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아들이 보내주던 군사우편이 지금도 거실 탁자 한 켠에 모셔져(?) 있다.
      한통 한통 도착하여 읽을 때마다 10 년 흘릴 눈물 몽땅 쏟아내게 만들던 그 편지들..
      그 군사우편이 자대배치를 받고서부터 끊어져 버렸다.

      사회가 변하다보니 집에 전화를 자주 걸 수 있음에
      굳이 편지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나보다
      E-Mail을 생활의 필수로 사용하면서
      나 역시 펜 들고 글을 쓴다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 되고말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수신자 부담 군사전화(내가 그렇게 붙여보았음)때문에
      전화통 바라보는 일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이후 2주 째 전화가 오지를 않았다.
      군에 비상이 걸렸나 ..하고 생각했지만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지난 주 쉰목소리의  아들 전화가 왔다
      감기라도 들었나 싶어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훈련나갈 때 자기는 쫄병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소리로 군가를 불러야 하므로
      그래서 목이 쉬었노라 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러제끼는 모습이 연상되어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시키면 반드시 그대로 해야하는 군의 규율이
      젊은 피들을 모두 획일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겨우내 고생하던 일과
      자대배치 후 윗상사들의 눈치를 보던 쫄병이
      이제 .....
      자기 아래로 벌써 쫄병이 2명이나 들어왔다니
      아비도 잘된 일이라고 좋아하였다.

      내무반에 제대하여 나가는 사람이 없을 경우
      6개월 넘게 쫄병노릇하는 것보다
      한달 만에 아들 아래로 쫄병이 들어 온 것이 잘 되었다고 하니
      아무 것도 모르는 어미는 그런가 보다하고  덩달아 좋아하고 있었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듯이
      손등이 터지고 찬물에 몸을 씻어가면서 행한
      일생일대의 혹독한 훈련시간들은 이제 가고
      다음 달 초
      아들이 집에 온단다.

      기숙사에 가 있는 첫째 큰 아들도 4월 초 연휴에 맞추어 올 것이고
      딸래미는 가까운 학교라 주말마다 집에 오므로
      이제 모처럼 6식구가 다 모이게 될 날이 머지 않아
      어미 가슴은 새털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제목을 군사전화로 바꾸어 볼까 하고
      시키지 않은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군사우편...
      붙여잡고 울던 시간들이 이제 추억의 장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