 부부와 딸만 남았다. 내일 아침에도 그 어린 중이 이 곳에 올 것이니 그 때 그대가 그 활로 어린 중을 쏘아 죽여 달라."고 하였다.

다음 날 동쪽 바다에서 해가 떠오를 무렵, 과연 중 하나가 나타나 다라니를 외고, 물 위에 떠오른 용의 간을 빼먹으려 하였다. 거타지는 시위를 당겨 어린 중을 명중시킨다. 그러자 어린 중은 늙은 여우로 변하여 죽었다.

잠시 후, 그 노인이 나타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하나 남은 딸을 주겠다고 했고, 거타지는 그 호의를 받아 들였다. 곧 노인은 자신의 딸을 꽃가지로 변하게 하여, 거타지의 품 속에 넣어주고는 용 두 마리를 시켜 거타지를 받들어 사신의 배를 따라가게 하니, 두 용이 그 배를 호위하여 당나라 국경에 도달하게 되었다.

한편 신라의 배가 용에 호위되어 오는 것을 본 당나라 사람들은 그 사실을 황제에게 알렸다. 이에 황제가 신라 사신을 후대하고 금과 비단을 선물하였다.

이후 고국에 돌아온 거타지는 품 속에 넣어 둔 꽃가지를 꺼내어 여자로 변하게 한 다음 결혼하여 함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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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장편 애니메이션 만화로 만들어도 좋을,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배를 타고 나갔다가 안 돌아 온 사람들이 누구나 다 이 이야기처럼 금의환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영원히 안 돌아 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고기잡이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람이 오는 걸 알면서도 고기잡이를 나가야 할 때가 있고, 파도가 높아지면 배에 몸을 꼭 묶고 무지하게 고생을 하게 되는데.... 버티다 버티다 꼭 누군가 한 사람이 힘이 빠져 파도에 휩쓸려 가 버리고 나면 이내 파도가 잠잠해지곤 하는 경험을 수없이 많이 했다.

큰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사람이 꼭 하나 죽고... 그러고 나면 파도가 그치고....
보다 큰 문제는 그 때마다 마을의 남자가 한 명씩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에 대해 생각을 조금 달리 하게 되었다...

-- 우리 동네의 쓸만한 남자들만 쏙쏙 뽑아 가는 저 바다에 신(神)이 있다면
-- 그 신은 분명히 남자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여신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전세계의 섬나라 사람들은 매년 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에 바다의 여신이 감당할 만한 거대한 크기의 남자의 거시기(?)를 만들어서 바치곤 했다. 간단히 말하면 이것 줄테니 우리 동네 남자들 앞으로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보통 크기의 거시기를 만들어 제사를 지냈는데, 제사를 지내고 나면 밤 사이에 동네 사람들이 다 집어 가 버려 항상 신당에는 남아 있는 게 없어서 나중에는 대단히 큰 모양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남근제 신앙은 현재 전세계 거의 모든 섬나라에 널리 퍼져 있다.

미신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매년 남자들을 잃어버리는 어민들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는 신앙이 바로 이 남근숭배신앙인 것은 분명하다....

이 신앙은 이 남근을 신에게 바쳐서라도 동네 남자들을 욕심많은(?) 바다의 여신으로부터 보호하려 하는 어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에 외지 사람들이 속사정도 모르고 가볍게 웃어 넘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여름에 삼척시청에서 주최하는 죽서문화제의 한 부분행사로 “세계 남근(男根) 만들기 대회”를 개최하여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매년 이 때 쯤이면 전세계에서 나무 조각가들이 모이는데 전문가들에게는 아래 사진처럼 큰 나무를 주고, 아마추어들에게는 조그마한 나무토막을 주어서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따로 시합을 한다.

2001년부터인가 세계대회로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래 작품은 국내대회 당시의 최우수작이다

<1999년 대상작품 "환희" (金海一 作) >



<자료출처 : 강원도민일보>

사실은 제주도의 명물 돌하루방도 남자의 거시기(?)가 약간 변형된 것인데... 눈 빼고 두 팔 빼고 다시 보면 금방 그 정체가 드러난다. 돌하루방은 낮에 봐야 할아버지 모습이지 어둑어둑한 밤에 보면 바깥 윤곽의 모습이 바로 남근(男根) 모습 그대로이다.

사방이 바다로 막혀 있는 제주도는 옛날부터 바다에서 남자들이 많이 죽어 왔고...
그 어느 곳보다도 이 남근 신앙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바다 여신을 달래는 남근석(男根石)이 있었고... 누군가가 약간 모양을 변형을 시킨 것이 지금의 돌하루방이 되었고...

그게 지금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어서 또 한번 제주도를 살려 주고 있으니
그 돌하루방이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그저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 그리고 지금은 육지에까지 이 남근숭배사상이 올라와서 아이 못 낳는 부부들이 자주 찾는 남근석, 또는 여근석이 도처에 적지 않다. --

하여튼 어찌 되었든 간에 바닷가 어민들은 이러한 방식으로나마 스스로를 위로해 왔지만
아무리 파도가 쳐도 바다를 건너 무역을 해야 하는 중국 상인들은 어떻게 이 난국을 풀어 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들이 풀어야 할 커다란 과제였다.

이 국제무역 상인들은 어민들과는 해법이 조금 달랐다. 그 해법은 대충 다음과 같다.

--- 큰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면 통상적으로 누군가 한 사람이 죽으면 바다가 잔잔해진다.
--- 바다가 사람을 선택하여 데려가기 전에 이 쪽에서 먼저 누군가를 바다에 주어 버리면
--- 어쨌든 바다는 사람 하나를 데려 갔으니 파도가 잔잔해질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에서 처음에는 추첨을 하든 무엇을 하든 사람 하나를 골라 미리 희생을 시켰고...
(그래서 아까 거타지도 대표로 바다에 뛰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배에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남자 일꾼들이 자꾸 숫자가 줄게 되었고
일꾼 남자들이 점점 줄게 되니 많은 일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뱃사람들이 선택한 생각은

--- 바다가 꼭 남자의 목숨만을 원하겠는가
---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 사람이면 되지 않겠는가

바다는 남녀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바다에서 일을 해야 할 남자보다는, 없어져도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을 여자를 그 상황에서 써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남녀평등사상이 이런 데서 나올 줄이야..)

그래서 큰 파도를 만났을 때 바다에 바칠 여자를 구하러 다녔고
여자 중에서도 딸린 가족이 비교적 적은 미혼 여성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가능하면 미혼 여성을 데려 가려 한 것은
딸린 가족이 적기 때문에 데려 가도 조금 덜 미안했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몸을 판다는 것은 바로 죽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혼이든 기혼이든 사람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어쨌든 사람을 구한다는 소문이 심청이에게도 알려졌고
당장 목돈이 필요한 우리 불쌍한 심청이가 자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에 자원하는 대부분의 처녀가 다 그렇듯
아주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그러나 갸륵한 효심의 처녀가 대부분이었다

미신이든 아니든, 우연이든 아니든..
상인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정성으로 큰 손해 안 보고 무사히 중국을 다녀 온 것이 순전히 많은 사람을 대신하여 바다에 바쳐진 심청이 덕분이라고 생각을 하고들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상인들로서는 더 큰 손해 볼 것을 모면했으니 심청이 때문에 지출한 쌀 3백석이 결코 아깝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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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뱃사람들이 심청이 때문에 지출한 쌀 3백석은 큰바다 안전운항을 위한 해상보험의 보험납입금 성격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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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누가 거짓으로 만든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느냐 그럴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만든 이야기는 없고...
뭔가 다 조금씩은 속사정은 있는 법이라서...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 있을까 봐
한 번 써 본 글인데.....

네?
아무도 궁금해 한 사람이 없었다구요?

헛... 참...
오늘 또 헛 힘 썼네... 그저 죄송할 따름이네요

그래도 혹시 백령도에 가실 일 있으면
길병원 길여사가 만든 “심청각”은 한번 들러 보세요..

효녀 심청 이야기를 진짜로 치고... 인당수와 가장 가깝다는
백령도 북동쪽 언덕에 세워 놓았으니까요....

참, 그리고...가정의 달이든 아니든
살아 생전에 부모님께 효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 다 아시죠?
아님 청개구리처럼 비만 오면 개골개골 울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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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문학박사 황재순(제물포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