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미국 이민 날짜가 임박해 왔다.
친구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어서
방안을 둘러보고
서랍마다 다 뒤져 보아도
변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왠만한 것은 다 갖고 있는 친구여서
이것도 있을 것 같고 저것도 있을 것 같고...
오히려 난감했다.
고민하고 궁리 한 끝에
성경 암송 대회에서
부상으로 탄 십자가 목걸이를 주기로 결정했다.

항상 그 친구에게
받기만 하다가
나도 무언가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기쁨을 주었다.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동원하여
포장한 선물을 들고
약속 장소인 롯데 월드로 나갔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약속 시간 전에 나와 있는 친구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뛰어온다.

친구는 근사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사 주었다.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나에게는 최선의 선물이었는데
막상 친구 앞에 앉으니
그동안 친구가 나에게 준 선물과 마음이
주마등 같이 스쳐가자
다시 망설여 지기 시작했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것 같아
가방에 손을 넣고 만지작 만지작 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내 마음은 무언가 좋은 것을 주고 싶었는데...
너무 작은 선물이야."

친구는 내가 이 선물을 내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을 했는지 아는 얼굴로
"마음이면 됐지. 무슨 선물을 사왔어."

선물을 열어 본 친구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거 성경 암송 대회에서 탄 십자가에
목사님이 줄을 해줬다고 좋아하던 그 목걸이 아냐?"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이여서
친구에게 주고 싶었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여서 친구에게 줄 수 있었어."

"고맙게 받을께.
미국 가서도 이 목걸이처럼 언제나 나와 같이 있는 것을 믿을께."
친구는 그 자리에서 다이야로 반짝이는 자신의 목걸이를 풀고
내가 준 목걸이를 했다.

"참! 나도 선물 하나 줄께."

친구는 가방에서 차용증 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준다.

"내가 그 사람에게 2,00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 이민 가는 것을 알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나를 속상하게 하는 사람이야."

"돈을 변제 할 상황이 어려운 사람이면 차라리 면제해 주고 떠나."

"아니야! 내가 알아본 바로는 다분히 고의적이야.
교회에 보수할 곳도 많고 하니
내가 미국 떠난 후에라도 이 돈을 받아서 쓰도록 해."

"사업가인 네가 못 받는 돈을
쑥맥인 내가 무슨 수로 받아?"

"우리 사모에겐 하나님이 지혜를 주실 거니까 받을 수 있어.
하여튼 30분 후에 그 사람과 만나게 해 줄께."

30분이 훨씬 지나고 1시간이 지나서
점잖아 보이는 한 남자가 왔다.

친구는 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고
채권에 대한 권리를 나에게 위임한다고 말했다.
위임서를 써주고
그 사람의 도장을 받았다.
그 남자는 친구의 제안에 혼괘히 승락했다.
그는 힐긋 나를 쳐다보더니 야릇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마 "어디서 저런 쑥맥을 데려다 놓았나."하는 눈치였다.

"마음 푹 놓고 미국가세요.
내가 이 친구분에게 한 달 안에 다 갚을테니 걱정말고요.
내가 한 달 안에 집을 팔면 일시불로 드리고
집을 못 팔면 여러 달로 분할해서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돈을 주겠다는 것이
무슨 장난인 것처럼 실실 웃으며 농담하듯 한다.
내가 그토록 만만해 보이나 보다.

"그럼 지금 하신 말씀을 문서로 작성해 주시고
공증을 해 주실 수 있으세요?"

나의 제의에 그는 잠깐 멈칫 하더니
"그럼요! 해 드리지요.
뭐든지 해드릴 수 있고 말고요."

그는 우리가 요구한 제의보다 지나치도록
호의적인 문구와 자신의 집 약도까지
그려 넣으면서 공증을 해 주었다.

친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예견 했던대로
그 사람은 나에게 전화 한 통화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수 억대의 점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집은 자신의 동생 이름으로 명의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12월 15일까지 돈을 다 드릴테니
기다려 달라는 전화를 했다.
그 전화를 받을 때
나에게는  이렇게 들려왔다.
"이 멍청한 쑥맥아! 12월 15일 이면 나는 이 곳에 없어!"

나는 공증에 명시된 위법적인 사항을 가지고
그 사람의 해외 출국 금지 신청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12월 13일에
그 사람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돈을 은행에 부칠테니 빨리 출국 금지 해제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 약속한 날짜 이틀 전에
다른 사람들의 돈 10억을 가지고 해외로 도주하려다
내가 신청해 놓은 해외 출국금지에 걸려
공항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은행에 돈을 부친다면서
300만원만 깎아 달라고 씩씩대며 화를 낸다.
나는 1,700만원만 부치라고 선뜻 감액을 해 주었다.

그 이튿날.
은행에 입금된 돈은 1700만원 밑에
감액해 준 300만원이 다시 입금되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내가 여지껏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참 멋있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감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전화를 하더니
"300만원 감액해 줘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것
미리 알고 있었던거죠?
은행구좌로 2,000만원이 입급된 입금서가 없으면
해제가 안되잖아요?
우리 두 사람이 구두로 합의해서 감액해 줬다는 것은 인정이 안되요!
2000만원에서 단 1원이 모자라도 해제가 안되잖아요.
괜히 시간만 지체 됐잖아요!"

이번엔 왜 돈을 감액해 줬냐고 화를 낸다.
10억도 넘는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야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나에게 발목이 잡혔으니
너무 죽을 지경인 모양이다.
나는 돈을 깎아 주고 싶어도
깎아 준 돈 까지 필연적으로 다 받게 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사람이 외국으로 도주하지 못하고
지체하고 있는동안
그에게 자신의 퇴직금을 다 털렸던 한 사람이
나 때문에 돈을 받게 되었다고  200만원을 사례해 왔다.

미국에서 친구가 전화를 했다.
"우리 쑥맥 사모!
그 구렁이 한테 돈 받았어?

"그럼! 받고 말고
그 돈으로 교회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썼는지 몰라."

"와! 그럴줄 알았어!
나는 그렇게 귀한 선물을 받아 본 일이 없어.
사모가 나에게 십자가 목걸이를  선물로 줄 때
그 때 내가 하고 있던 다이야 목걸이를
우리 사모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어.
그런데 내 목걸이를 선물한다고 하면
자기가 받았겠어?
내가 선물 하려던 목걸이가 2000만원 짜리였어.
그래서 목걸이 대신 그 차용증을 준거야.
이 세상에서 그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사모라면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서
강제로 빼앗아서라도 주실 것 같은 확신이 확~ 왔거든.
원래 사기꾼은 쑥맥한테 발목이 잡히는 법이야. ㅋㅋㅋ"

내가 쑥맥은 쑥맥인가봐!
20만원 짜리 금 목걸이 주고
2000만원 짜리 다이야 목걸이로 받고
2,00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왜 2,200만원을 받았지?
나에게 선물 하려던  다이야 목걸이가 그 사이에 200만원 올랐나?

좀처럼 계산이 안나오네...(: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