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남편 생일전날이었다.
아침식탁에 미역국이라도 올려놔야겠기에 딸애랑 마트에 갔는데
마트안 동물병원에 예쁜 시츄 한마리가 재롱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를 꼭안고 사달라고 떼쓰는 딸애의 간청에 강아지를 사들고 집에 왔는데
남편은 발코니 밖으로 내다 버리라고 하고 아들애는 낮에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키울려고 하냐고 하고.
나머지 식구들의 반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환영받지 못하는 것을 아는지 강아지는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끙끙대는 소리 한번 안내고 잠도 잘자고
소변도 가리는 것이 여간 기특한게 아니었다.

다음날, 남편 생일불공을 드리려 딸애와 천안의 절에 가려는데
집에 혼자 있을 강아지가 마음에 걸렸다.
할수없이 딸애의멜빵바지 앞주머니에 쏙넣고 절로 향했다.

대웅전에 들어갈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린 강아지라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곤 법당에 데리고
들어가서 절을 하고 나왔다.
그런데 산신각에 들어가서 절을 하는데 방석위에 두었던 강아지가 자꾸 뒷걸음을 치는 것이다.
얼른 절을 마치고 나와서 발바닥을 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절 마당에 내려 놓으니 잘 뛰어 놀길래 딸애랑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는데 강아지가 이상했다.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뭔가를 피할려고 하는  행동을 계속 반복하며  절름거리며 걷는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차를 바삐몰아 구입한 병원으로 향했다.
여러가지 검사를 한후 무엇엔가 뇌를 심하게 맞았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밤에도 얌전히 잘 자고 다음날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누구한테 맞았다니....
입원을 시키고 집에 오니 마음이 너무 심란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언제? 어디서? 도저히 이해가 안갔다

다음날 병원을 찾은 딸애와 나는 강아지를 보는 순간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왼쪽눈이 하얗게 멀고 왼쪽 앞다리 뒷다리를 쓰지를 못하면서도 우리를 보더니 반갑다고 꼬리를 치며
쓰러지면서 달려오는 우리 지호,하룻밤을 같이 지냈을 뿐인데도 주인이라고 알아보고 반갑다고 달려오는
지호를 안고, 우리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가엾은것, 불쌍한것, 태어난지 두달밖에 안된것이 , 이 어린것이 어쩌다가, 어쩌다가,
애끓는 마음을 다스릴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안락사를 권유했다.
살 가망이 없고 설사 산다 해도 왼쪽을 전혀 사용하지 못해 사람의 시중을 필요로 한다고,
우리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래도 좋으니 생명만 구해달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고 집에 왔다.

말못하는 짐승도 한 식구인데, 오는날 반기지 않아서 그렇다고  남편과 아들에게 애꿎은 투정만 하고
하루가 지났다.
지호는 점점더 악화가 되어 소변도 대변도 보지 못하고 먹지도 못해 링겔에 의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억지루라도 일어날려고 얘를 쓴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또 한번 눈물바다를 이뤘다.

아는 어른께 말씀드리니까  아마도 법당에 개를 들이는게 아닌데 들여서 벌을 받은 것 같다고
법당에 가서 기도를 해보라고 하시길래 딸애랑 다시 천안의 각원사를 찾았다.
법당에서 울면서 108배를 하고 산신각에 가서 또 108배,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겨우 운전을 하고 올라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병원이었다.
"어머님, 죄송해요. 지호가 조금전 하늘로 갔어요."

가슴이 메어지고 ,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갓길에 정차하고 딸애랑 한참을 울었다.
우리 정성이 부족했나보다고, 아니 ,내가 어리석어서 법당에 데리고 들어가서 그렇다고,
차라리 아빠가 뭐라하실때 그냥 보냈으면 죽이진 않았을 거라고, 어린것이 대소변도 못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주인이라고 마지막 갈때 보고싶어했을텐데,....
아픈몸을 이끌고 반갑다고 달려오던 지호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몇날 몇일을 울면서 자책하면서 그렇게 지호를 보냈다.

얼마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님, 지호랑 똑같은 강쥐가 왔는데 와보세요"
데려가서 키우다 보면 지호를 잊을 거라는 원장의 간곡한 권유에 미우를 안고 왔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서로 알 수 있는 우리집 강쥐 미우,
미우를 보면서 지호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