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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에서 쪽지 뽑기 해서 만난 남편이 졸업하던해 10월
결혼식을 했어.
만난지 2년 반 되던때 였지.
세종호텔 해금강홀에서 치룬 결혼식에는 신애, 진숙, 큰순희, 은경 그리고 영숙이가 왔는데
대기실에서 찍은 사진엔 은경이랑 영숙이가 빠졌어. 아마 옆에 있었을꺼야.
화장을 잘 안하던 나는 그날 짙은 화장이 얼마나 거북했는지 몰라.
주례사는 아버님의 친구분이신 한글학자 허웅 선생님께서 해 주셨는데
믿음, 사랑, 지혜, 근로로 네 기둥을 삼아 서로 사랑 하고 아끼고 한 평생
변치 않을것에 결혼 서약을 하게 하시고
송강 정철의 훈민가 16수중 제 5수 부부 유은 (夫婦有恩) 을 읽어 주시며
주례사를 말씀하셨어.

한 몸 둘혜 난화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끠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대셔 망녕의 꺼시 눈 흘귀려 하나뇨.

즉 부부란 과거 현재 미래 삼세를 통해서
원래 한 몸이었다가 두 몸되어 세상에 나서 같이 늙어 가서
죽으면 다시 같은곳으로 간다라고 하셨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한마음이 되어 서로 양보하고
서로 이해 하며 잘 살아 가라고 당부 하셨어.
성악과 친구 영우가 축가를 불러 주었는데 아주 오래 되었는데도 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태리 가곡인데 제목을 몰라서 들려 줄수가
없어 유감이야. 늘 영우의 목소리는 낭랑 했어. 아주 맑고 투명했지.
시집살이 첫날 아침
나는 이제 죽었구나 란 소리가 절로 나왔어.
우리 어머니의 하루는 새벽 3시 부터 시작되더라.
통금이 풀리는 4시면 새벽 시장 다니시는게 취미셨고.
내가 새 식구가 된날 어머니께서는 휘파람을 부셨지.
눈비비고 투덜 대는 아줌마 대신 속이야 어떻든 늘 웃고 다니는
작은 며느리가 새벽 동무가 되었으니.
새벽장 봐다가 아침 뻐적지근하게 해먹고 출근하고
늘 잠이 부족했지.
새벽 별보기 운동은 결혼 6개월 만에 생긴 첫 애기가 '난 더이상 못살겠어요' 라며
4개월 만에 나하고의 인연의끈을 놓을때까지 계속 되었지.
그일 이후 아침 출근하는일도 놓아버리고
그리고 얼마뒤 시집살이에서도 해방이 되었어.
77년 8월 29일에 큰아들이 태어났어. 그날 병원에서 지켜본 식구, 친구들이 자그만치
스물 하고도 세명이었어. 병원에 이렇게 많은 식구가 온건 처음이라고.
4.1kg ... 아주 큰 사내 아이가 태어 난거지.
그날 병원 근처 Pine Hill 에서 아빠가 된 사람이 한턱 쐈는데 아마 돈은 첫 손자를 보신
어머니께서 내셨을꺼야.
79년 10월 4일 추석전날 둘째 아들이 태어났어.
4.4kg 의 아주 튼튼한 아기였지. 봐~ 백일 된 아기 같잖아. 그날은 정말 하늘이 노랬어.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셋째가 생겼을때 난 기도했지. 이왕이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깍쟁이딸을 갖게 해 주십사고.
4.25kg 의 딸아이가 태어났어. 81년 3월 9일 이었지.
기도를 들어 주신거야. 정말로 정을 안주는 깍쟁이 딸이 태어난거지.
날 많이 닮은 큰 아들. 특히 마음을 많이 닮았어.
아빠를 많이 닮은 작은 아들. 가운데 태어난게 늘 불만이야.
오빠들 보다 간이 더 큰 우리 딸.
아버지가 A 형 엄마가 B 형 그래서인지 셋다 AB 형.


오늘은 우리가  선택한 인생을 살기 시작한지 28년째 되는 날이야.
인생의 길에 길벗이 되어 산지 28년
식성도 서로 다르고
한 사물을 보며 느끼는것도 서로 다른 두사람이 함께 살며
늘 조용했던것은
서로 양보하고 이해 하며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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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결혼 28주년을 맞은 2003년 10월 12일날 저희 7회 알럽스클 모임방에 올렸던
글의 일부 입니다. 결혼식 사진, 갓 태어난 아가들 사진, 아이들의 어릴때 사진이랑 함께...
오늘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해서 연휴였던 지난 일요일 큰 아들이 운전하는 차 타고 시애틀에 가서
좋은 저녁시간 보내고 왔답니다.
미국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알링턴에 사는 동기가 있습니다.
그냥 입던옷으로 만나도 편한 친구...
내려가면서 시간있으면 함께 저녁먹자 전화하고.
친구 부부 만나
맛있는 저녁먹고
드라이브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아주 좋은밤 보내고 왔습니다.
집에서 오후 3시반에 떠나서 밤 11시 반에 돌아온 짧은 미국여행.
오고 가는시간 국경 통과 기다렸던 시간 다 빼고 나면 정작
시애틀에 머문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참 즐거웠습니다.
돌아오는길에 무척 아쉬웠던것은 송호문 선배님을 뵙지 못한것이지만...
홈피를 전혀 모르는 친구 부부와 다 함께 합석 한다는것이 서로에게
실례가 될찌 염려스러움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송호문 선배님을 어쩜 이해가 가기전에 짠 하고 뵐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LA 로 내려가는 자동차 여행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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