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리의 쥐가 있단다.
한 마리는 하수구에서 살기로 했어.
하수구로 떠내려 오는
밥알이랑 음식물 찌꺼기를 건져 먹으며 살았지.
추운 겨울에 그것들을 더러운 물에서 건져 먹으려니
쥐의 털은 물에 젖어 꽁꽁 얼어 붙었지.
그래도 그 쥐는 매일  달달달 떨면서
그 곳에서만 살다가 죽었지.

다른 한 쥐는 똥통에 살았지
온 몸에 똥을 뒤집어 쓰고
냄새나는 그 곳에서
똥 냄새 풍기며 살았지.

다른 한 쥐는 쌀 곳간에 살았지.
사시사철 넘쳐나는
하얀 쌀을 마음껏 먹고
졸음이 오면 따뜻하고 깨끗한
쌀가마니 위에서 쿨쿨 늘어지게 잠을 잤단다.

쥐가 다니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니?"

"아니오."

"그래.
하수구에 살던 쥐가 곳간에 가면
절대로 안된다고 길이 정해 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하수구에 사는 쥐는
일평생 그 하수구를 떠나지 못한다.
더러운 물에 떠내려 오는
밥 알갱이를 주워 먹지 못하면 배고파 죽을까봐
그 곳을 못 떠나고 달달달 떨면서 살다가 죽는거야  

똥통에 있는 쥐도 마찬가지야.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쥐도 견딜 수 없으면서
그 곳을 떠나지 못하지.
왜 못 떠나니?

"그 쥐도 그 곳을 떠나면 죽을까봐 겁나서요."

"그래.
언제라도 네가 있는 곳이 하수구 같거나
똥통같이 더럽고 냄새 나는 곳이거든
다른 곳으로 가거라.
사람에게도 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곳을 떠나면 금방 죽을 것 같아도 떠나라.
깨끗한 길을 계속 찾아 살거라.
깨끗한 길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는단다."

이 이야기는 나의 친정 어머니가
내가 어렸을 때 해주셨던 이야기이다.
여러번 거듭해서 이 이야기를  해주신 뜻을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어머니의 이 이야기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항상 살펴보는 버릇을 생기게 했고
서 있을 곳이 못되는 곳에서
얼른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눈 앞에 커다란 밥덩이가 둥둥 떠내려 오고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