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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먹은 생선초밥이 탈이었는지 배는 싸르륵 싸르륵 수시로 아프고

뒷 골은 잡아당기듯 쿡쿡 쑤시며 더 나쁜 것은 시름시름 장기간 앓을 것 같은 방정맞은 예감.

일주일 전에 한 약속을 깰까 하는데  6월의 녹음을 돋보이게 할  빗줄기가  방해를 한다.

이런 날 한강다리를 건너면 근사할거야.북촌의 거리는 얼마나 분위기 있을까 생각하니

집에 누워 있을 수만은 없겠다싶어 약을 한 줌 먹고 출발했다.

 

 전망좋은 창가에 앉아  비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맛있는 점심을 먹고

유영교 추모전이 열리는 가나아트센타에 갔다.

조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손톱만큼도 없건만 첫눈에 오는 느낌이,

예를 들면 타지마할을 봤을 때 체험했던 명품이 감지될 때와 닮았다.

차갑고 딱딱한 돌로 만든 조각에서 그렇게도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지 놀라웠다.

 

`여인입상`은 매우 뚱뚱한 여인이 뒷짐지고 있는 모습

뚱뚱해서 보기 싫지 않고 귀엽고 다정하고 푸근하다.

떳떳한 뚱뚱함이라할까

이 느낌은 부부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 `동반`,`가족` 등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작품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두팔을 가슴에 맞닿게 붙인 채 한껏 쪼그리고 누운 여인상도 인상적이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어머니의 자궁으로 회귀하여 쉬고 싶은...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집안에 두면  가습기 역할을 멋지게 해낼  `샘`이란 작품들도 탐나는 것 중 하나

그런 작품 한 점 거실에 놓아두면  감성의 샘이 마르지 않을 것만 같다.

 

평론가들이 쓴 평을 읽어보니 다양성과 인간애(깊은 인간애의 충만함)라는 두 단어에 눈길이 멈춘다.

아! 그래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구나 

다양성을 인정하여 함께 어울리면서도  소위 내 과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어려운 소통은

`깊은 인간애의 충만함`으로 이해하며 포용하는게 익숙한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예술이란 감동이 없으면 생명력이 없는 것

사람들은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고양되고 순화되며 아름다움을 향해 또 한걸음 다가서지는 것이리라.

 

돌아오는 길에 휴매니티를 실천하고 있는  후배 학교에 둘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비오는 교정에 서있는 느티나무를 보니 어느샌가 아프던 골치가 사라지고 없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예술의 위대함을 느끼는 것 그리고 여행 

세가지가 앞으로 내가 누려야할 시간의 대부분이었으면 좋겠다는 팔자 늘어진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