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안에서 창동까지의 긴 시간을
울고, 웃고, 울고, 웃고...

어제 주고 받은 사랑의 감동이
오늘도 내 가슴에서 출렁이고 있다.
어젯밤 주님께서
홀로 사시는 친정 어머니 곁에서 잠을 자게 되어
서울로 올라 오는 길을
한 걸음 늦춰 준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늘도 이러하니
만약 어제밤에 올라 왔다면
전철 안의 사람들이 계속 실없이 울고 웃는
나를 실성했다고 보았으려니 말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인일의 모임이 있는 라파치아에
약속 시간 15분 전에 도착했다.

만나기 전날 밤에
설레이고 두근거려 잠을 설쳤다.
며칠 전부터 이번엔 화장을 좀 해보나 하고
아들에게 몇번이나 물어 보았더니
아들은 번번히 "엄마! 그대로가 좋아요.
그 분들이 얼굴이 예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면
엄마를 불렀겠어요?."한다.
그 일침에 내 스스로 마음을 놓았다.  
그래서 머리도 얼굴도 그대로인 것 까지는
인일 식구들이 그런대로 봐 주겠지만
어제 손에 밴 김치 냄새가
정해진 공간안에 들어오니 더 진하게 코에 들어왔다.
고무장갑을 끼고는 아무 일도 못하는데
하물며 음식 만들때는  
혹시 양념이 골고루 섞이지 않을까봐
줄곧 맨손으로 한다.
더구나 이번엔 우리 인일 식구들과 만날 김치니
신바람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했다.
그러나 손에서 나는 이 냄새는 어쩌나!

홀 안을 둘러 보니
다행히 인일 식구는 아직 안 온 것 같다.
나이가 30초반으로 보이는 예쁜 두 여인이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
눈에 들어 왔는데
오늘 모이는 기수 나이엔 없을 것 같아 안심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또 씻고...
10분 동안 손을 씻었다.
찬물로 닦았더니 손이 차갑다.
밖으로 나왔더니
아뿔싸!
30대 초반으로 보였던 이 여인이 14기 허인애 일줄이야!
찬 손으로 악수하려니 얼마나 미안한지...
이럴줄 알았으면 김치 냄새 나더라도
따뜻한 손이 차라리 나았을 것을...

그 후회가 끝나기도 전에
만나고 싶었던 얼굴들이
환하게 웃으며 하나 둘 들어온다.
선후배가 따로 없이 서로 반기며 안아주고...
3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데
조금도 낯설지 않고
어제 헤어진 친구처럼 다정하고 친근하다.

사랑, 웃음, 행복...
우리가 사는 이 땅에도
이런 천국이 임할 수 있다니!

모인 우리들은
누구든지 자신의 보배합을 열어
나누어 주고 또 나누어 주고...

나는 오늘 사랑을 받기만 했다.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하다.
그런데 사랑을 주는 것은 더 행복하다.
이것은 누구도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다.
이 사랑의 신비가 가득 한 곳
이 곳이 이 땅에 임한 천국인 것이다.
나는 나의 유익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다른이를 생각하는 사랑이
온전히 넘칠 수 있는 곳은
이 땅에서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알았었다.
20년이 넘는 목회 생활에서도
이런 사랑의 감동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하나님께서
하늘 꽃마차로 20명의 천사를 태워다
이 곳에 풀어 놓으신 것 같았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잔잔히 쳐다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천사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
천사도 이렇게 선할 수 없어!

나는 오늘 우리 인일의 식구들에게
갚을 길 없는 태산같은 사랑의 빚을 졌다.
나는 수없이 다짐을 했다.
이 보배로운 이름들을  내가슴에 가득히 담고 살 것을...
새벽마다 이 이름들을 부르며 기도 할 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사랑이 솟아나는 아름다운 사람들
떠올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 지는 얼굴들
이들을 위해 내 몸이 남김없이 다 닳았으면 정말 좋겠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의 매일 매일이
이 땅에 임한 천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