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후에는 잠실에서 관광버스를 타야 한다.
인일 총동창회 봄 여행.
나는 갈 수밖에 없고,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어려운 선배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비겁할 정도의 상냥한 웃음을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
난 가고 싶지 않다.
난 아프고 싶고 쓰러지고 싶고 다치고 싶다.
숨어숨어 침잠해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난 내가 인일을 사랑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잡고 있어야 할 무엇이 여기에 있는지 난 알 수 없다.
나는 상처를 다스릴 능력이 없다.
내겐 그렇게 후한 희생이나 봉사의 정신이 있지도 않았다.
내게는 주어진 것에 대한 책임감이 좀 있었을 것이나
이 곳이 내가 있을 곳인지에 대해서 혼미한 지금은
그 무게감 있던 책임감이란 버려진 휴지처럼 의미 없이 가볍다.
한참 걸어가기 전인 이 시발점에서 잊혀지도록 해야 옳은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