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나를 속일지라도


그대가 나보다 키 크다고
아무리 능구렁이처럼
나를 얕보고 놀려대어도
그대를 사랑하는 맘을 바꿀 순 없다.

그대가 아무리 맘에 안 드는 성적표를 가져오고
죽어라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해대도
그대 믿는 내 맘을 변하게 할 순 없다.

그대가 양서 다 제쳐두고 만화책만 들고 있고
밤잠 설쳐가면 쓴 내 편지에
알았어요, 사랑해요 두 마디로 답장해도
그대 사랑하는 내 맘을 바꿀 순 없다.

이미 난 그대에게
아주 옛날부터
내가 평생 갚아도 모자랄 기쁨과 웃음의 채무자임을.

그대가 이 세상에 태어나 내게 눈맞추며 처음 웃어준 웃음이
그대가 목을 들고 짝짜꿍을 하며 걸음마를 하며 준 환희가
그대가 처음 엄마를 불러주었을 때의 감격이
그대가 처음 엄마 얼굴을 이쁘게 그려와 내밀었을 때의 감동이
그대가 매일 키 크고 마음 자라고 의젓해지며
내 어깨에 손을 두를 때의 듬직함이

이 모든 기쁨과 웃음과 환희들을
그대 내게 이미 주었으므로
지금 책상을 엉망으로 해놓고
양치도 안 하고 잠들어 있어도
아무리 말려도 화장실에 신문들고 들어가고
열심히 스크랩해 주어도 속독해버리고 말고
한번 내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부모로 취급하는 듯 고집부려도
아무리 그대가 내 속을 박박 긁어 놓아도
그대 염색체로 시작될 때부터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사랑해 온 내 맘을,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사랑할 내 맘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그대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큰 일을 할 것이며
누구보다 행복하고 누구에게나 행복을 줄 수 있는
멋진 이 될 것이라는
내 믿음을 쬐끔도 변화시킬 순 없다.

아무리 그래도 싹수있는 그대는 내 희망이다.
아무리 눈 내리깔고 입 내밀어도
그대는 내게 최고의 자랑거리이며 보물이며
최선의 삶의 재료이다.




몇년 전, 우리 아이가 나를 무지 힘들게 하던 때
어느 책에서 이 시를 읽고 너무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이 달라졌었어요
꼭 내 마음 같은 이 시가 마음에 안정을 주고 믿음을 주었던 기억이 더올라 올려 봅니다.

남 다 보내는 군대 입영 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까
맘이 뒤숭숭하고 심란하고,
말로 표현이 잘안되네요
아이앞에서는 짐짓 아무말도 안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면서 ......  
눈물이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