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으면서
건망증도 같이 나이를 먹나부다.
요즘들어 부쩍 깜빡깜빡 잊는것이 많아서
여간 낭패를 보는게 아니다.
그중에서두 자주 빈번히 밥하는걸 잊는다.
밥은 식구들이 먹는거라 잊어버리면
나혼자의 자책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남편의 아침식탁을 다차려놓고(아침은 남편만 먹음)
밥을 뜰려는데 밥통이 비어있을때의 황당함이란....
"여보~ 식사하세용"까지 했는데....
몇번은 몸을꼬며 애교로, 몇번은 두손 싹싹 부비는걸로 위기를 넘겼지만,
이젠 도가 터서 우유에 씨리얼 넣어 내놓으면서
"당신은 당뇨가 있으니까  밥 많이 먹는건 독약이야" 한다
"에~이~구, 또 밥이 없구만, 살림을 얼마나 했는데 밥두 제대로 못맞춰"
남편의 핀잔에 치~~ 존심이 상하지만 묵묵부답일수 밖에...

저녁은 밥이 모라자기  일쑤이다
아침에 나갈때 밥통한번 들여다 보는게 왜 그리 어려운지...
처음은 나혼자 굶기,그래도 모자라면 딸애한테 사정한다. 좀늦게 먹으라구.
나혼자 굶는 날은 "으~응~ 난 점심을 좀 늦게 먹어서  밥생각이 없네" 로 넘어가지만
(이날은 고픈배를 과일로  왕창 채우고 자야됨)
딸애까지 못 먹는 날은 들통이 나구 만다.
남자 둘만 차려주고 여자 둘이 서성이면 눈치빠른 남편, 아들
"또 밥이 없어? 도대체 뭐하느라구  밥하나 하기를 제대로 못하는거야, 쯔쯔...   정신좀 차려"
"저두 나중에 같이 먹을까요?" 아들애까지 거들고 나서면 쥐구멍이 어디있는지....

치~~ 내가 얼마나 바쁜데.... 바쁘다 보면 그럴수 있는걸 애들앞에서 핀잔은 .....속으로 중얼중얼
밤 10시가 다되어서 딸애랑 둘이서 끄적 끄적 밥을 먹으면 딸애가 오리주둥이를 해가지고 볼부은소리로
"엄만, 왜그래, 맨날 잊어버리구"
"요것아, 너라두 밥통에 밥있는지 보면 됐잖아, 나이가 몇인데 그런것도 못해"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더니....

그런데...
그런데....

햇반이 출현한 것이다.
세상에나, 이렇게 반가울 수가..
누구 아이디언지, 3대가 복받아라.

처음엔 마트건 슈퍼건
눈에 띄는대로 사들고 왔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상황은 마찬가지다.
10번 터질일 서너번으로 줄긴했지만,
아예 박스로 사야되겠다 하면서두
사야되는 것 초차 잊어버리니....... 차아암~ 쩝쩝....

며칠전 시어머님 생신날이다,
그날도 여지없이 나의 건망증이 실력을 발휘했다.
아침은 아주 잘 넘어갔다.
그런데 점심때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부지런히 상을 보고 밥을 풀려는데,,,,
앗뿔사....이걸 어쩌나... 밥이없다.
아침먹은 설겆이를 하고 결혼 5년차인 동서가 "형님, 점심밥 앉칠까요?"하는걸
잘난척하느라구 " 밥물은 내가 봐야되니까 그냥둬" 한거다.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쩐담....
밥이 왜 안들어오냐구 방에서 어머님의 재촉,
어떻해요 형님, 동서의 우거지 얼굴,
부엌에서 우왕좌왕, 갈팡질팡,
그때 번개처럼 떠오른 햇반!
햇반이 있잖아.히히히...... 의기양양- 형님체면 뭐되네.

죄없는 딸애만 슈퍼에 뜀박질하고 와서 혀를 쭈~우욱 내밀고 헥헥.....
그리곤 한마디 "엄마땜에 증말 못살아"

불행중 다행인것은
아직까지 제삿날은
그런 불상사가 없었다는거다.

그래두 건망증이란놈이 양심은 있나부다.
제삿밥까지 햇반을 올리면 안되는걸 아는지...
그땐 8남매 맏며느리 사표 써야될걸...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