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혼자 정의로운 척
바른 말 하기 좋아하고
누가 날 이기려들면
기어이 죽어라고 지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덤비고
(실력이 있건 없건...)
누가 져 주고 들어오는 사람 앞에서만
그 사람 앞에서 기를 못 펴고 오히려 한 풀이 더 꺾이는
성격이고 보니
여자답지 못하다다고 구식(?)친정 엄마께 늘
못마땅해하시는 걱정을 들으며 자랐다.

사립학교 교사일 때도
자그마치 12년 반 동안이나
서슬 시퍼런 상사인 교감 선생님과
내내 좋은 관계를 못 갖고 싸우며(?) 지냈다.
그이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엄청 강한 스타일이어서
아무리 양보하려구 해도 나하고는 죽어두
타협이 안 되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그이의 행동을 옳다고 하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한 사람도없었기 때문에
나의 판단에 어느 정도 객관성이 있었다는 것...
물론 행동에 객관성이 있었다는 건 아니고....

신호 안 지키는 얌체 운전자들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한번은 째려보고
경우에 안 맞는다 싶은 사람...꼭 한 마디라도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버릇...
물론 내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허물들은 '티끌'같아도 왜 이렇게도 잘 보이는 것인지....

어렸을 때 나는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상했었다.
물론 성경의 '원죄'도 좀 억지스러운 것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언제인가부터는 그게 아닌 것을 정말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이 바로 그 대표적인 증거물
참으로 이기적이고 악한 존재가 바로 나로구나 하는 자각.

내가 이렇듯 길게 반성문을 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유정옥 후배 때문이다.
아니...그녀를 그렇게 만드신 분 때문이다.

나하고 같은 크리스쳔이고, 인일 출신이면서도
너무나 다른 그녀의 삶이
귀하고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흉내라도 내 보려해도 어림없으니 어쩌랴....

둘째는 강명희 때문이다.
강명과는 이야기 한번 변변히 나눠 본 적이 없는 인일동기이다.
인일 홈피(그동안 11기에서 운영되던 inil.org)에서 만나 알게 되어
그녀의 삶이랄까, 생각들을 그녀의 글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 옳다.
그러니 강명은 홈피 친구인 셈이다.
강명을 가까이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온순하고, 순수한 소녀 같은 친구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사려깊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런 친구가
두 개이던 11기 홈피를 하나로 만들고,
총동창회 홈피와 연결되게 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을 때,
그녀가 모욕적이기까지 한 언사를 듣고 있을 때.
그녀가 분노하고 있을 때도
난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었다.

변명하자면, 무슨 말을 해야 적당한 지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강명은 외롭게 혼자서 상처받고 아팠을 것이다.
그점이 두고두고 그녀에게 미안해서 이 반성문을 쓰는 것이다.

셋째는 홈피 관리자 전영희 때문이다.
그녀는 수많은 우리 친구들이 인터넷의 세계에 눈 뜨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사람으로,
이웃의 다른 학교 홈피 뿐 아니라 신문에, 방송에 널리 알려져
이미 많은 이들에 의해 검증된 실력가이다.
또한
수많은 날들 잠을 설쳐가며
인일 홈피를 널리 알리고 활성화 시키는데에
미련할 만큼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친구라는 사실은
우리 홈피를 드나드는 그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결국 기능을 정지시켜 보관하고 있는
인일 오알지 싸이트야말로
혼신을 다해 가꾸어 온 그녀의 분신 같은 존재인 것을 나는 안다.
그 때,
때로는 지나칠 정도의 그런 집착과 피땀을 바친 그녀의 노력에 대해
수고에 대한 찬사도 물론 있었지만,
오해와 불신으로 얼룩 져, 비난 받고 있을 때.
나는 내놓고 바른 말을 하지 못했다.
'누구 편 드는구나...','컴퓨터를 모르는 아줌마라서...뭘 모르는 소리....'
혹시라도 이런 수근거림의 대상이 될까봐서 였을 것이다.

그러다
총동창회 이사회에서
인터넷 운영위원회 라는 것이 생기게 되고
수고비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경비라도 챙겨주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가결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나마 마음 한 구석 '참 다행이다.'했는데,
그 사실에 대해 마땅치 않아하는(?) 다른 의견을 접하고는
화가 나고, 슬펐다. 물론 사람마다 참 시각 차이가 크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고.....
강명희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누구에게는 이해가 안 갈 글을 썼을 것이다.(이건 순전히 내 짐작이다)

나는 그때에도 침묵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유리한 것일까 계산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주일
고3짜리 아들과 참석하는 외국어 예배에서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았다.
'passive denial'
표현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
소극적인 의미의 부정..반대 인 것......
내 마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비겁함이
한순간에 그 몰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뒤늦은 반성문으로 대체하려 한다.
이것도 비겁함일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
이 순간만큼은 
'나' 의 모습인 것을.....
고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