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봄날은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중년 고개를 넘긴 선후배가 함께 모여
마음 모아 사랑을 나누면서 알차게 이모작하는 곳입니다.다양함과 자유로움을 다 수용하는 것이 우리 봄날의 참모습입니다

뜰안채는 중년에 찾아 온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입니다.
아래에 있는 1장 ~4장의 내용을 이어서 엮어가는 소설이지요.
누구든지 마음이 내키시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소설의 내용들만 모아 놓는 곳이랍니다.
소설에 대한 주변적인 이야기를 쓰는 방은 따로 있습니다.
소설을 이어서 쓰시려면 댓글란에다
자기가 글을 쓰겠노라는 의사 표시를 하셔야 합니다.
바톤을 받는 것이지요.
바톤을 받지 않고 글을 쓰시면 자칫 중복이 돨까봐 그러지요.
기껏 힘들여 쓴 글이 덧니가 되면 속상하니까요.
가급적 이름답고 진솔한 중년의 삶을 그리는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모여서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더 할 수 없이 귀한 기회가 되지 않겠어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추억을 만드는 기쁨에 동참해 보세요.
2006.04.07 13:18:04 (*.234.131.250)
마침 도로도 한산하고 현우가 급하게 차를 몰아 준 덕분에
그리 어렵지 않게 9시에 떠나는 기차를 탈 수가 있었다.
급히 서둘러 뛰어오는 바람에 그랬는지 달큰하던 취기도 삭 가시고 새 정신이 들었다.
마침 창가 자리였다.
강희는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보았다.
현우가 차창 너머에서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불과 한나절 전에 만난것 같지 않은 친숙한 남자의 쓸쓸한 모습이었다.
같이 차를 타고 올라가자고 우겼어도 되는데
오히려 자기가 서둘러서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해 주는
고지식한 사람. 텅 빈섬. 바보.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강희는 문득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비어버린 것처럼 허전했다.
마치 오래된 연인과 작별을 하는 것같은 착각이.
흑백 영화 속의 이별 장면을 보는 것같은 슬픔이 밀려왔다.
이렇게 가고 나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기차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역 구내를 빠져나와 깜깜한 터널같은 밤 풍경 속으로 달려 나갔다.
바깥 풍경은 간 곳이 없고 창문은 야속한 거울이 되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 찬란한 슬픔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녀의 가슴 저켠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녀는 이 바람이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옷깃을 더 바짝 세우고 꼭꼭 여미는거야.
강희는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바람은 이미 옷깃을 파고 들어 그녀의 온 몸을 다 휘감아 버린 듯 했다.
어지러웠다.
아니 목이 말랐다.
아니 이유도 모를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기차는 앞으로 달리는데 그녀의 마음은 자꾸만 뒤에 두고 온 사람을 돌아 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차를 타고 같이 갈걸 그랬다.
그도 혼자서 먼 길을 가야 하는데 길동무라도 해 줄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가 보고 싶었다.
포근한 깃털처럼 느껴지던 그의 어깨에 다시 기대고 싶었다.
그는 이미 강희의 마음 속에서 먼산 같은 사람이 되었다.
몸은 아주 피곤한데 좀처럼 잠도 오지 않았다.
온몸이 으실으실 한게 병이 날 것 같았다.
차라리 아파서 며칠동안 누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한 기차는 어둠을 헤치며 뒤돌아 보지 않고 쏜살같이 달렸다.
그리 어렵지 않게 9시에 떠나는 기차를 탈 수가 있었다.
급히 서둘러 뛰어오는 바람에 그랬는지 달큰하던 취기도 삭 가시고 새 정신이 들었다.
마침 창가 자리였다.
강희는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보았다.
현우가 차창 너머에서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불과 한나절 전에 만난것 같지 않은 친숙한 남자의 쓸쓸한 모습이었다.
같이 차를 타고 올라가자고 우겼어도 되는데
오히려 자기가 서둘러서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해 주는
고지식한 사람. 텅 빈섬. 바보.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강희는 문득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비어버린 것처럼 허전했다.
마치 오래된 연인과 작별을 하는 것같은 착각이.
흑백 영화 속의 이별 장면을 보는 것같은 슬픔이 밀려왔다.
이렇게 가고 나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기차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역 구내를 빠져나와 깜깜한 터널같은 밤 풍경 속으로 달려 나갔다.
바깥 풍경은 간 곳이 없고 창문은 야속한 거울이 되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 찬란한 슬픔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녀의 가슴 저켠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녀는 이 바람이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옷깃을 더 바짝 세우고 꼭꼭 여미는거야.
강희는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바람은 이미 옷깃을 파고 들어 그녀의 온 몸을 다 휘감아 버린 듯 했다.
어지러웠다.
아니 목이 말랐다.
아니 이유도 모를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기차는 앞으로 달리는데 그녀의 마음은 자꾸만 뒤에 두고 온 사람을 돌아 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차를 타고 같이 갈걸 그랬다.
그도 혼자서 먼 길을 가야 하는데 길동무라도 해 줄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가 보고 싶었다.
포근한 깃털처럼 느껴지던 그의 어깨에 다시 기대고 싶었다.
그는 이미 강희의 마음 속에서 먼산 같은 사람이 되었다.
몸은 아주 피곤한데 좀처럼 잠도 오지 않았다.
온몸이 으실으실 한게 병이 날 것 같았다.
차라리 아파서 며칠동안 누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한 기차는 어둠을 헤치며 뒤돌아 보지 않고 쏜살같이 달렸다.
2006.04.08 20:53:57 (*.5.222.50)
진수가 온 후로 혜림은 눈코 뜰새가 없이 바빠졌다.
진수부부는 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친숙하였던 문사장이라는이의 조언을 받는 동시에
전문컨설팅업체에서 사전에 조사해 놓은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끝나면 바로 현장을
답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비서업무에 익숙한 혜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비서의 업무를 넘어
스탶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혜림은 잘 해내었다.
" 투자의 최종결과는 우리 몫이야.그 사람들의 조언은, 있을 수 있는 투자의 오류를 골라내
게 하는 것으로 족해."
혜림은 진수를 믿었다.
그는 자산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하고 수입이 많은 곳에 투자를 집중하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재주라기보다는 부지런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핵심을 골라냈다.
"여보, 당신 뭐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있어?" 어느날 진수가 물었다.
"호호, 갑자기 무슨?" 혜림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 지난 번에 펀드에서 회수한 돈을 국내에 송금하지 않았어? 근데 그 사이에 원달러 평가익이
생겨서...생각지 않던 돈이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니.."
"호호..내가 무슨..투자하는데나 신경쓰세요. 그게 무슨 장사해서 남은 것도 아니구.."
부부는 항상 의논했고 큰 투자건 작은 투자건 진수는 혜림의 의견을 존중했다.
혜림은 이번 일도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혜림은 진수를 믿었다.
그는 차갑게 생각한 후에 뜨겁게 일하는 사람이다. 일에서도 그랬고, 사람에게도 그랬다.
혜림은 자신이 귀국한 후에 먼 산의 경치에 넋을 빼앗긴 채 몇 개월을 보냈다는 생각으로
머쓱해 하기도 했지만, 진수는 오히려 혜림이 뜰안채를 가꾸어 약간의 유지비를 나오게한 것
에 크게 기뻐하면서 만족해 했다.
"여보, 당신은 내가 걱정하지 않고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디딤돌을 놓아주었어. 애썼네."
하면서 혜림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진수가 귀국해서는 상황이 빠르게 진전되었고 이미 몇 군데의 투자 적격지에는 계약을 위한
사전 조사가 진행되어 저녁 늦게 들어오는 진수의 가방은 언제나 묵직하였다.
" 부동산도 상품이야. 싸다고 사서는 안돼. 팔기 쉬운 걸 사야하지. 내 노력의 90%는 그런 일에 집중된다고 봐야해. 부동산에 한해서는 싸고 보기에 좋다는 것과 투자할 만 한 상품이라는 것이 틀려." 하였다.
매일 호텔을 집처럼 돌아오는 진수가 안스러워 꽃이라도 사다 꽂아 놓을 양이면 진수는,
"여보 고마워...당신은 항상 따뜻해..." 하고 고맙다는 표시를 하였다.
혜림으로서는 호텔이 집과 같지 않아서 무엇 하나 진수에게 뜻대로 해줄 수 없는 것이 불편하였다.
" 몰래 벙어리 강아지 한마리 데려올까? " 하며 혜림이 웃으며 말을 꺼내자, 진수는
"여보...막내 낳을까?" 하며 웃었다."
적어도 진수와 함께 있는 동안 만큼은 병인이 끼어들 사이는 없었다.
병인에게서도 어쩐 일인지 전화가 없었다.
진수부부는 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친숙하였던 문사장이라는이의 조언을 받는 동시에
전문컨설팅업체에서 사전에 조사해 놓은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끝나면 바로 현장을
답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비서업무에 익숙한 혜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비서의 업무를 넘어
스탶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혜림은 잘 해내었다.
" 투자의 최종결과는 우리 몫이야.그 사람들의 조언은, 있을 수 있는 투자의 오류를 골라내
게 하는 것으로 족해."
혜림은 진수를 믿었다.
그는 자산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하고 수입이 많은 곳에 투자를 집중하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재주라기보다는 부지런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핵심을 골라냈다.
"여보, 당신 뭐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있어?" 어느날 진수가 물었다.
"호호, 갑자기 무슨?" 혜림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 지난 번에 펀드에서 회수한 돈을 국내에 송금하지 않았어? 근데 그 사이에 원달러 평가익이
생겨서...생각지 않던 돈이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니.."
"호호..내가 무슨..투자하는데나 신경쓰세요. 그게 무슨 장사해서 남은 것도 아니구.."
부부는 항상 의논했고 큰 투자건 작은 투자건 진수는 혜림의 의견을 존중했다.
혜림은 이번 일도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혜림은 진수를 믿었다.
그는 차갑게 생각한 후에 뜨겁게 일하는 사람이다. 일에서도 그랬고, 사람에게도 그랬다.
혜림은 자신이 귀국한 후에 먼 산의 경치에 넋을 빼앗긴 채 몇 개월을 보냈다는 생각으로
머쓱해 하기도 했지만, 진수는 오히려 혜림이 뜰안채를 가꾸어 약간의 유지비를 나오게한 것
에 크게 기뻐하면서 만족해 했다.
"여보, 당신은 내가 걱정하지 않고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디딤돌을 놓아주었어. 애썼네."
하면서 혜림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진수가 귀국해서는 상황이 빠르게 진전되었고 이미 몇 군데의 투자 적격지에는 계약을 위한
사전 조사가 진행되어 저녁 늦게 들어오는 진수의 가방은 언제나 묵직하였다.
" 부동산도 상품이야. 싸다고 사서는 안돼. 팔기 쉬운 걸 사야하지. 내 노력의 90%는 그런 일에 집중된다고 봐야해. 부동산에 한해서는 싸고 보기에 좋다는 것과 투자할 만 한 상품이라는 것이 틀려." 하였다.
매일 호텔을 집처럼 돌아오는 진수가 안스러워 꽃이라도 사다 꽂아 놓을 양이면 진수는,
"여보 고마워...당신은 항상 따뜻해..." 하고 고맙다는 표시를 하였다.
혜림으로서는 호텔이 집과 같지 않아서 무엇 하나 진수에게 뜻대로 해줄 수 없는 것이 불편하였다.
" 몰래 벙어리 강아지 한마리 데려올까? " 하며 혜림이 웃으며 말을 꺼내자, 진수는
"여보...막내 낳을까?" 하며 웃었다."
적어도 진수와 함께 있는 동안 만큼은 병인이 끼어들 사이는 없었다.
병인에게서도 어쩐 일인지 전화가 없었다.
2006.04.09 17:27:43 (*.44.112.94)
병인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출장을 떠니는 바람에
공항에 도착해서야 결정적 자료를 가져오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며 문제를 수습하려 했으나
도저히 할 수가 없어 혼자라도 귀국해서
자료들을 전송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것도 미안한 것이지만
이렇듯 결정적인 실수를 한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생각되어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급히 귀가를 서두른 병인이 현관에서 들어서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불빛 하나없는 집안이 갑자기 썰렁하게 느껴지며
찬바람이 쏴 지나는듯 하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이 시간에 어디를 간거야?’
문득 오늘이 토요일 임을 상기하곤
‘부산에서의 행사로 좀 늦어지나보군.’ 하며 들어선다.
그간 전화 한번 하지 않은 사실을 떠 올리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의당 있어야 할 그녀가 없음이 좀은 당황스러워
급히 샤워를 하고 좀 있음 오겠지 하며 자리에 눕는다.
“꼬로록”
문득 오늘 하루종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기억하고
어슬렁 일어나 주방으로 향한다.
항상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과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가족의 모습이 간만에 병인을 미소짓게 한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꺼낸다.
오랜만에 맡는 라면 냄새에 계란도 하나 넣어 식탁에 앉는다.
아내가 있었음 반찬을 이것 저것 꺼내 차려 주겠건만
그리고 라면은 택도 없었을 것 이구만
냄비만 달랑 앞에 놓고 앉은 모습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니 이 사람은 언제 오는거야.’
처음으로 강희를 기다리는 자신이 짜증스러워 진다.
어느덧 시계는 12시를 지나고 있다.
문득 눈을 떠 옆을 보니 아직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앗다.
‘아니, 이여자가. 핸드폰도 받지 않고!’
2시도 지나 돌아온 강희는 현관에 놓여져 있는 병인의 구두를 보고
깜짝 놀랬다.
‘2주일의 출장은 어찌 된 것일까?’
살며시 안방을 열어보니 병인이 잠들어 있다.
강희는 살며시 베개를 들고 나온다.
병인은 당연희 어쩐일 이냐며 놀라워했을 그녀가
기척도 없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음과 낯설음을 느낀다.
누운체 병인은 갑자기 자신이 없는 동안
아내가 어찌 지냈을까 궁금해진다.
‘아내는 강하니까 나처럼 기다림이 힘들지 않을꺼야.
그녀는 결혼 후 내내 기다렸을테지?’
갑자기 화나던 마음도 잠시 그녀가 안스러워진다.
아내가 돌아왔음을 확인한 병인은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결정적 자료를 가져오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며 문제를 수습하려 했으나
도저히 할 수가 없어 혼자라도 귀국해서
자료들을 전송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것도 미안한 것이지만
이렇듯 결정적인 실수를 한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생각되어
비행기 안에서 내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급히 귀가를 서두른 병인이 현관에서 들어서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불빛 하나없는 집안이 갑자기 썰렁하게 느껴지며
찬바람이 쏴 지나는듯 하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이 시간에 어디를 간거야?’
문득 오늘이 토요일 임을 상기하곤
‘부산에서의 행사로 좀 늦어지나보군.’ 하며 들어선다.
그간 전화 한번 하지 않은 사실을 떠 올리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의당 있어야 할 그녀가 없음이 좀은 당황스러워
급히 샤워를 하고 좀 있음 오겠지 하며 자리에 눕는다.
“꼬로록”
문득 오늘 하루종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기억하고
어슬렁 일어나 주방으로 향한다.
항상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과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가족의 모습이 간만에 병인을 미소짓게 한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꺼낸다.
오랜만에 맡는 라면 냄새에 계란도 하나 넣어 식탁에 앉는다.
아내가 있었음 반찬을 이것 저것 꺼내 차려 주겠건만
그리고 라면은 택도 없었을 것 이구만
냄비만 달랑 앞에 놓고 앉은 모습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니 이 사람은 언제 오는거야.’
처음으로 강희를 기다리는 자신이 짜증스러워 진다.
어느덧 시계는 12시를 지나고 있다.
문득 눈을 떠 옆을 보니 아직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앗다.
‘아니, 이여자가. 핸드폰도 받지 않고!’
2시도 지나 돌아온 강희는 현관에 놓여져 있는 병인의 구두를 보고
깜짝 놀랬다.
‘2주일의 출장은 어찌 된 것일까?’
살며시 안방을 열어보니 병인이 잠들어 있다.
강희는 살며시 베개를 들고 나온다.
병인은 당연희 어쩐일 이냐며 놀라워했을 그녀가
기척도 없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음과 낯설음을 느낀다.
누운체 병인은 갑자기 자신이 없는 동안
아내가 어찌 지냈을까 궁금해진다.
‘아내는 강하니까 나처럼 기다림이 힘들지 않을꺼야.
그녀는 결혼 후 내내 기다렸을테지?’
갑자기 화나던 마음도 잠시 그녀가 안스러워진다.
아내가 돌아왔음을 확인한 병인은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2006.04.09 21:29:42 (*.44.112.94)
방안에 햇살이 환하게 비칠 때 병인은 무거운 눈을 뜬다.
의당 들려야 할 부엌에서의 소리도 냄새도 나지 않고
집은 텅 빈 것처럼 조용하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 벌떡 일어선다.
‘아니 이 사람이 어젠 그렇게 늦게 들어오고
아는체도 하지 않고 살며시 서재로 가더니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
주방과 욕실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서재 쪽에서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컴퓨터 앞에 아내가 앉아있다.
그런 아내가 또 왜 이리도 낯설게 느껴 질까?
병인은 문을 벌컥 열고
“아니 당신 뭐하는거야! 오랜만에 사람을 봤으면 아는 체라도 하고
한 낮이 되었으면 깨워서 식사라도 하라고 해야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네, 알았어요” 하며 일어서는 아내의 모습에
병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자꾸 아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걸까?’
병인은 갑자기 그녀를 품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일어서는 아내를 병인은 벌컥 끌어 안는다.
아내에게선 오늘따라 다른 냄새가 난다.
병인은 그녀를 잡고 침실로 향한다.
의당 들려야 할 부엌에서의 소리도 냄새도 나지 않고
집은 텅 빈 것처럼 조용하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 벌떡 일어선다.
‘아니 이 사람이 어젠 그렇게 늦게 들어오고
아는체도 하지 않고 살며시 서재로 가더니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
주방과 욕실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서재 쪽에서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컴퓨터 앞에 아내가 앉아있다.
그런 아내가 또 왜 이리도 낯설게 느껴 질까?
병인은 문을 벌컥 열고
“아니 당신 뭐하는거야! 오랜만에 사람을 봤으면 아는 체라도 하고
한 낮이 되었으면 깨워서 식사라도 하라고 해야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네, 알았어요” 하며 일어서는 아내의 모습에
병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자꾸 아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걸까?’
병인은 갑자기 그녀를 품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일어서는 아내를 병인은 벌컥 끌어 안는다.
아내에게선 오늘따라 다른 냄새가 난다.
병인은 그녀를 잡고 침실로 향한다.
2006.04.10 01:25:05 (*.189.227.130)
병인은 조금은 난폭하게 강희를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 그 녀의 입술을 빨기 시작하였다.
강희는 병인의 까칠한 수염이 무척이나 따갑게 느껴졌다.
젊었을때 그 와의 섹스는 병인이 항상 그 녀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요새는 거의 그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쩌다 한 번,그것도 채 몇 분도 넘기지 못하는 병인이었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일을 끝낸 병인은 담배를 물고 허공을 쳐다 보고 있었다.
강희는 그가 마치 딴 남자처럼 느껴졌다.
'어제 무슨 모임이 있었나?' 병인이 물었다.
'부산에 있는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강희는 황급히 대답했다.
순간 병인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당신 출장은 어땠어요' 강희는 급하게 화제를 바꾸었다.
'응 그냥' 그리고 병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녀의 입술을 빨기 시작하였다.
강희는 병인의 까칠한 수염이 무척이나 따갑게 느껴졌다.
젊었을때 그 와의 섹스는 병인이 항상 그 녀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요새는 거의 그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쩌다 한 번,그것도 채 몇 분도 넘기지 못하는 병인이었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일을 끝낸 병인은 담배를 물고 허공을 쳐다 보고 있었다.
강희는 그가 마치 딴 남자처럼 느껴졌다.
'어제 무슨 모임이 있었나?' 병인이 물었다.
'부산에 있는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강희는 황급히 대답했다.
순간 병인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당신 출장은 어땠어요' 강희는 급하게 화제를 바꾸었다.
'응 그냥' 그리고 병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2006.04.12 16:19:45 (*.17.204.40)
'.......'
'.......'
병인은 묻고 싶었다.
아내 강희란 여자는 이런 일은 없었다.
적어도 병인이 알고 있는 강희는 그녀의 움직임에 있어서 한번도 궁금증을 유발할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느낌은 병인에게는 적잖이 의문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대개는 어디서 누구와 만나 몇시에 들어왔다든지 얘기를 세세히 해주었고 ,
굳이 자신이 묻지 않더라도 귀가가 늦게 되면 황망히 몸을 움직이며 식사등을 묻고, 그 미안함을 충분히 전해줬었다.
그래서 한번도 강희의 생활에 대해 조그마한 의구심도 없었고, 그래서 병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가정과 애들은 병인의 머리속에서는 늘 존재하면서도 존재치 않는 신경외의 일이었었다.
그만큼 신경쓸 일 없이 잘 돌아갔었다.
그 위에 자신은 가장으로서 앉아 있었고, 식구들도 별 불만없이 잘 지낸 것 같았다.
자신이 무관심하다고는 생각안했다.
지금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인에게서 강희는 너무도 먼 타인의 느낌으로 느껴졌다.
특히 강희는 그녀가 느끼든 안느끼든, 원하든 원치않든 병인이 원하면 잠자리 자체도 내조라 생각하는 그녀인지라
그 순간만큼은 정숙한 이미지를 깨고 병인의 만족을 이끌어 냈었다.
가끔씩의 병인의 외도에서 만나는 여성들에게서 느끼는 만족이 절제되지 않은 환락적인 느낌이었다면
강희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쾌감은 나이가 들어감에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처음 만남에서의 첫 키스에서는 너무도 순수하여 이 여자의 손끝조차 범하면 안될 것 같은 성스러움을 느꼈었다.
그래서 결혼 첫날밤이 되기 이전의 강희와의 관계는 키스정도 밖에 못해 볼 정도로 신중했었다.
신혼때는 조금씩 눈뜨기 시작한 그녀의 벅찬 호흡으로 하여금 종종 밤을 새게 하였고,
애들을 낳은 후는 좀 더 관능적이 되어 새벽의 병인을 다시 한번 깨우게 하기도 했었다.
강희의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을 보며 병인은 편안하고 만족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남들에게서 왕왕 들려오는 '의무~'란 단어를 비웃었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병인은 대체적으로 만족했던 아내와의 관계에서 그 모든 것은 병인 자신이기 때문에.. 라고 생각했었다.
강희이기 때문에... 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것 저런 것 솔직히 신경을 안썼었다.
그저 손을 뻗으면 언제나 닿았고, 강희라면, 아내라면 남편이 손을 내밀면 당연히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 두어번의 관계에서 강희는 그렇지 않았다.
얼음 그 자체였다.
비록 그 상황이 평시의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자신을 버리듯 처연하게, 철저히 반응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의 아내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졌다.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마주 대하고 있을때의 잔잔한 미소는 이젠 없었다.
애들이 동시에 나가는 바람에 그 공백이 커서 그런가?
그렇더라도 오늘과 같은 경우, 병인이 하루든 열흘이든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 병인이 그 계획을 바꿔
다시 오더라도 늘 그자리에 있었다. 냉장고가 비워 있었던 적도 없었다.
혹시 그녀가 일이 길어지더라도 식구들이 어렵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놓고 일을 봤었다.
그런데 그녀가 달라졌다. 변했다.
무엇 때문에? 애들 때문에?
그녀가 혜림의 존재를 눈치 챈건가?
저번의 병인의 외도를 느낀걸까?
그날 몽롱하게 기억하는 것은 가물가물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 그녀의 화장실에서의 샤워소리,
들릴락 말락한 흐느낌을 들었었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았었다. 잊고 있었다.
지금은 또 어떤가?
한밤에 들어와서, 그것도 예정에 없이 병인이 와 있었고, 그러면 당연히 놀랍고 반가워 했어야 할 그녀다.
게다가 베개를 들고 다른 방으로 가서 잔다는 것,
낮이 되도록 식사 준비 할 생각도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든지,
밥을 달라는 사람에게 별 미안함도 없이 간단히 한마디로 끝을 냈다.
조용하지만 그녀의 반항이 느껴졌다.
'.......'
병인은 묻고 싶었다.
아내 강희란 여자는 이런 일은 없었다.
적어도 병인이 알고 있는 강희는 그녀의 움직임에 있어서 한번도 궁금증을 유발할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느낌은 병인에게는 적잖이 의문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대개는 어디서 누구와 만나 몇시에 들어왔다든지 얘기를 세세히 해주었고 ,
굳이 자신이 묻지 않더라도 귀가가 늦게 되면 황망히 몸을 움직이며 식사등을 묻고, 그 미안함을 충분히 전해줬었다.
그래서 한번도 강희의 생활에 대해 조그마한 의구심도 없었고, 그래서 병인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가정과 애들은 병인의 머리속에서는 늘 존재하면서도 존재치 않는 신경외의 일이었었다.
그만큼 신경쓸 일 없이 잘 돌아갔었다.
그 위에 자신은 가장으로서 앉아 있었고, 식구들도 별 불만없이 잘 지낸 것 같았다.
자신이 무관심하다고는 생각안했다.
지금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인에게서 강희는 너무도 먼 타인의 느낌으로 느껴졌다.
특히 강희는 그녀가 느끼든 안느끼든, 원하든 원치않든 병인이 원하면 잠자리 자체도 내조라 생각하는 그녀인지라
그 순간만큼은 정숙한 이미지를 깨고 병인의 만족을 이끌어 냈었다.
가끔씩의 병인의 외도에서 만나는 여성들에게서 느끼는 만족이 절제되지 않은 환락적인 느낌이었다면
강희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쾌감은 나이가 들어감에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처음 만남에서의 첫 키스에서는 너무도 순수하여 이 여자의 손끝조차 범하면 안될 것 같은 성스러움을 느꼈었다.
그래서 결혼 첫날밤이 되기 이전의 강희와의 관계는 키스정도 밖에 못해 볼 정도로 신중했었다.
신혼때는 조금씩 눈뜨기 시작한 그녀의 벅찬 호흡으로 하여금 종종 밤을 새게 하였고,
애들을 낳은 후는 좀 더 관능적이 되어 새벽의 병인을 다시 한번 깨우게 하기도 했었다.
강희의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을 보며 병인은 편안하고 만족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남들에게서 왕왕 들려오는 '의무~'란 단어를 비웃었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병인은 대체적으로 만족했던 아내와의 관계에서 그 모든 것은 병인 자신이기 때문에.. 라고 생각했었다.
강희이기 때문에... 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것 저런 것 솔직히 신경을 안썼었다.
그저 손을 뻗으면 언제나 닿았고, 강희라면, 아내라면 남편이 손을 내밀면 당연히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 두어번의 관계에서 강희는 그렇지 않았다.
얼음 그 자체였다.
비록 그 상황이 평시의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자신을 버리듯 처연하게, 철저히 반응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의 아내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졌다.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마주 대하고 있을때의 잔잔한 미소는 이젠 없었다.
애들이 동시에 나가는 바람에 그 공백이 커서 그런가?
그렇더라도 오늘과 같은 경우, 병인이 하루든 열흘이든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 병인이 그 계획을 바꿔
다시 오더라도 늘 그자리에 있었다. 냉장고가 비워 있었던 적도 없었다.
혹시 그녀가 일이 길어지더라도 식구들이 어렵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놓고 일을 봤었다.
그런데 그녀가 달라졌다. 변했다.
무엇 때문에? 애들 때문에?
그녀가 혜림의 존재를 눈치 챈건가?
저번의 병인의 외도를 느낀걸까?
그날 몽롱하게 기억하는 것은 가물가물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 그녀의 화장실에서의 샤워소리,
들릴락 말락한 흐느낌을 들었었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았었다. 잊고 있었다.
지금은 또 어떤가?
한밤에 들어와서, 그것도 예정에 없이 병인이 와 있었고, 그러면 당연히 놀랍고 반가워 했어야 할 그녀다.
게다가 베개를 들고 다른 방으로 가서 잔다는 것,
낮이 되도록 식사 준비 할 생각도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든지,
밥을 달라는 사람에게 별 미안함도 없이 간단히 한마디로 끝을 냈다.
조용하지만 그녀의 반항이 느껴졌다.
2006.04.12 16:21:44 (*.17.204.40)
"부산에 친구 있었어?"
"네."
"누구? 나도 모르는 친구 있었어?"
"내 친구 다 알아요? 나도 당신 친구 다 모르잖아요."
"그래도... , 누구? 대학 친구?"
갑자기 집요하게 묻는 자신이 우스웠다. 알면 뭐할껀데?
그녀 말이 맞았다.
병인이 그녀에 대해 뭘 알고 싶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친구에 대해서는 가끔 부부 모임에서 만나는
몇 안되는 친구가 전부였었다.
그래도 병인의 물음에 강희의 도발적이다 못해 도전적인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녀가 새삼 다시 보였다.
오른쪽으로 약간 얼굴을 돌려 그녀를 봤다.
발끝의 벽 끝으로 시선을 두었지만 그녀의 눈의 촛점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표정으론 그녀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석고로 얼굴을 본뜨고 빼낸 순간의 표정, 그 자체였다.
나 혼자서 흥분했었나?
비록 몇분 안되는 행위였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붉은 홍조는 찾아볼 수가 없고 오히려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알면 안되는 사람이야?"
"그런게 어딨어요? 아니에요, 언젠가 말한적 있죠? 왜 그... 결혼 전 우리 윗층에 살던 집이요,
나랑 동갑내기 있다고 했잖아요? 그 엄마랑 우리 엄마랑 아주 친한 집 말에요. 내가 언젠가 말했을텐데?"
"응. 그 명주라는 친구?"
"네, 피아노 전공하고. 매일 그 애 피아노 소리에 잠이 들었었죠."
강희의 가슴이 뛴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게 되다니. 그것도 거침없이.
어떻게 이렇게 순간 명주를 생각했을까?
분명 병인에게 명주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느 피아노음악회에 갔다가 피아노를 치는 명주를 떠올리고 그날 밤 집에 오는 길에 얘기를 했었다.
그것이 이 순간에 강희의 처지를 모면케 해주다니.
"결혼식 끝내고 오려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명주가 늘 저를 보고 싶어한다고 부산에 내려간 김에 들러 오라고요."
"공부하는 남편을 따라 외국서 살다가 아마 20여년전 남편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는데
한번도 못봤었거든요. 다음에 서울에 한번 올라오라고 했어요."
"응, 그랬어? 잘했어."
"근데 어떻게 금방 명주 이름을 기억해 내요?"
"당신 친구가 몇 없는데, 그 정도 기억도 못해내나?"
그렇지. 이 여자의 행동반경은 뻔하다.
결국은 내가 아는 수준의 일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이번엔 뭔가 좀 다르다.
그녀의 태도가 다르다.
이렇도록 별 얘기 아니었는데도 얘기를 듣기 전의 자신의 마음이 그토록 불안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얘기를 들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도 마음속 한켠이 풀리지 않은 실타래가 엉켜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끝이 없을 듯한 무표정이 더욱 그렇다.
"그러면 전화좀 해주지 그랬어?"
"왜요? 난 당연히 당신이 출장중인줄 알았어요. 그리고 당신도 며칠동안 전화가 없길래 많이 바쁜줄 알고
일부러 안했어요. 괜히 전화하고 그러면 신경 쓸까봐."
"응, 그렇지. 그래. 미안해. 그래도 밤 12시가 넘도록 안 들어오길래 걱정했었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가.
장모님께 전화해 보려 했지만 혹시 놀라실까봐, 부산 고모님 댁에도 일부러 전화 안했어.
피치못할 일이 있겠지 생각했어. 괜히 노인네들 걱정 끼칠 일 없으니까."
"저에게 피치 못할 일이 뭐 있겠어요? 매일 그날이 그날인데. 당신 손바닥 안 아니에요?"
" ? "
"그렇잖아요? 내가 뛰어야 벼룩이죠. 거기서 빼서 거기다 도로 박고 불을 보듯 훤한 생활인데, 내게
피치 못할 일이 뭐 있겠어요?"
" ? "
"당신이 원하면 내가 몸살이 나서 온 몸이 맞은 것같이 아프든 불덩어리가 되든 당신이 원한다면,
하루종일 어머님네서 김장을 담그고 파죽음이 되어 기어 들어온 날 손 마디마디 부스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준희가 아파서 밤새 간호할때 간신히 새벽에 눈 붙였는데 당신은 밤새 자고 일어나서
또 원했죠.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언제나 응했어요. 나에게 피치 못할 일이 뭐 있나요?"
그녀의 왼손에 힘이 주어졌다.
그녀의 왼손이 침대시트를 조용히, 강하게 움켜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차분하면서도 은근히 병인을 나무라는 듯한 말투에 병인은 당황스러웠다.
지금 어떤 상황이 그녀를 이토록 그녀 답지 않은 상태를 만들었을까?
전 같으면 이 보다 더한 상황이었더라도 병인의 미안하단 한마디면 오케이 였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자신이 무언가 그녀에게 화를 낼 만한 일을 한건가?
예상에 없이 돌아온 것 때문에?
강제적인 잠자리에?
그래도 자신이 아는 아내 강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애들이 집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애들이 하나 둘 집을 떠날때 무언가 이상했었지만 애들과 헤어지는 상황이라서 그러려니 치부했었다.
그때 다독이지 못한 자신을 잠시 돌아 보았지만 그런 일은 이 가정에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 만큼 강희는 병인의 눈에는 강해보였다. 겉으로는.
그래서 또 병인은 가정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별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를 다시 돌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띄었다. 흥분한 것일까? 화가 나 보였다.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녀가 화가났다. 화가 났든 안났든 지금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화가 난 모습에, 그녀의 색다른 모습에, 신혼 첫날의 처음 접하는
그 느낌으로 다시금 병인의 마음에 불이 일어났다.
아랫배 단전에서 부터 꿈틀거리며 조그만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그 파동은 심장을 향해 치달으며 강한 요동을 쳤다.
강희의 가슴부근까지 덮혀져 있는 이불을 와락 걷어 치우고 무방비 상태의 그녀의 몸을 샅샅히 눈으로 훑었다.
"네."
"누구? 나도 모르는 친구 있었어?"
"내 친구 다 알아요? 나도 당신 친구 다 모르잖아요."
"그래도... , 누구? 대학 친구?"
갑자기 집요하게 묻는 자신이 우스웠다. 알면 뭐할껀데?
그녀 말이 맞았다.
병인이 그녀에 대해 뭘 알고 싶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친구에 대해서는 가끔 부부 모임에서 만나는
몇 안되는 친구가 전부였었다.
그래도 병인의 물음에 강희의 도발적이다 못해 도전적인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녀가 새삼 다시 보였다.
오른쪽으로 약간 얼굴을 돌려 그녀를 봤다.
발끝의 벽 끝으로 시선을 두었지만 그녀의 눈의 촛점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표정으론 그녀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석고로 얼굴을 본뜨고 빼낸 순간의 표정, 그 자체였다.
나 혼자서 흥분했었나?
비록 몇분 안되는 행위였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붉은 홍조는 찾아볼 수가 없고 오히려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알면 안되는 사람이야?"
"그런게 어딨어요? 아니에요, 언젠가 말한적 있죠? 왜 그... 결혼 전 우리 윗층에 살던 집이요,
나랑 동갑내기 있다고 했잖아요? 그 엄마랑 우리 엄마랑 아주 친한 집 말에요. 내가 언젠가 말했을텐데?"
"응. 그 명주라는 친구?"
"네, 피아노 전공하고. 매일 그 애 피아노 소리에 잠이 들었었죠."
강희의 가슴이 뛴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게 되다니. 그것도 거침없이.
어떻게 이렇게 순간 명주를 생각했을까?
분명 병인에게 명주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느 피아노음악회에 갔다가 피아노를 치는 명주를 떠올리고 그날 밤 집에 오는 길에 얘기를 했었다.
그것이 이 순간에 강희의 처지를 모면케 해주다니.
"결혼식 끝내고 오려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명주가 늘 저를 보고 싶어한다고 부산에 내려간 김에 들러 오라고요."
"공부하는 남편을 따라 외국서 살다가 아마 20여년전 남편 고향인 부산에 정착했다는데
한번도 못봤었거든요. 다음에 서울에 한번 올라오라고 했어요."
"응, 그랬어? 잘했어."
"근데 어떻게 금방 명주 이름을 기억해 내요?"
"당신 친구가 몇 없는데, 그 정도 기억도 못해내나?"
그렇지. 이 여자의 행동반경은 뻔하다.
결국은 내가 아는 수준의 일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이번엔 뭔가 좀 다르다.
그녀의 태도가 다르다.
이렇도록 별 얘기 아니었는데도 얘기를 듣기 전의 자신의 마음이 그토록 불안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얘기를 들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도 마음속 한켠이 풀리지 않은 실타래가 엉켜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끝이 없을 듯한 무표정이 더욱 그렇다.
"그러면 전화좀 해주지 그랬어?"
"왜요? 난 당연히 당신이 출장중인줄 알았어요. 그리고 당신도 며칠동안 전화가 없길래 많이 바쁜줄 알고
일부러 안했어요. 괜히 전화하고 그러면 신경 쓸까봐."
"응, 그렇지. 그래. 미안해. 그래도 밤 12시가 넘도록 안 들어오길래 걱정했었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가.
장모님께 전화해 보려 했지만 혹시 놀라실까봐, 부산 고모님 댁에도 일부러 전화 안했어.
피치못할 일이 있겠지 생각했어. 괜히 노인네들 걱정 끼칠 일 없으니까."
"저에게 피치 못할 일이 뭐 있겠어요? 매일 그날이 그날인데. 당신 손바닥 안 아니에요?"
" ? "
"그렇잖아요? 내가 뛰어야 벼룩이죠. 거기서 빼서 거기다 도로 박고 불을 보듯 훤한 생활인데, 내게
피치 못할 일이 뭐 있겠어요?"
" ? "
"당신이 원하면 내가 몸살이 나서 온 몸이 맞은 것같이 아프든 불덩어리가 되든 당신이 원한다면,
하루종일 어머님네서 김장을 담그고 파죽음이 되어 기어 들어온 날 손 마디마디 부스러질 것 같은
순간에도, 준희가 아파서 밤새 간호할때 간신히 새벽에 눈 붙였는데 당신은 밤새 자고 일어나서
또 원했죠.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언제나 응했어요. 나에게 피치 못할 일이 뭐 있나요?"
그녀의 왼손에 힘이 주어졌다.
그녀의 왼손이 침대시트를 조용히, 강하게 움켜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차분하면서도 은근히 병인을 나무라는 듯한 말투에 병인은 당황스러웠다.
지금 어떤 상황이 그녀를 이토록 그녀 답지 않은 상태를 만들었을까?
전 같으면 이 보다 더한 상황이었더라도 병인의 미안하단 한마디면 오케이 였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자신이 무언가 그녀에게 화를 낼 만한 일을 한건가?
예상에 없이 돌아온 것 때문에?
강제적인 잠자리에?
그래도 자신이 아는 아내 강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애들이 집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애들이 하나 둘 집을 떠날때 무언가 이상했었지만 애들과 헤어지는 상황이라서 그러려니 치부했었다.
그때 다독이지 못한 자신을 잠시 돌아 보았지만 그런 일은 이 가정에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 만큼 강희는 병인의 눈에는 강해보였다. 겉으로는.
그래서 또 병인은 가정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별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를 다시 돌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띄었다. 흥분한 것일까? 화가 나 보였다.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녀가 화가났다. 화가 났든 안났든 지금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화가 난 모습에, 그녀의 색다른 모습에, 신혼 첫날의 처음 접하는
그 느낌으로 다시금 병인의 마음에 불이 일어났다.
아랫배 단전에서 부터 꿈틀거리며 조그만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그 파동은 심장을 향해 치달으며 강한 요동을 쳤다.
강희의 가슴부근까지 덮혀져 있는 이불을 와락 걷어 치우고 무방비 상태의 그녀의 몸을 샅샅히 눈으로 훑었다.
2006.04.12 16:24:04 (*.17.204.40)
"그만, 그만.... 제발....."
"여보, 사랑해."
"싫어요, 이제... 그만, 그만해요."
막무가내로 입을 막는 병인의 호흡에 완강히 병인의 가슴을 막던 두손에 힘이 빠졌다.
예상치 못한 아까보다 몇배 더 강해진 거친 몸놀림에 강희는 최근에 느껴보지 못했던 흥분이 느껴졌다.
이게 얼마 만인가? 이런 느낌이.
그와의 잠자리에서 강희는 만족도 불만족도 아니었다.
섹스조차도 생활의 일부분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부부된 도리라 생각 했었기 때문에
마지막 느낌을 받든 안받든, 설령 거짓 오르가즘이라도 병인에게 만족함을 느끼게 해주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희의 행위는 수동적이었지만 병인에게는 충분히 만족감과 편안함을 주었었다.
"여보, 여보, 사랑해. 사랑해."
아까와는 상황이 틀렸다.
벌건 대낮의 환한 상태에서의 행위도 드믄데다 수도 없이 사랑한다는 병인의 속삭임에 강희는 최면에 빠져들었다.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두방망이 질을 했다.
이 사람도 이런 말을 할줄 알았나?
가끔 잠자리에서 다른 여성의 냄새가 느껴진 적이 있었지만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농담으로라도 묻고 싶었지만 질투스러운 느낌을 주기가 싫었었다.
그런 날엔 어쩌다 한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오늘, 좀전과 달리 지금 이 순간엔 틀렸다.
그것도 처음의 몇분만에 끝난 행위와는 그 농도가 틀렸다.
그래, 즐기자. 지금 이 순간은 다 잊고 즐기자.
집요하게 파고드는 병인을 받아들였다.
병인의 머리를 감싸안고 깊고 긴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심장에서 근래 드물게 터질듯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희의 온 몸이 마치 쵸코렛인양 병인의 혀가 닿았다.
그의 몸 일부가 강희의 몸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강희의 몸으로 수도없이 땀이 떨어졌다. 얼굴로 몸으로 비를 쏟듯 그의 열은 물이 되어 강희를 적셨다.
비디오 속의 여자보다도 더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강희의 호흡에 병인은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강희 또한 그렇게 느껴져 보였다.
'현우씨~'
마지막 순간에 강희의 입술 안쪽으로 현우의 이름이 달싹여 졌다.
"여보, 사랑해."
"싫어요, 이제... 그만, 그만해요."
막무가내로 입을 막는 병인의 호흡에 완강히 병인의 가슴을 막던 두손에 힘이 빠졌다.
예상치 못한 아까보다 몇배 더 강해진 거친 몸놀림에 강희는 최근에 느껴보지 못했던 흥분이 느껴졌다.
이게 얼마 만인가? 이런 느낌이.
그와의 잠자리에서 강희는 만족도 불만족도 아니었다.
섹스조차도 생활의 일부분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부부된 도리라 생각 했었기 때문에
마지막 느낌을 받든 안받든, 설령 거짓 오르가즘이라도 병인에게 만족함을 느끼게 해주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희의 행위는 수동적이었지만 병인에게는 충분히 만족감과 편안함을 주었었다.
"여보, 여보, 사랑해. 사랑해."
아까와는 상황이 틀렸다.
벌건 대낮의 환한 상태에서의 행위도 드믄데다 수도 없이 사랑한다는 병인의 속삭임에 강희는 최면에 빠져들었다.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두방망이 질을 했다.
이 사람도 이런 말을 할줄 알았나?
가끔 잠자리에서 다른 여성의 냄새가 느껴진 적이 있었지만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농담으로라도 묻고 싶었지만 질투스러운 느낌을 주기가 싫었었다.
그런 날엔 어쩌다 한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오늘, 좀전과 달리 지금 이 순간엔 틀렸다.
그것도 처음의 몇분만에 끝난 행위와는 그 농도가 틀렸다.
그래, 즐기자. 지금 이 순간은 다 잊고 즐기자.
집요하게 파고드는 병인을 받아들였다.
병인의 머리를 감싸안고 깊고 긴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심장에서 근래 드물게 터질듯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희의 온 몸이 마치 쵸코렛인양 병인의 혀가 닿았다.
그의 몸 일부가 강희의 몸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강희의 몸으로 수도없이 땀이 떨어졌다. 얼굴로 몸으로 비를 쏟듯 그의 열은 물이 되어 강희를 적셨다.
비디오 속의 여자보다도 더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강희의 호흡에 병인은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강희 또한 그렇게 느껴져 보였다.
'현우씨~'
마지막 순간에 강희의 입술 안쪽으로 현우의 이름이 달싹여 졌다.
2006.04.12 16:24:40 (*.17.204.40)
자는지 눈을 감고 있는 병인 옆을 빠져나와 땀으로 흥건한 몸을 샤워기에 맡겼다.
이 시간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한창 흥분한 그 순간에 현우의 이름이 떠오르고.
그를 생각하다 보니 그 느낌이 너무 커서 병인을 안고 현우의 이름을 내뱉을 뻔했다.
갑자기 그가 보고 싶었다.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을까?
이 순간에 혹시 내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전화를 하고 싶었다.
부엌에서 손으론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강희의 머리속은 현우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의 헤어스타일, 그의 밝은 쉐타, 그의 목소리, 운전하는 손, 잔잔한 허밍, 강희를 바라다 보던 수줍은 모습,
특히 칵테일 바에서의 그의 다정한 행동 한가지 한가지가 또렷이 떠올랐다.
더불어 칵테일 바 여주인의 표정없는 눈초리가 생각이 났다.
'강하영', 바 입구에 있는 등록증에서 본 그녀 이름이다.
본명일까? 이름이 아름답다. 그것 조차 유쾌하지 않으니 별일이다.
틀림없이 그녀는 현우를 마음 깊숙히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현우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거의 확실했다.
정말 현우 말대로 내가 질투를 하는건가?
왜 그녀가 자꾸 맘에 밟히는지 모를 일이다.
아직도 아랫배 부분은 병인의 강한 부분의 느낌이 남아 있어서 움직일때 마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입 주변은 그의 따가운 수염으로 비벼져 아직도 얼얼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식사해요."
침대로 다가가서 병인을 깨웠다.
씻지도 않은 채 병인은 의자에 앉았다.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병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았다.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이는 못속이는걸까? 출장일이 뭔가 잘못 된걸까? 크게 알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 모습이 전과 같이 안타깝지 않았다. 왠일일까?
강희는 자신이 이기주의자가 되어가는 듯했다.
좀전의 불같은 시간은 다시 과거가 되어 그들 밥상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말없이 식사작업이 끝났다.
병인이 샤워를 하는 사이 강희는 컴퓨터를 켰다.
언제부턴지 컴퓨터의 시그널 음악은 강희에게는 꿈의 속삭임처럼 설레임을 줬다.
전엔 안그랬는데, 이번엔 병인의 눈치가 보였다.
강희에게 처음으로 비밀이 생긴 것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한창 흥분한 그 순간에 현우의 이름이 떠오르고.
그를 생각하다 보니 그 느낌이 너무 커서 병인을 안고 현우의 이름을 내뱉을 뻔했다.
갑자기 그가 보고 싶었다.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을까?
이 순간에 혹시 내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전화를 하고 싶었다.
부엌에서 손으론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강희의 머리속은 현우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의 헤어스타일, 그의 밝은 쉐타, 그의 목소리, 운전하는 손, 잔잔한 허밍, 강희를 바라다 보던 수줍은 모습,
특히 칵테일 바에서의 그의 다정한 행동 한가지 한가지가 또렷이 떠올랐다.
더불어 칵테일 바 여주인의 표정없는 눈초리가 생각이 났다.
'강하영', 바 입구에 있는 등록증에서 본 그녀 이름이다.
본명일까? 이름이 아름답다. 그것 조차 유쾌하지 않으니 별일이다.
틀림없이 그녀는 현우를 마음 깊숙히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현우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거의 확실했다.
정말 현우 말대로 내가 질투를 하는건가?
왜 그녀가 자꾸 맘에 밟히는지 모를 일이다.
아직도 아랫배 부분은 병인의 강한 부분의 느낌이 남아 있어서 움직일때 마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입 주변은 그의 따가운 수염으로 비벼져 아직도 얼얼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식사해요."
침대로 다가가서 병인을 깨웠다.
씻지도 않은 채 병인은 의자에 앉았다.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병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았다.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이는 못속이는걸까? 출장일이 뭔가 잘못 된걸까? 크게 알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 모습이 전과 같이 안타깝지 않았다. 왠일일까?
강희는 자신이 이기주의자가 되어가는 듯했다.
좀전의 불같은 시간은 다시 과거가 되어 그들 밥상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말없이 식사작업이 끝났다.
병인이 샤워를 하는 사이 강희는 컴퓨터를 켰다.
언제부턴지 컴퓨터의 시그널 음악은 강희에게는 꿈의 속삭임처럼 설레임을 줬다.
전엔 안그랬는데, 이번엔 병인의 눈치가 보였다.
강희에게 처음으로 비밀이 생긴 것이다.
2006.04.12 16:25:59 (*.17.204.40)
강희는 병인이 욕실에서 나오는 기척에 신경을 쓰며 메일을 훑어 보았다.
가슴이 두근 두근 했지만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여러개의 메일이 전부 선전메일인 것을 확인하곤 내심 실망하며 컴푸터를 꺼버렸다.
일요일 오후 내내 병인은 시차 때문인지 피곤하다며 침대에서 뭉기적 거렸다.
~그렇게 에너지를 쏟고 안 피곤하면 이상한거지~
강희는 행복한 기분이 아닌 씁쓸한 기분이 되어 중얼거렸다
그의 피곤함을 풀어주려는 어떤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았다.
병인이 출근하고 난 월요일 아침 강희는 현우의 메일을 읽을수 있었다.
"빈 섬~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는군요.
당신을 보내고 난 뒤 호텔로 다시 돌아왔읍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밤길이 너무 적막 할것 같고, 동이 틀때 출발하고 싶어서요.
어제 오면서 가버린 아내와 많은 얘기를 했답니다.
"여보. 이젠 나 떠나 보내세요"
그렇게 말하더군요.
내게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주어질줄 몰랐읍니다.
당신이 도망가버리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읍니다.
그냥 지금 그 자리에 있어만 준다면 ~
- 현우-
강희는 즉시 답장을 썼다.
"현우씨~
메일 잘 받았어요.
집에 오니 새벽 2시가 다 됬더라구요.
저한테도 소중한 하루 였답니다.
제가 당신께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됬음 좋겠네요.
식사 대충 때우지 말고 건강 하셔야 해요.
안녕히~
그녀는 "당신의 강희" 라고 썼다가 깜짝 놀라 지워버렸다.
아직도 현우의 체온이 배어있는 자켓의 감촉이. 섬세한 손의 감촉이, 견고한 어깨의 감촉이 가셔지지 않았다.
두렵지만 어느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희는 그 감촉이 날아가 버릴세라 오후 내내 거실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강희의 가슴에는 찬란한 보석을 품고 있듯 충만한 기쁨과 꿈틀거리는 죄의식의 예리한 칼날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인 동시에 딱 그만큼인 고통이었다.
쇼팽의 "야상곡"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거실에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 두근 했지만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여러개의 메일이 전부 선전메일인 것을 확인하곤 내심 실망하며 컴푸터를 꺼버렸다.
일요일 오후 내내 병인은 시차 때문인지 피곤하다며 침대에서 뭉기적 거렸다.
~그렇게 에너지를 쏟고 안 피곤하면 이상한거지~
강희는 행복한 기분이 아닌 씁쓸한 기분이 되어 중얼거렸다
그의 피곤함을 풀어주려는 어떤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았다.
병인이 출근하고 난 월요일 아침 강희는 현우의 메일을 읽을수 있었다.
"빈 섬~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걱정이 되는군요.
당신을 보내고 난 뒤 호텔로 다시 돌아왔읍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밤길이 너무 적막 할것 같고, 동이 틀때 출발하고 싶어서요.
어제 오면서 가버린 아내와 많은 얘기를 했답니다.
"여보. 이젠 나 떠나 보내세요"
그렇게 말하더군요.
내게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주어질줄 몰랐읍니다.
당신이 도망가버리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읍니다.
그냥 지금 그 자리에 있어만 준다면 ~
- 현우-
강희는 즉시 답장을 썼다.
"현우씨~
메일 잘 받았어요.
집에 오니 새벽 2시가 다 됬더라구요.
저한테도 소중한 하루 였답니다.
제가 당신께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됬음 좋겠네요.
식사 대충 때우지 말고 건강 하셔야 해요.
안녕히~
그녀는 "당신의 강희" 라고 썼다가 깜짝 놀라 지워버렸다.
아직도 현우의 체온이 배어있는 자켓의 감촉이. 섬세한 손의 감촉이, 견고한 어깨의 감촉이 가셔지지 않았다.
두렵지만 어느새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희는 그 감촉이 날아가 버릴세라 오후 내내 거실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강희의 가슴에는 찬란한 보석을 품고 있듯 충만한 기쁨과 꿈틀거리는 죄의식의 예리한 칼날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인 동시에 딱 그만큼인 고통이었다.
쇼팽의 "야상곡"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거실에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2006.04.13 12:21:30 (*.234.131.250)
* 제 8장 : 허물 벗어두고 가다
동그스름하고 콧날이 오똑한 여자애의 얼굴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애 옆에서 시종 입이 벌어져 있던 아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낯설었다.
그렇게 들떠있는 아들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 아빠, 이쪽은 제가 지난 번에 말씀 드렸던 지현이예요.
지금 대전에서 한의대에 다니고 있는...."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현우는 여자애의 얼굴을 다시 한번 찬찬히 뜯어 보며 손을 내밀었다.
눈썹 숱이 많고 쌍꺼풀이 없는 눈이 총명해 보였다.
나이에 비해 표정이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애띤 맛은 없었다.
여자애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눈으로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
그녀의 체격에 비해 작고 통통한 손이 따뜻하고 보드라웠다.
"우리 상민이가 왜 뜬금없이 대전에 있는 대학원을 가겠다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이게 다 지현양 때문이죠?"
"아니예요. 아버님...
상민이가 하고 싶은 전공이 카이스트에 있어서 내려 오는 거라고 했어요."
"그래도 지현양이 서울에 있었으면 굳이 대전까지 오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현우의 말에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으로 대답을 했다.
눈빛이 살아 있어서 자신감이 느껴지는 그 모습이 현우의 마음에 들었다.
상민이 말로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힘들게 키웠다고 했는데
그녀의 모습 어디에도 어렵게 자란 티가 조금도 없이 당당해 보여서 좋았다.
그녀는 상민이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오늘은 모처럼 아빠가 한 턱 내려고 왔으니까 맛있는 걸루 많이 시키자."
현우의 말에 젊은 애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면접 시험에 합격을 한 것같은 표정.
그러고 보니 오늘은 현우가 면접관인 셈이었다.
현우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는 모습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었다.
아들과 그의 연인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도 잘 어울렸다.
맛있게 먹는 상민이 얼굴에 생기가 넘쳐서 빛이 났다.
현우는 그런 아들의 모습에 흐믓하면서도 왠지 소외감이 느껴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2006.04.14 01:42:24 (*.234.131.250)
이럴 때 아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혹시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아가씨를 앞에 두고 그녀는 무슨 말을 했을까.
문득 아내 생각이 났다.
상민이를 그리도 원하던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을 시켜 놓고는 한달도 채 못 되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훌쩍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 정혜원.
그녀는 마치 허물을 벗듯이 현우가 자는 동안 육신은 훌훌 벗어 그의 곁에 두고
아무런 미련도 없는 사람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렇게 가는 걸 돌연사라고 한다던가....
그 날도 현우는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 1시나 되어서 왔다.
현우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혜원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워낙 학기 초라 학교 일이 정신없이 바쁘니까 피곤해서 먼저 자는 줄 알았다.
정말로 잠이 든 줄만 알았다.
그녀는 고3 담임이었으니까....
현우도 술기운에 아내 옆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이 들었다.
아주 깊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은 상민이였다.
깨워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마냥 자다가 제 풀에 놀라서 일어난 아이가
학교에 늦었다고 소리를 지르며 안방으로 달려왔다.
그 바람에 현우도 소스라쳐 놀라 잠이 깼다.
혜원은 그래도 못 듣고 돌아 누워 자고 있었다.
매일 아침 자명종 노릇을 해 주던 사람이 아들이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엄마를 부르는데도
대답은커녕 아무런 기척도 없었지만 현우는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엊저녁에 과음을 했는지 머리가 띵하고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데
다급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 엄마가 이상해. 빨리 와 보세요."
그 소리에 놀라서 가 보니 상민이 침대 위에 올라가서 혜원을 흔들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일으켜 안고 보니 아내의 얼굴은 이미 보라색이었다.
정신없이 온 몸을 만져 보았다.
체온도, 맥박도, 호흡도 다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곁에서 자는 사람도 모르게 그녀는 이미 가고 없었다.
겨울날의 대리석처럼 차가운 몸만 덩그마니 남겨 놓고 그녀는 떠났다.
그 때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너무도 많은 단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그의 생각은
지금껏 자기 마음을 그려낼 수 있는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지 못하고 맴만 돈다.
뒤집힌채로 버둥거리는 무기력한 풍뎅이처럼 안타깝고 슬프게....
난감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삶이 너무도 허망하였다.
아들 때문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우린 어떻게 살라고.
남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아직도 어디엔가 살아 있을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사랑했다,
보고싶다.....
"디저트는 뭘로 준비를 해 드릴까요?"
음식을 다 먹어 간다 싶었는지 종업원이 다가 와 물었다.
그 바람에 현우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순식간에 떠올랐던 많은 단어들이 비누거품처럼 아내 생각과 함께 사라져 갔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 자리였다.
아이들은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여전히 행복한 얼굴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혹시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아가씨를 앞에 두고 그녀는 무슨 말을 했을까.
문득 아내 생각이 났다.
상민이를 그리도 원하던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을 시켜 놓고는 한달도 채 못 되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훌쩍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 정혜원.
그녀는 마치 허물을 벗듯이 현우가 자는 동안 육신은 훌훌 벗어 그의 곁에 두고
아무런 미련도 없는 사람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렇게 가는 걸 돌연사라고 한다던가....
그 날도 현우는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 1시나 되어서 왔다.
현우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혜원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워낙 학기 초라 학교 일이 정신없이 바쁘니까 피곤해서 먼저 자는 줄 알았다.
정말로 잠이 든 줄만 알았다.
그녀는 고3 담임이었으니까....
현우도 술기운에 아내 옆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이 들었다.
아주 깊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은 상민이였다.
깨워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마냥 자다가 제 풀에 놀라서 일어난 아이가
학교에 늦었다고 소리를 지르며 안방으로 달려왔다.
그 바람에 현우도 소스라쳐 놀라 잠이 깼다.
혜원은 그래도 못 듣고 돌아 누워 자고 있었다.
매일 아침 자명종 노릇을 해 주던 사람이 아들이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엄마를 부르는데도
대답은커녕 아무런 기척도 없었지만 현우는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엊저녁에 과음을 했는지 머리가 띵하고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데
다급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 엄마가 이상해. 빨리 와 보세요."
그 소리에 놀라서 가 보니 상민이 침대 위에 올라가서 혜원을 흔들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일으켜 안고 보니 아내의 얼굴은 이미 보라색이었다.
정신없이 온 몸을 만져 보았다.
체온도, 맥박도, 호흡도 다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곁에서 자는 사람도 모르게 그녀는 이미 가고 없었다.
겨울날의 대리석처럼 차가운 몸만 덩그마니 남겨 놓고 그녀는 떠났다.
그 때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너무도 많은 단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그의 생각은
지금껏 자기 마음을 그려낼 수 있는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지 못하고 맴만 돈다.
뒤집힌채로 버둥거리는 무기력한 풍뎅이처럼 안타깝고 슬프게....
난감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삶이 너무도 허망하였다.
아들 때문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우린 어떻게 살라고.
남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아직도 어디엔가 살아 있을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사랑했다,
보고싶다.....
"디저트는 뭘로 준비를 해 드릴까요?"
음식을 다 먹어 간다 싶었는지 종업원이 다가 와 물었다.
그 바람에 현우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순식간에 떠올랐던 많은 단어들이 비누거품처럼 아내 생각과 함께 사라져 갔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 자리였다.
아이들은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여전히 행복한 얼굴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2006.04.16 00:27:55 (*.234.131.250)
커피까지 다 마시고 나니 할 일이 다 끝난것 같았다.
아이들은 이제 그만 놓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였다.
현우도 그들 틈바구니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꼬치꼬치 신상파악을 하기도 그렇고, 마땅한 공통화제를 찾아내기도 힘들었다.
"나는 그만 일어나야겠다. 오늘 저녁에 서울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거든."
지현이가 마지막 커피 한모금을 다 마시는 것을 기다렸다가 현우가 말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어느 나이를 지나면서 부터 남자에겐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핑계거리가 많아진다.
필요에 따라서 없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10년 전에 죽은 친구 아버지 문상도 또 가고,
갑자기 스케쥴에 없던 출장도 가고....
노련해진다는 것은 결국 상황에 따라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가.
현우는 조금 궁색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렇게 둘러대고 일어섰다.
아이들은 빈 말로도 그를 잡지 않았다.
잡기는커녕 드디어 해방이 되어서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현우는 아들에게 용돈으로 쓰라고 두툼한 봉투까지 건네주었다.
지현이에게도 용돈을 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생각을 할지 몰라서 그만 두었다.
조금 더 친숙해진 다음에 주지.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낮의 태양을 받은 아이들의 젊음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무런 치장을 덧입히지 않아도 보석처럼 빛나는 젊은 그들이 부러웠다.
문득 옆자리도 비운 채 혼자 가야 하는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는 서둘러서 그 자리를 떠났다.
백밀러로 보니 아들은 어느새 그녀의 손을 잡고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
혼자 가는 아버지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 순간 현우의 마음 한 귀퉁이가 뭉턱 베어져 나갔다.
외로움이, 허전함이 파도처럼 밀려 들었다.
그는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창문을 내려 바깥 공기를 들이 마셨다.
혼자서 돌아가야 하는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유성 톨게이트로 가는 표시가 저만치 앞에 보였다.
아이들은 이제 그만 놓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였다.
현우도 그들 틈바구니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꼬치꼬치 신상파악을 하기도 그렇고, 마땅한 공통화제를 찾아내기도 힘들었다.
"나는 그만 일어나야겠다. 오늘 저녁에 서울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거든."
지현이가 마지막 커피 한모금을 다 마시는 것을 기다렸다가 현우가 말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어느 나이를 지나면서 부터 남자에겐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핑계거리가 많아진다.
필요에 따라서 없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10년 전에 죽은 친구 아버지 문상도 또 가고,
갑자기 스케쥴에 없던 출장도 가고....
노련해진다는 것은 결국 상황에 따라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가.
현우는 조금 궁색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렇게 둘러대고 일어섰다.
아이들은 빈 말로도 그를 잡지 않았다.
잡기는커녕 드디어 해방이 되어서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현우는 아들에게 용돈으로 쓰라고 두툼한 봉투까지 건네주었다.
지현이에게도 용돈을 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생각을 할지 몰라서 그만 두었다.
조금 더 친숙해진 다음에 주지.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낮의 태양을 받은 아이들의 젊음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무런 치장을 덧입히지 않아도 보석처럼 빛나는 젊은 그들이 부러웠다.
문득 옆자리도 비운 채 혼자 가야 하는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는 서둘러서 그 자리를 떠났다.
백밀러로 보니 아들은 어느새 그녀의 손을 잡고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
혼자 가는 아버지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 순간 현우의 마음 한 귀퉁이가 뭉턱 베어져 나갔다.
외로움이, 허전함이 파도처럼 밀려 들었다.
그는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창문을 내려 바깥 공기를 들이 마셨다.
혼자서 돌아가야 하는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유성 톨게이트로 가는 표시가 저만치 앞에 보였다.
2006.04.16 08:16:18 (*.238.113.69)
모두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전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차와 차 사이를 이리 저리 앞지르며 곡예를 하듯 달리는 차도 보였다.
어느날 갑자기 황당하게 아내를 보내고 난 현우는 모든 일에 서두르는 버릇이 없어졌다.
아내가 가 버린 뒤에도 여전히 아침이면 해다 떴고 밤이면 어둠이 내려 앉았고 계절은 바뀌었다.
아내가 없는 그 쓸쓸한 세월을 시간은 나를 위해서 멈춰주진 않고 어김없이 흘러갔다.
다시는 누구를 사랑하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무엇을 소유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유한 바로 그것에 얽히고 매이게 된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무엇에 연연한다는 것이 그토록 덧없게 느껴 졌었다.
아내가 떠 오를 때 마다 연상되는 그 장면은 현우에게 예리한 통증을 주었다.
혜원은 분명 숨이 멎기 전에 어떤 도음의 몸짓을 했을 것이다.
몸이 말을 안 들었어도 최소한의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안타깝게 구원을 청했을 것이다.
인사불성이 된 남편을 얼마나 야속해 했을까?
죽음이 닥친 바로 그 순간에~
그 시간에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던 자신을 생각하면 견딜수 없이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졌다.
현우는 그 뒤로 한동안 술을 멀리 했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훈풍이 불어 오고 있었다.
라듸오에선 "유끼 구라모도"의 경음악이 흘러나왔다.
호수의 정경을 그린 아주 감미롭고 잔잔한 선율이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듯 허밍을 하던 현우는 강희에게 전화가 하고 싶어졌다.
마음이 쓸쓸할 때면 아내에게 중얼거리던 현우는 아내대신 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조용하고 차분한 그녀의 음성이 들려오자 현우는 문득 조심스러워졌다.
"아~ 네. 저 현우에요.
전화받기 괜찮으세요?
불편하시다면 끊을게요."
"어머~ 현우씨~
네, 괜찮아요. 메일 답장 보냈는데~"
"봤죠. 도망가 버릴까봐 걱정했는데 답장을 받고서야 안심이 되던데요? 하하하~
지금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도로에요.
아들녀석이랑 사귀는 여자친구 만나서 점심먹고 올라가는 중인데 잠깐 시간 낼수 있으세요?
저녁 시간이 될텐데 괜찮으실지~"
"네~ 글쎄~ 생각좀 하고 제가 다시 걸게요"
딸깍하고 전화가 끊겼다.
부산에서 그녀를 만난 후에 현우는 계속 그녀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남편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간혹 스치는 표정에서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만나서 그녀의 외로움을 보듬어 주고 싶다.
아니~ 그냥 나와주기만 하고 옆에 가만히 있어만 줘도 고마울것 같았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는 너무 싫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들어가 불을 켜고 뱃 속에 뭔가를 넣기 위해 하는 어떤 행위도 오늘은 하기 싫었다.
"걱정 마세요~' 하는듯 핸드폰이 울렸다.
'현우씨~ 저 강희에요.
어디쯤이 좋겠어요.
제가 갈게요"
세상을 다 얻은듯 현우는 기분이 밝아져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와~ 정말 나와 주실거에요?
음~ 구리 쪽으로 오실수 있어요?
거기 한강 시민공원이 있는데 산책하기도 좋고 지금쯤 향기가 대단할거에요.
너무 멀면 제가 강희씨 있는데로 가구요"
"아니요~ 갈게요.
그래야 시간도 단축되지요.
올라오시는 시간에 맞춰 그리고 가면 되죠"
강희의 음성이 단호하게 들렸다.
갈등하다 결론을 내린듯 느껴졌다.
"저는 4시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것 같은데 도착해서 서로 전화하기로 하죠.'
전화를 끊는 현우의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차와 차 사이를 이리 저리 앞지르며 곡예를 하듯 달리는 차도 보였다.
어느날 갑자기 황당하게 아내를 보내고 난 현우는 모든 일에 서두르는 버릇이 없어졌다.
아내가 가 버린 뒤에도 여전히 아침이면 해다 떴고 밤이면 어둠이 내려 앉았고 계절은 바뀌었다.
아내가 없는 그 쓸쓸한 세월을 시간은 나를 위해서 멈춰주진 않고 어김없이 흘러갔다.
다시는 누구를 사랑하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무엇을 소유하게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유한 바로 그것에 얽히고 매이게 된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무엇에 연연한다는 것이 그토록 덧없게 느껴 졌었다.
아내가 떠 오를 때 마다 연상되는 그 장면은 현우에게 예리한 통증을 주었다.
혜원은 분명 숨이 멎기 전에 어떤 도음의 몸짓을 했을 것이다.
몸이 말을 안 들었어도 최소한의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안타깝게 구원을 청했을 것이다.
인사불성이 된 남편을 얼마나 야속해 했을까?
죽음이 닥친 바로 그 순간에~
그 시간에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던 자신을 생각하면 견딜수 없이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졌다.
현우는 그 뒤로 한동안 술을 멀리 했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훈풍이 불어 오고 있었다.
라듸오에선 "유끼 구라모도"의 경음악이 흘러나왔다.
호수의 정경을 그린 아주 감미롭고 잔잔한 선율이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듯 허밍을 하던 현우는 강희에게 전화가 하고 싶어졌다.
마음이 쓸쓸할 때면 아내에게 중얼거리던 현우는 아내대신 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조용하고 차분한 그녀의 음성이 들려오자 현우는 문득 조심스러워졌다.
"아~ 네. 저 현우에요.
전화받기 괜찮으세요?
불편하시다면 끊을게요."
"어머~ 현우씨~
네, 괜찮아요. 메일 답장 보냈는데~"
"봤죠. 도망가 버릴까봐 걱정했는데 답장을 받고서야 안심이 되던데요? 하하하~
지금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도로에요.
아들녀석이랑 사귀는 여자친구 만나서 점심먹고 올라가는 중인데 잠깐 시간 낼수 있으세요?
저녁 시간이 될텐데 괜찮으실지~"
"네~ 글쎄~ 생각좀 하고 제가 다시 걸게요"
딸깍하고 전화가 끊겼다.
부산에서 그녀를 만난 후에 현우는 계속 그녀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남편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간혹 스치는 표정에서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만나서 그녀의 외로움을 보듬어 주고 싶다.
아니~ 그냥 나와주기만 하고 옆에 가만히 있어만 줘도 고마울것 같았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는 너무 싫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들어가 불을 켜고 뱃 속에 뭔가를 넣기 위해 하는 어떤 행위도 오늘은 하기 싫었다.
"걱정 마세요~' 하는듯 핸드폰이 울렸다.
'현우씨~ 저 강희에요.
어디쯤이 좋겠어요.
제가 갈게요"
세상을 다 얻은듯 현우는 기분이 밝아져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와~ 정말 나와 주실거에요?
음~ 구리 쪽으로 오실수 있어요?
거기 한강 시민공원이 있는데 산책하기도 좋고 지금쯤 향기가 대단할거에요.
너무 멀면 제가 강희씨 있는데로 가구요"
"아니요~ 갈게요.
그래야 시간도 단축되지요.
올라오시는 시간에 맞춰 그리고 가면 되죠"
강희의 음성이 단호하게 들렸다.
갈등하다 결론을 내린듯 느껴졌다.
"저는 4시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것 같은데 도착해서 서로 전화하기로 하죠.'
전화를 끊는 현우의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2006.04.16 11:53:19 (*.17.204.40)
크고 안락한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고 흐르는 '야상곡'의 선율에 강희는 나른함을 느꼈다.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남국의 해변,
간간히 불어오는 미풍에 야자수 그늘에 매어있는 해먹이 조금씩 흔들렸다.
끝없이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엔 늦은 오후 수면의 게으름이 느껴져 더욱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한 팔을 아래로 내려 마시다 만 화려한 장식의 쥬스잔을 들고 스트로우를 입에 물었다.
얼음의 차가운 느낌과 쥬스의 새콤함으로 잠시 몸서리를 쳤다.
오수를 즐기는 강희의 귓전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요? 나 혼자 놔두고 쿨쿨 잠만 자면 어떡해요? 이제보니 잠꾸러기네?"
현우는 강희의 해먹을 손으로 두어번 흔들어 강희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중심이 잡히지 않아 두팔로 양쪽을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강희를
현우가 해먹 전체로 싸안고 끌어 안았다.
"내 사랑, 잠꾸러기, 겁쟁이.
괜찮아요, 내가 잡아줄께. 걱정 말아요."
그의 가벼운 입맞춤이 또 다시 그녀를 들뜨게 했다.
이런 기분 정말 처음이다.
이런 느낌을 받아도 되는걸까?
행복하다. 꿈이라면 깨지 말아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평평한 바위 위에서는 연인인 듯한 남녀가 주위 시선을
아랑곳 하지않고 나란히 누워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대담함에 강희는 부끄러움 보다는 부러움을 느꼈다.
현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어색하지만 무언가 갈망하는 듯한 눈동자가 강희를 떨리게 했다.
"이리와요."
강희가 잘 내려올 수 있게 해먹을 단단히 잡고 그녀를 안듯이 땅에 내려 놓았다.
20대 후반의 강희, 30초반의 현우였다.
비키니 위로 대충 두른 얇은 랩스커트가 그녀의 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하얗고 파란 스트라이프 무늬의 커다란 파라솔 아래로 걸어가니
언제 준비해 놓았는지 시원해 보이는 칵테일 두잔과 포근해 보이는 재질의 천이 깔려 있었다.
그가 권하는대로 잔을 부딪히며 행복한 웃음을 흘리며 강희는 칵테일을 즐겼다.
나란히 옆에 앉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간간히 흐르는 '야상곡'선율에 따라
현우와 강희의 마음은 그렇게 흘러갔다.
스러지듯 강희를 눕히고 현우는 조심조심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설탕보다 달콤하게, 음악보다 감미롭게 현우의 키스는 강희를 못견디게 만들었다.
"현우씨, 현우씨...."
폭풍이 쳤다. 현우의 폭풍이.
강희의 몸은 억센 파도에 떠 있는 작은 부표보다 더욱 요동을 쳤다.
"현우씨, 사랑해요."
"현우씨, 현우씨... 현우씨................."
멀리서 성당의 은은한 벨소리가 울렸다.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남국의 해변,
간간히 불어오는 미풍에 야자수 그늘에 매어있는 해먹이 조금씩 흔들렸다.
끝없이 길게 펼쳐진 모래사장엔 늦은 오후 수면의 게으름이 느껴져 더욱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한 팔을 아래로 내려 마시다 만 화려한 장식의 쥬스잔을 들고 스트로우를 입에 물었다.
얼음의 차가운 느낌과 쥬스의 새콤함으로 잠시 몸서리를 쳤다.
오수를 즐기는 강희의 귓전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요? 나 혼자 놔두고 쿨쿨 잠만 자면 어떡해요? 이제보니 잠꾸러기네?"
현우는 강희의 해먹을 손으로 두어번 흔들어 강희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중심이 잡히지 않아 두팔로 양쪽을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강희를
현우가 해먹 전체로 싸안고 끌어 안았다.
"내 사랑, 잠꾸러기, 겁쟁이.
괜찮아요, 내가 잡아줄께. 걱정 말아요."
그의 가벼운 입맞춤이 또 다시 그녀를 들뜨게 했다.
이런 기분 정말 처음이다.
이런 느낌을 받아도 되는걸까?
행복하다. 꿈이라면 깨지 말아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평평한 바위 위에서는 연인인 듯한 남녀가 주위 시선을
아랑곳 하지않고 나란히 누워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대담함에 강희는 부끄러움 보다는 부러움을 느꼈다.
현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어색하지만 무언가 갈망하는 듯한 눈동자가 강희를 떨리게 했다.
"이리와요."
강희가 잘 내려올 수 있게 해먹을 단단히 잡고 그녀를 안듯이 땅에 내려 놓았다.
20대 후반의 강희, 30초반의 현우였다.
비키니 위로 대충 두른 얇은 랩스커트가 그녀의 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하얗고 파란 스트라이프 무늬의 커다란 파라솔 아래로 걸어가니
언제 준비해 놓았는지 시원해 보이는 칵테일 두잔과 포근해 보이는 재질의 천이 깔려 있었다.
그가 권하는대로 잔을 부딪히며 행복한 웃음을 흘리며 강희는 칵테일을 즐겼다.
나란히 옆에 앉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간간히 흐르는 '야상곡'선율에 따라
현우와 강희의 마음은 그렇게 흘러갔다.
스러지듯 강희를 눕히고 현우는 조심조심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설탕보다 달콤하게, 음악보다 감미롭게 현우의 키스는 강희를 못견디게 만들었다.
"현우씨, 현우씨...."
폭풍이 쳤다. 현우의 폭풍이.
강희의 몸은 억센 파도에 떠 있는 작은 부표보다 더욱 요동을 쳤다.
"현우씨, 사랑해요."
"현우씨, 현우씨... 현우씨................."
멀리서 성당의 은은한 벨소리가 울렸다.
2006.04.16 11:57:03 (*.17.204.40)
딩동거리는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꿈속에서 강희는 휴대폰을 찾았다.
"뭐해?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나 오늘 좀 늦겠어, 먼저 자. 미국출장일 때문에 회의가 늦어질 것 같아."
찰칵!
일방적으로 끊겨버린 휴대폰을 내려다 보며 강희는 허탈했다.
역시 꿈이었구나.
현우와의 만남이 이제는 꿈에서 조차 나타나다니.
갈망하는 일은 꿈으로 나타난다던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놀라운 것은 몸에 흥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강희는 자신의 최근의 이런 일련의 심신의 변화가 앞으로 그녀의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아직도 깨닫지 못한채 아직도 남국의 비치에서 현우와의 꿈을
깨고싶지 않아 쿳션을 끌어안고 다시금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또 다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네. 저 현우에요."
가슴이 뛰었다.
방금 꿈에서 만난 그 목소리, 타이밍도 절묘하게 강희의 꿈을 깨지 않고 연장을 시켜줬다.
현우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시계를 보니 4시까지는 한시간 반정도의 여유밖엔 없었다.
병인이 오늘 늦는다 했지?
부랴부랴 욕실로 가서 땀에 젖은 그녀의 몸을 정성들여 샤워를 하고
얼굴은 기초화장으로 정리하고 오랫만에 입술에는 붉은색 루즈로 마무리를 했다.
눈화장을 더 하고 싶었지만 강희는 눈꼬리에 포인트만 줬다.
흰 피부에 붉은 입술이 보기에도 매력적으로 보여 스스로 만족해 했다.
산책을 염두에 두어 복장은 오랫만에 스포티하게 연출을 해보았다.
아니, 그 이전에 두어번 투피스로, 원피스로 몸에 대어 봤지만 무언가 현우에게
자신의 다른 면을 보이고 싶었다.
'정숙'이 아닌 '여성스러움'이 아닌, '싱싱함'으로, '건강함'으로.. 또 '사랑스러움'으로.
곤색의 정장스러운 바지에- 암만 골라봐도 강희에겐 스포티한 바지가 없었다.
스텐카라의 하얀 티셔츠에 후드가 달린 연한 하늘색의 점퍼를 입고 그녀의 외출준비가 끝났다.
슬쩍 거울을 보니 자신도 놀라웁게 오늘 전까지의 고급스런 중년의 점잖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거울 속에는 대학시절의 발랄한 강희가 그대로 서있었다.
꿈속에서 강희는 휴대폰을 찾았다.
"뭐해?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나 오늘 좀 늦겠어, 먼저 자. 미국출장일 때문에 회의가 늦어질 것 같아."
찰칵!
일방적으로 끊겨버린 휴대폰을 내려다 보며 강희는 허탈했다.
역시 꿈이었구나.
현우와의 만남이 이제는 꿈에서 조차 나타나다니.
갈망하는 일은 꿈으로 나타난다던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놀라운 것은 몸에 흥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강희는 자신의 최근의 이런 일련의 심신의 변화가 앞으로 그녀의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아직도 깨닫지 못한채 아직도 남국의 비치에서 현우와의 꿈을
깨고싶지 않아 쿳션을 끌어안고 다시금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또 다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네. 저 현우에요."
가슴이 뛰었다.
방금 꿈에서 만난 그 목소리, 타이밍도 절묘하게 강희의 꿈을 깨지 않고 연장을 시켜줬다.
현우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시계를 보니 4시까지는 한시간 반정도의 여유밖엔 없었다.
병인이 오늘 늦는다 했지?
부랴부랴 욕실로 가서 땀에 젖은 그녀의 몸을 정성들여 샤워를 하고
얼굴은 기초화장으로 정리하고 오랫만에 입술에는 붉은색 루즈로 마무리를 했다.
눈화장을 더 하고 싶었지만 강희는 눈꼬리에 포인트만 줬다.
흰 피부에 붉은 입술이 보기에도 매력적으로 보여 스스로 만족해 했다.
산책을 염두에 두어 복장은 오랫만에 스포티하게 연출을 해보았다.
아니, 그 이전에 두어번 투피스로, 원피스로 몸에 대어 봤지만 무언가 현우에게
자신의 다른 면을 보이고 싶었다.
'정숙'이 아닌 '여성스러움'이 아닌, '싱싱함'으로, '건강함'으로.. 또 '사랑스러움'으로.
곤색의 정장스러운 바지에- 암만 골라봐도 강희에겐 스포티한 바지가 없었다.
스텐카라의 하얀 티셔츠에 후드가 달린 연한 하늘색의 점퍼를 입고 그녀의 외출준비가 끝났다.
슬쩍 거울을 보니 자신도 놀라웁게 오늘 전까지의 고급스런 중년의 점잖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거울 속에는 대학시절의 발랄한 강희가 그대로 서있었다.
2006.04.17 07:28:52 (*.238.113.69)
이정표가 잘 되있어 약속한 장소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현우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중간에 한번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왠지 설레는 자신의 맘을 들킬까봐 조심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시계를 보았다.
4시 5분전~
차에서 내리기전 강희가 핸드폰을 하려는 순간 앞 유리창 밖으로 멀리 현우의 모습이 보이는듯 했다.
옅은 연두빛 잠바를 입고 같은 계열의 체크 바지를 입은 그는 강둑을 걷고 있었다.
그가 핸드폰을 꺼내 누르는듯 했다.
"여보세요~"
강희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저 지금 도착했어요.
여기서 현우씨 핸드폰하는 모습 보이는데요?"
"아~ 그래요?
내 모습 보이면 이리로 오세요.
조금 전 도착해서 여기 강둑 걷고 있었어요"
"네~ 갈게요."
강희는 차에서 내려 그를 바라보며 걸었다.
시민 공원은 꽤 넓었는데도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바람결에 장미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현우는 강둑에 서서 강희가 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더니 강희를 맞으러 걸어오기 시작했다.
둘의 사이는 점점 좁혀졌다.
현우의 모습이 가까워질수록 강희의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현우는 아무말 없이 다정하게 웃으며 강희의 손을 덥썩 잡았다.
현우는 강희의 손을 놓아주지 않은채
'헤메지는 않았어요?" 하면서 한손으로 강희의 점퍼를 여며주었다.
현우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중간에 한번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왠지 설레는 자신의 맘을 들킬까봐 조심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시계를 보았다.
4시 5분전~
차에서 내리기전 강희가 핸드폰을 하려는 순간 앞 유리창 밖으로 멀리 현우의 모습이 보이는듯 했다.
옅은 연두빛 잠바를 입고 같은 계열의 체크 바지를 입은 그는 강둑을 걷고 있었다.
그가 핸드폰을 꺼내 누르는듯 했다.
"여보세요~"
강희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저 지금 도착했어요.
여기서 현우씨 핸드폰하는 모습 보이는데요?"
"아~ 그래요?
내 모습 보이면 이리로 오세요.
조금 전 도착해서 여기 강둑 걷고 있었어요"
"네~ 갈게요."
강희는 차에서 내려 그를 바라보며 걸었다.
시민 공원은 꽤 넓었는데도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바람결에 장미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현우는 강둑에 서서 강희가 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더니 강희를 맞으러 걸어오기 시작했다.
둘의 사이는 점점 좁혀졌다.
현우의 모습이 가까워질수록 강희의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현우는 아무말 없이 다정하게 웃으며 강희의 손을 덥썩 잡았다.
현우는 강희의 손을 놓아주지 않은채
'헤메지는 않았어요?" 하면서 한손으로 강희의 점퍼를 여며주었다.
2006.04.17 10:25:35 (*.238.113.69)
강희는 그의 따듯한 배려에 갑자기 콧등이 시큰하며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론 평온했던 그녀의 일상이 내심 너무 힘겨웠던것일까?
아주 작은 보살핌에 그녀는 감동하고 있었다.
강둑 밑으로 내려가니 멀리 아파트단지와 63 빌딩이 아스라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들은 손을 꼭 잡은채 밀착된 마음으로 말없이 걷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을 만나면서 하늘은 더욱 푸르르고 바람은 더욱 의미가 있읍니다.
당신의 눈망울 안에서 나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읍니다."
입 밖으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날아가 버릴것만 같아 현우는 속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현우씨~
주어진 몫만큼 봉사와 희생으로 살아야하는 것이 여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당신으로 인해 나의 삶은 빛나고 있답니다.
당신을 위한 미소, 당신을 위한 몸짓~
이 순간을 위해 영원을 기다린다 해도 감당할수 있을것 같아요"
보세요~
이 아름다운 은빛 강물을, 장미 향기를~"
강희도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잡은 손은 그대로 따듯한 피가 교류하고 있었다.
강둑 아래 산책로엔 그들밖에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현우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강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는 흐느끼듯 강희의 입술을 더듬었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강희의 손에서 핸드백이 힘없이 떨어졌다.
강희는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두팔로 현우의 목을 감싸 안았다.
생전 처음 병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체취를 강렬하게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온몸의 세포가 각기 다 살아서 전류가 흐르는듯 했다.
그들은 오래도록 그렇게 포옹하고 있었다.
남들을 의식하지도 않았다.
산책로 옆으로 오후의 햇살을 받아 강물은 은빛으로 반짝였다 사라졌다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론 평온했던 그녀의 일상이 내심 너무 힘겨웠던것일까?
아주 작은 보살핌에 그녀는 감동하고 있었다.
강둑 밑으로 내려가니 멀리 아파트단지와 63 빌딩이 아스라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들은 손을 꼭 잡은채 밀착된 마음으로 말없이 걷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을 만나면서 하늘은 더욱 푸르르고 바람은 더욱 의미가 있읍니다.
당신의 눈망울 안에서 나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읍니다."
입 밖으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날아가 버릴것만 같아 현우는 속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현우씨~
주어진 몫만큼 봉사와 희생으로 살아야하는 것이 여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당신으로 인해 나의 삶은 빛나고 있답니다.
당신을 위한 미소, 당신을 위한 몸짓~
이 순간을 위해 영원을 기다린다 해도 감당할수 있을것 같아요"
보세요~
이 아름다운 은빛 강물을, 장미 향기를~"
강희도 마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잡은 손은 그대로 따듯한 피가 교류하고 있었다.
강둑 아래 산책로엔 그들밖에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현우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강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는 흐느끼듯 강희의 입술을 더듬었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강희의 손에서 핸드백이 힘없이 떨어졌다.
강희는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두팔로 현우의 목을 감싸 안았다.
생전 처음 병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체취를 강렬하게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온몸의 세포가 각기 다 살아서 전류가 흐르는듯 했다.
그들은 오래도록 그렇게 포옹하고 있었다.
남들을 의식하지도 않았다.
산책로 옆으로 오후의 햇살을 받아 강물은 은빛으로 반짝였다 사라졌다 일렁이고 있었다.
2006.04.17 23:04:29 (*.221.72.195)
하지만 그와의 따스하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만남 속에서도 강희는 문득 문득 스치는 서늘한 바람을 느낀다.
일상을 함께 할 수 없는 관계가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가져오는 그림자다.
그와는 아들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공감의 웃음을 지을 수 없고, 딸의 수두 자국에 대하여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큰애가 처음 읽었던 글자, 뒤뚱거리며 첫 발을 떼던 어린 시절의 딸의 모습도, 열이 내리지 않아 달려가 밤을 새웠던 병원 응급실의 절박함도 그와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허무하다고만 할 수 없는, 강희의 긴 인생을 메워왔던 그런 작은 일상을 함께 영원히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강희를 한편 허탈하게도 한편 자유롭게도 하는 것이다.
누구의 시선을 떠나서, 아무리 근본적인 인간의 진실한 만남에 중점을 둔다 해도 인생 속에 숨어있는 그런 진실까지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맺어지는 그런 어른스럽지 않은 관계는 곧 서로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희의 마음 한 구석에 시간이 갈수록 크게 자리잡는 것이었다.
일상을 함께 할 수 없는 관계가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가져오는 그림자다.
그와는 아들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공감의 웃음을 지을 수 없고, 딸의 수두 자국에 대하여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
큰애가 처음 읽었던 글자, 뒤뚱거리며 첫 발을 떼던 어린 시절의 딸의 모습도, 열이 내리지 않아 달려가 밤을 새웠던 병원 응급실의 절박함도 그와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허무하다고만 할 수 없는, 강희의 긴 인생을 메워왔던 그런 작은 일상을 함께 영원히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강희를 한편 허탈하게도 한편 자유롭게도 하는 것이다.
누구의 시선을 떠나서, 아무리 근본적인 인간의 진실한 만남에 중점을 둔다 해도 인생 속에 숨어있는 그런 진실까지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맺어지는 그런 어른스럽지 않은 관계는 곧 서로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희의 마음 한 구석에 시간이 갈수록 크게 자리잡는 것이었다.
2006.04.18 00:46:49 (*.238.113.69)
현우는 살며시 자신을 밀어내는 강희에게 떨어진 핸드백을 집어들어 손에 들려 주었다.
강희의 표정에서 얼핏 불안한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일까?
좀 전의 강렬하고 충동적이던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둣 정신이 들었다.
"조금 있음 석양에 물든 경관을 볼 수 있겠네요.
저 쪽으로 가면 장미 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어요.
여기까지 향기가 나죠?"
어쩐지 좀 쑥스러워 강희의 손을 잡고 앞을 보고 걸으며 말했다.
"네~ 여기 정말 좋은 산책 코스네요.
많이 와 보셨나봐요?"
"내가 메일 보낼때 아내 얘기 했었죠?
이곳 산책을 좋아해서 휴일이면 같이 오자고 졸랐는데도 별로 못왔어요.
일이 바쁘다든 핑계로~"
아내 얘기가 나오자 또 가슴이 아파온다.
이제는 잊어버릴때도 됬건만~
"우리 저기 강둑에 좀 앉을까요?"
강희는 강둑 사이로 돌계단이 나 있는 곳을 가르켰다.
현우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서 깔아준다.
강희는 현우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며
"아내 얘기좀 해봐요.
아주 좋은 분이었나봐요.
8년이란 세월을 못잊어 혼자 사신걸 보면 ~"
"네~ 아주 좋은 배우자고 친구 였어요.
내가 마음이 아픈건 ~ "
현우는 한숨을 쉬며 멀리 강 너머를 바라보았다.
희끗한 새치 귀밑머리가 현우를 더욱 쓸쓸하게 보이게 했다.
"언제나 다음에 해주면 되지 뭐 하고 미룬 일이 많았거든요.
어리석게도 천년 만년 살줄 알았죠.
돌연사 였어요.
언젠가 술이 떡이 되서 들어왔을때 아침에 깨어보니 가버렸더라구요.
분명 내게 도움을 청했을 텐데~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아요.
한동안 술을 보면 욕지기가 났어요.
그런데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결국 또 조금씩 마시게 됬지만요.
아내에 대한 기억도 기억이지만 삶에 대한 허망함 때문에 다시는 누구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줄 알았어요."
강희는 현우의 오른손을 현우의 팔에 낀채 얼굴을 현우의 어께에 살며시 기대었다.
그 동안의 그의 외로움이 팔을 긴 손으로 전해져 와서 팔을 더욱 꼭 껴안았다.
~내가 이 여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자기 자신도 잘 모를때가 있건만~
만나기도 전에 서로의 편지에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말았다.
운명일까? 이렇게 강하게 끌려가는 이 느낌은~
현우는 강희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흘러내린 앞머리를 올려준다.
언젠가 혜원의 머리를 만져주자 혜원이 말했었다.
"뭐야~ 남자가 바람둥이 같이~
됏다고 그래"
하면서 자신의 배를 툭 치던 그녀~
"강희씨 얘기좀 해 봐요.
애들 얘기는 많이 들었고 가정 얘기 별로 안하던데~"
강희는 피식 웃으며
"별로 할 얘기가 없는것 같네요.
하기 싫은거 하고는 달라요.
그런 느낌 아세요?
뭔가 알맹이는 어디다 두고 껍데기와 사는 느낌 ~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자신의 지난 얘기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뭔가 방황하는게 느껴져요.
그걸 채워주는게 아내의 역활일텐데 첨엔 많이 노력했는데 잘 안되니까 지금은 거의 포기 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맘이 자꾸 허공에 뜬것처럼 허전할때 현우씨를 만난거죠.
자꾸 만나면 안될거 같은데 어떻하죠?"
강희는 말끄러미 현우를 쳐다 보았다.
강희의 표정에서 얼핏 불안한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일까?
좀 전의 강렬하고 충동적이던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둣 정신이 들었다.
"조금 있음 석양에 물든 경관을 볼 수 있겠네요.
저 쪽으로 가면 장미 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어요.
여기까지 향기가 나죠?"
어쩐지 좀 쑥스러워 강희의 손을 잡고 앞을 보고 걸으며 말했다.
"네~ 여기 정말 좋은 산책 코스네요.
많이 와 보셨나봐요?"
"내가 메일 보낼때 아내 얘기 했었죠?
이곳 산책을 좋아해서 휴일이면 같이 오자고 졸랐는데도 별로 못왔어요.
일이 바쁘다든 핑계로~"
아내 얘기가 나오자 또 가슴이 아파온다.
이제는 잊어버릴때도 됬건만~
"우리 저기 강둑에 좀 앉을까요?"
강희는 강둑 사이로 돌계단이 나 있는 곳을 가르켰다.
현우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서 깔아준다.
강희는 현우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며
"아내 얘기좀 해봐요.
아주 좋은 분이었나봐요.
8년이란 세월을 못잊어 혼자 사신걸 보면 ~"
"네~ 아주 좋은 배우자고 친구 였어요.
내가 마음이 아픈건 ~ "
현우는 한숨을 쉬며 멀리 강 너머를 바라보았다.
희끗한 새치 귀밑머리가 현우를 더욱 쓸쓸하게 보이게 했다.
"언제나 다음에 해주면 되지 뭐 하고 미룬 일이 많았거든요.
어리석게도 천년 만년 살줄 알았죠.
돌연사 였어요.
언젠가 술이 떡이 되서 들어왔을때 아침에 깨어보니 가버렸더라구요.
분명 내게 도움을 청했을 텐데~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아요.
한동안 술을 보면 욕지기가 났어요.
그런데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결국 또 조금씩 마시게 됬지만요.
아내에 대한 기억도 기억이지만 삶에 대한 허망함 때문에 다시는 누구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줄 알았어요."
강희는 현우의 오른손을 현우의 팔에 낀채 얼굴을 현우의 어께에 살며시 기대었다.
그 동안의 그의 외로움이 팔을 긴 손으로 전해져 와서 팔을 더욱 꼭 껴안았다.
~내가 이 여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자기 자신도 잘 모를때가 있건만~
만나기도 전에 서로의 편지에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말았다.
운명일까? 이렇게 강하게 끌려가는 이 느낌은~
현우는 강희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흘러내린 앞머리를 올려준다.
언젠가 혜원의 머리를 만져주자 혜원이 말했었다.
"뭐야~ 남자가 바람둥이 같이~
됏다고 그래"
하면서 자신의 배를 툭 치던 그녀~
"강희씨 얘기좀 해 봐요.
애들 얘기는 많이 들었고 가정 얘기 별로 안하던데~"
강희는 피식 웃으며
"별로 할 얘기가 없는것 같네요.
하기 싫은거 하고는 달라요.
그런 느낌 아세요?
뭔가 알맹이는 어디다 두고 껍데기와 사는 느낌 ~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자신의 지난 얘기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뭔가 방황하는게 느껴져요.
그걸 채워주는게 아내의 역활일텐데 첨엔 많이 노력했는데 잘 안되니까 지금은 거의 포기 했어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맘이 자꾸 허공에 뜬것처럼 허전할때 현우씨를 만난거죠.
자꾸 만나면 안될거 같은데 어떻하죠?"
강희는 말끄러미 현우를 쳐다 보았다.
2006.04.18 10:06:08 (*.241.136.2)
강희는 한숨인듯 웃는다.
-별로 할 얘기가 없는것 같아. 하기 싫은거 하고는 달라요. 그런 느낌 알아요?
뭔가 알맹이는 어디다 두고 껍데기와 사는 느낌 ~
맘이 자꾸 허공에 뜬 것처럼 허전할때 현우씨를 만난 거야.-
강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현우의 손을 끌어다가 깍지를 낀다.
그리고 가만히 깍지낀 손을 내려다 보다가 자기의 볼에 가져다 댄다.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헛된 짓일지 몰라도 지금 이 시간이 내게 아주 소중해요. 그냥 조금만, 조금만 더 가요 우리 이렇게...... 시간이 좀 지나면 정리가 될 거야. 그럴 거야. 아마-
현우는 말하지 않는 이 여자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당분간 우리 이렇게 그냥 헤매자.-
그런 생각을 하며 과거에서 조금은 훌쩍 멀어진 듯한 자기의 모습을 현우는 담담하게 지켜본다.
-별로 할 얘기가 없는것 같아. 하기 싫은거 하고는 달라요. 그런 느낌 알아요?
뭔가 알맹이는 어디다 두고 껍데기와 사는 느낌 ~
맘이 자꾸 허공에 뜬 것처럼 허전할때 현우씨를 만난 거야.-
강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현우의 손을 끌어다가 깍지를 낀다.
그리고 가만히 깍지낀 손을 내려다 보다가 자기의 볼에 가져다 댄다.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헛된 짓일지 몰라도 지금 이 시간이 내게 아주 소중해요. 그냥 조금만, 조금만 더 가요 우리 이렇게...... 시간이 좀 지나면 정리가 될 거야. 그럴 거야. 아마-
현우는 말하지 않는 이 여자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당분간 우리 이렇게 그냥 헤매자.-
그런 생각을 하며 과거에서 조금은 훌쩍 멀어진 듯한 자기의 모습을 현우는 담담하게 지켜본다.
2006.04.19 08:50:41 (*.238.113.69)
'말하기 불편하면 안해도 되요.
당신의 고운 얼굴에 그늘이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주부는 가정의 기둥이죠.
우리 상민이도 갑자기 지 엄마가 가버리자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맘을 못잡고 많이 방황했어요
아들녀석 때문에 재혼이나 다른 여자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구요,
그럭저럭 8 년이란 세월이 가버렸네요.
누구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내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도 이율배반이지만 ~
남편분에게 잘해드리세요."
현우는 착잡한 표정이 되더니
"담배 한대 피워도 될까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강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긴 한숨을 쉬며 담배 연기를 토해냈다.
현우가 너무 안쓰러워 강희는 현우의 팔에 꼈던 오른 손을 빼서 그의 어깨에 둘러 가만히 감싸 안아 주었다.
주위은 조금씩 석양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강물은 짙푸른 검은 빛을 띄우며 찰랑이고 주황색으로 번진 노을은 구름과 뒤엉켜 기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당신의 고운 얼굴에 그늘이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주부는 가정의 기둥이죠.
우리 상민이도 갑자기 지 엄마가 가버리자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맘을 못잡고 많이 방황했어요
아들녀석 때문에 재혼이나 다른 여자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구요,
그럭저럭 8 년이란 세월이 가버렸네요.
누구보다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내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도 이율배반이지만 ~
남편분에게 잘해드리세요."
현우는 착잡한 표정이 되더니
"담배 한대 피워도 될까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강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긴 한숨을 쉬며 담배 연기를 토해냈다.
현우가 너무 안쓰러워 강희는 현우의 팔에 꼈던 오른 손을 빼서 그의 어깨에 둘러 가만히 감싸 안아 주었다.
주위은 조금씩 석양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강물은 짙푸른 검은 빛을 띄우며 찰랑이고 주황색으로 번진 노을은 구름과 뒤엉켜 기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2006.04.19 12:09:53 (*.100.163.245)
강둑옆으로 난 자전거 도로 ....
그 도로엔 자전거를 탄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진감 있게 달린다...
담배 한 모금을 가슴 깊숙히 빨아
긴호흡과 함께 조심스레 내뿜던 현우는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아스라이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이 점점 다가올수록
선명해 지면서 질주 하는 속도감에
자신도 모르게상쾌함을 느끼며 시선을 떼어 놓지를 못한다.
얼마를 그렇게 달렸을까?
그 중 한사람이 지친듯 속도를 줄이더니
이윽고 현우와 강희가 가까운 곳에서 멈추어 선다.
"좀 쉬자구~~~"
"와.... 숨이 턱까지 차서 죽을 것 같으다."
앞서 가던 친구가 뒤돌아 와 다가 선다.
"에이...아짐~~~ 와 이렇게 힘을 못쓰는거야...?"
"탁구를 너무 많이 치니 그렇지...감기를 달구 사니원..ㅉㅉㅉ"
그 도로엔 자전거를 탄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진감 있게 달린다...
담배 한 모금을 가슴 깊숙히 빨아
긴호흡과 함께 조심스레 내뿜던 현우는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아스라이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이 점점 다가올수록
선명해 지면서 질주 하는 속도감에
자신도 모르게상쾌함을 느끼며 시선을 떼어 놓지를 못한다.
얼마를 그렇게 달렸을까?
그 중 한사람이 지친듯 속도를 줄이더니
이윽고 현우와 강희가 가까운 곳에서 멈추어 선다.
"좀 쉬자구~~~"
"와.... 숨이 턱까지 차서 죽을 것 같으다."
앞서 가던 친구가 뒤돌아 와 다가 선다.
"에이...아짐~~~ 와 이렇게 힘을 못쓰는거야...?"
"탁구를 너무 많이 치니 그렇지...감기를 달구 사니원..ㅉㅉㅉ"
2006.04.19 15:50:14 (*.102.22.104)
친구인 듯한 두 여자의 모습을 보고 현우가 싱긋 웃었다.
그들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맺힌 땀을 손 등으로 닦았다.
한 여자는 푸른 싹을 틔운 작은 미루나무와 같았고 한여자는 막 피어난 동백꽃과 같았다.
"자전거를 빌려 타볼까요?"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현우가 말했다.
"후훗, 잘 타세요?" 강희가 재밌어하며 말했다.
" 같이 타 볼까요?" 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강희가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맺힌 땀을 손 등으로 닦았다.
한 여자는 푸른 싹을 틔운 작은 미루나무와 같았고 한여자는 막 피어난 동백꽃과 같았다.
"자전거를 빌려 타볼까요?"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현우가 말했다.
"후훗, 잘 타세요?" 강희가 재밌어하며 말했다.
" 같이 타 볼까요?" 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강희가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006.04.19 17:56:57 (*.234.131.250)
중학교 때 타보고 처음 타보는 건데 자전거 타는게 그리 무섭지 않았다.
몸으로 배운 일은 죽을 때까지 몸이 기억을 해 둔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강희는 코 끝에 바람 한 줄기를 매달고 물위에 지는 석양을 눈에 담으며 페달을 밟았다.
모처럼 청량한 기운이 폐부를 가득 채웠다.
줄곧 한 발자국 쯤 뒤에서 에스코트를 하며 달려오는 현우를 힐끔힐끔 돌아다 보며 달렸다.
마치 산책길에 엄마 손을 잡고 나선 아이처럼.....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핀 동산을 지나 온 바람이 달콤한 향내를 가져다 흩뿌려 주어
온 몸의 세포가 모두 장미향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걷는 사람이 간간히 보이기도 하고 길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까 지나갔던 두 여자가 바람을 가르며 나타나 그들 곁을 휙 ~ 지나갔다.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고 스카프를 휘날리며 달리는 그들에게서 생기가 느껴졌다.
살아있음을 너무도 강렬하게 시사하는 생명의 기운을 스쳐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나누어 주는
그들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강희는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현우도 그녀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어느 새 그녀의 얼굴에도 발그레한 생기가 돌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장미 동산이었다.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이의 눈길을 붙들었다.
지나가다 장미에 취했는지 꽃밭에 들어 가 꽃잎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여인들도 있다.
그네들 모습도 꽃빛깔에 동화되어 꽃처럼 곱다.
그들에게서 나온 듯한 맑은 방울소리같은 웃음이 바람 소리에 묻어났다.
더할 수 없는 평안한 기쁨이 강희의 온 몸을 감싸주었다.
모든 긴장과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난 것처럼 가벼운 느낌.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것이 철 들고 처음인것 같았다.
강희는 자전거를 세워 두고 장미 동산이 마주 보이는 강둑에 앉았다.
넘어 가는 해가 최후의 선물인양 선명한 오렌지빛 황홀경을 물 위에 그리고 있었다.
몸으로 배운 일은 죽을 때까지 몸이 기억을 해 둔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강희는 코 끝에 바람 한 줄기를 매달고 물위에 지는 석양을 눈에 담으며 페달을 밟았다.
모처럼 청량한 기운이 폐부를 가득 채웠다.
줄곧 한 발자국 쯤 뒤에서 에스코트를 하며 달려오는 현우를 힐끔힐끔 돌아다 보며 달렸다.
마치 산책길에 엄마 손을 잡고 나선 아이처럼.....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핀 동산을 지나 온 바람이 달콤한 향내를 가져다 흩뿌려 주어
온 몸의 세포가 모두 장미향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걷는 사람이 간간히 보이기도 하고 길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까 지나갔던 두 여자가 바람을 가르며 나타나 그들 곁을 휙 ~ 지나갔다.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고 스카프를 휘날리며 달리는 그들에게서 생기가 느껴졌다.
살아있음을 너무도 강렬하게 시사하는 생명의 기운을 스쳐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나누어 주는
그들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강희는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현우도 그녀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어느 새 그녀의 얼굴에도 발그레한 생기가 돌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장미 동산이었다.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이의 눈길을 붙들었다.
지나가다 장미에 취했는지 꽃밭에 들어 가 꽃잎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여인들도 있다.
그네들 모습도 꽃빛깔에 동화되어 꽃처럼 곱다.
그들에게서 나온 듯한 맑은 방울소리같은 웃음이 바람 소리에 묻어났다.
더할 수 없는 평안한 기쁨이 강희의 온 몸을 감싸주었다.
모든 긴장과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난 것처럼 가벼운 느낌.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것이 철 들고 처음인것 같았다.
강희는 자전거를 세워 두고 장미 동산이 마주 보이는 강둑에 앉았다.
넘어 가는 해가 최후의 선물인양 선명한 오렌지빛 황홀경을 물 위에 그리고 있었다.
2006.04.21 00:21:23 (*.234.131.250)
어느새 주변이 어둑해 오기 시작하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현우는 자전거를 한 쪽에 치워 놓고 강희 옆에 나란히 앉았다.
석양빛에 물든 그녀의 얼굴이 참 고왔다.
"해가 지는 걸 정말 오랜만에 봐요."
"참 멋있지요?"
"매일 뜨고 지고 했을 텐데 저는 한번도 못 본거 같아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무엇을 위해 그리 쫓기며 살았는지도 모르면서 말예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죠.
강희씨만 그런건 아닐거예요."
"일출보다 일몰이 더 화려하다더니 오늘 보니까 그 말이 맞는거 같아요.
태어나는 순간보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활활 타오르는 순간이 더 치열해서 그렇다죠?"
"그런 말이 있어요?"
"어느 노 정치인이 한 말인데 여러가지로 끌어다 쓰는 표현이 된 말이래요."
"일출보다 일몰이 더 화려하다? 흠..... 일리가 있네요."
그 때, 장미 꽃밭에 들어가 잎을 따던 사람들이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여전히 까르륵거리며 허리가 휘도록 웃고 떠들고 장난하면서....
한 여자가 현우와 강희를 힐끔 쳐다보고는 옆 사람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다른 여자가
큰소리로 떠들었다.
"얘,얘... 기껏 쑥개떡 쪄다 먹여 놨더니 나만 쏙 빼고 느그들끼리만 쑥덕거리기야?"
"쉿~ 조용히 해, 선영아 ...저 사람들 들어..."
" 무슨 얘긴데?"
"지금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 부부 아니고 불륜 같지? 그치?
하긴... 여자 나이 오십에 애인이 있으면 가문의 영광이라더라.
느그들 중에 가문의 영광 있는 사람 있니? 있음 빨리 말해 ~"
"야~ 집에 있는 남자 하나도 귀찮아 죽겠구만 애인은 무슨 애인?
나는 그냥 느그들이랑 이렇게 쑥개떡이나 쪄가지구 먹으면서 노는게 젤 좋아.
나이 먹으면 그 놈이 그놈이라더라. 가문의 영광은 무슨......"
"그래도 나는 가문의 영광이 부럽당 ~ 우리도 힘 좀 써 볼까?"
"너나 힘 쓰셔. 우리가 팍팍 밀어 줄게."
한바탕 자지러지는 웃음을 남기면서 그네들이 멀어져 갔다.
그네들이 남겨 둔 웃음의 정확한 뜻은 모르면서도 밝은 기운이 전염이 되었는지
강희가 현우의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현우도 큰 소리로 따라 웃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한참을 그렇게 이유도 없이 웃고 웃고 또 웃었다.
나중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현우는 자전거를 한 쪽에 치워 놓고 강희 옆에 나란히 앉았다.
석양빛에 물든 그녀의 얼굴이 참 고왔다.
"해가 지는 걸 정말 오랜만에 봐요."
"참 멋있지요?"
"매일 뜨고 지고 했을 텐데 저는 한번도 못 본거 같아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무엇을 위해 그리 쫓기며 살았는지도 모르면서 말예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죠.
강희씨만 그런건 아닐거예요."
"일출보다 일몰이 더 화려하다더니 오늘 보니까 그 말이 맞는거 같아요.
태어나는 순간보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활활 타오르는 순간이 더 치열해서 그렇다죠?"
"그런 말이 있어요?"
"어느 노 정치인이 한 말인데 여러가지로 끌어다 쓰는 표현이 된 말이래요."
"일출보다 일몰이 더 화려하다? 흠..... 일리가 있네요."
그 때, 장미 꽃밭에 들어가 잎을 따던 사람들이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여전히 까르륵거리며 허리가 휘도록 웃고 떠들고 장난하면서....
한 여자가 현우와 강희를 힐끔 쳐다보고는 옆 사람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다른 여자가
큰소리로 떠들었다.
"얘,얘... 기껏 쑥개떡 쪄다 먹여 놨더니 나만 쏙 빼고 느그들끼리만 쑥덕거리기야?"
"쉿~ 조용히 해, 선영아 ...저 사람들 들어..."
" 무슨 얘긴데?"
"지금 저기 앉아 있는 사람들 부부 아니고 불륜 같지? 그치?
하긴... 여자 나이 오십에 애인이 있으면 가문의 영광이라더라.
느그들 중에 가문의 영광 있는 사람 있니? 있음 빨리 말해 ~"
"야~ 집에 있는 남자 하나도 귀찮아 죽겠구만 애인은 무슨 애인?
나는 그냥 느그들이랑 이렇게 쑥개떡이나 쪄가지구 먹으면서 노는게 젤 좋아.
나이 먹으면 그 놈이 그놈이라더라. 가문의 영광은 무슨......"
"그래도 나는 가문의 영광이 부럽당 ~ 우리도 힘 좀 써 볼까?"
"너나 힘 쓰셔. 우리가 팍팍 밀어 줄게."
한바탕 자지러지는 웃음을 남기면서 그네들이 멀어져 갔다.
그네들이 남겨 둔 웃음의 정확한 뜻은 모르면서도 밝은 기운이 전염이 되었는지
강희가 현우의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현우도 큰 소리로 따라 웃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한참을 그렇게 이유도 없이 웃고 웃고 또 웃었다.
나중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2006.04.21 17:53:47 (*.234.131.250)
웃음으로 병도 치료한다고 했던가.
아무 이유도 없이 터져 나온 웃음은 분명 미친 헛웃음인데도 속이 시원해졌다.
현우는 환하게 웃는 강희에게서 문득 혜원을 보았다.
선머슴처럼 짧은 머리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던 여자. 정혜원.
혜원은 언제나 친구처럼 편안한 아내였다.
웬만한 일엔 잔소리도 안하고 바가지를 긁어 본 일은 거의 없는 여자.
그녀와는 기억나게 싸워 본 적도 별로 없었다.
너무도 여성적인 강희와 혜원은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왜 비슷하게 느껴지는걸까.
아니, 웃고 있는 이 여자가 왜 아내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이게 무슨 착각이란 말인가.
현우는 생각을 털어내려는 양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지막 안깐힘을 쓰던 해는 어느새 물 속으로 완전히 잠겨 버렸다.
"강희씨, 내가 맛있는 저녁 살게요. 갑시다."
이번에는 현우가 자전거를 타고 앞서 달렸다.
날이 아주 어둡기 전에 자전거를 돌려 주려면 서둘러야 했다.
강희도 부지런히 따라 달렸다.
어둠이 커튼처럼 점점 땅 가까이로 내려 앉고 있었다.
강 건너에서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큰 빛을 물속에 던져 놓고 난 도시가 별빛을 닮은 새 빛을 찾아내고 있었다.
자전거를 반환하고 그들은 주차장으로 갔다.
아무 이유도 없이 터져 나온 웃음은 분명 미친 헛웃음인데도 속이 시원해졌다.
현우는 환하게 웃는 강희에게서 문득 혜원을 보았다.
선머슴처럼 짧은 머리에 청바지가 잘 어울리던 여자. 정혜원.
혜원은 언제나 친구처럼 편안한 아내였다.
웬만한 일엔 잔소리도 안하고 바가지를 긁어 본 일은 거의 없는 여자.
그녀와는 기억나게 싸워 본 적도 별로 없었다.
너무도 여성적인 강희와 혜원은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왜 비슷하게 느껴지는걸까.
아니, 웃고 있는 이 여자가 왜 아내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이게 무슨 착각이란 말인가.
현우는 생각을 털어내려는 양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지막 안깐힘을 쓰던 해는 어느새 물 속으로 완전히 잠겨 버렸다.
"강희씨, 내가 맛있는 저녁 살게요. 갑시다."
이번에는 현우가 자전거를 타고 앞서 달렸다.
날이 아주 어둡기 전에 자전거를 돌려 주려면 서둘러야 했다.
강희도 부지런히 따라 달렸다.
어둠이 커튼처럼 점점 땅 가까이로 내려 앉고 있었다.
강 건너에서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큰 빛을 물속에 던져 놓고 난 도시가 별빛을 닮은 새 빛을 찾아내고 있었다.
자전거를 반환하고 그들은 주차장으로 갔다.
2006.04.23 16:26:35 (*.100.195.169)
"강희씨~
내 차로 같이 가시고 이따가 저녁 먹고 여기로 데려다 드리는게 좋을것 같은데 어떠세요?"
잠시 망설이던 강희는 "그러죠 뭐" 선선히 대답했다.
한참을 웃고 난 덕분인지 밤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뭘 좀 맛있는걸 사드려야 할텐데~ "
"지난번에도 현우씨가 다 사줬잖아요.
이번엔 내가 사드릴래요.
근데 전 점점 양식보단 한식이 좋더라구요.
하지만 뭐 인심 쓸게요,
현우씨 드시고 싶은거 사드릴게요"
"그래요? 우아~ 신난다, 맛난거 사주세요, 그럼~
안된다고 할줄 알았죠? 하하하"
현우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한숨짓고 혜원의 얘기를 하던 현우는 온데 간데 없다.
조금 달리니까 길 옆에 한정식 "들꽃향기"란 집의 선전 간판이 보이고 샛길로 들어가란 표시가 보였다.
샛길을 들어서서 약간은 가파른 길로 올라가니 너른 마당에 기와지붕이 운치있는 한옥집이 보였다.
차에서 내리니 종업원인듯 개량 한복을 곱게 입은 여자애가 상냥하게 맞는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시죠?"
하더니 눈치있게 별채로 안내한다.
아무래도 주위가 의식이 되서 내심 걱정하던 강희는 안도를 하며 별채로 들어섰다.
방엔 작은 수채화가 한점 벽에 걸려있고 문갑위엔 유리 화병에 이름모를 들꽃이 한아름 꽃혀있다.
내 차로 같이 가시고 이따가 저녁 먹고 여기로 데려다 드리는게 좋을것 같은데 어떠세요?"
잠시 망설이던 강희는 "그러죠 뭐" 선선히 대답했다.
한참을 웃고 난 덕분인지 밤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뭘 좀 맛있는걸 사드려야 할텐데~ "
"지난번에도 현우씨가 다 사줬잖아요.
이번엔 내가 사드릴래요.
근데 전 점점 양식보단 한식이 좋더라구요.
하지만 뭐 인심 쓸게요,
현우씨 드시고 싶은거 사드릴게요"
"그래요? 우아~ 신난다, 맛난거 사주세요, 그럼~
안된다고 할줄 알았죠? 하하하"
현우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한숨짓고 혜원의 얘기를 하던 현우는 온데 간데 없다.
조금 달리니까 길 옆에 한정식 "들꽃향기"란 집의 선전 간판이 보이고 샛길로 들어가란 표시가 보였다.
샛길을 들어서서 약간은 가파른 길로 올라가니 너른 마당에 기와지붕이 운치있는 한옥집이 보였다.
차에서 내리니 종업원인듯 개량 한복을 곱게 입은 여자애가 상냥하게 맞는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시죠?"
하더니 눈치있게 별채로 안내한다.
아무래도 주위가 의식이 되서 내심 걱정하던 강희는 안도를 하며 별채로 들어섰다.
방엔 작은 수채화가 한점 벽에 걸려있고 문갑위엔 유리 화병에 이름모를 들꽃이 한아름 꽃혀있다.
2006.04.23 17:05:28 (*.100.195.169)
한정식 이인분을 시켜서 숭늉까지 맛있게 먹고 난 강희는 작은 공간에 둘이만 있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다.
방 가운데 조그만 창이 나 있었다.
강희는 일어나서 창 가로 가 밖을 내다 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성큼 내려앉고 한무더기씩 피었있는 들꽃은 정원등 밑에서 어슴프레 그 소박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갑자기 귀가 시간이 걱정이 된 강희가 돌아서려 할 때 언제 일어났는지 현우가 조용히 강희의 뒤에서 어깨를 감싸 안았다.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뿌리치려 하자 현우의 두 팔은 조금 더 세게 강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뭐라고 말하려다가 강희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냥 집으로 갔던지, 뭔 말을 할건데~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별채로 들어온 순간 이런 모습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 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을 뿐이다.
걍희의 등 뒤에서 현우가 속삭였다.
더운 입깁이 귓가에 닿았다.
"도망가지만 말아줘요.
아주 가끔 일년에 한번이라도 좋아요.
이렇게 만날 수만 있다면 ~ "
강희를 가만히 돌려세운 현우는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 했다,
현우의 심장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강희의 심장으로 전해져 왔다.
따듯한 입술의 감촉을 느끼며 강희도 눈을 감았다.
정신이 아뜩해져 왔다.
다리의 힘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마음 한쪽에서 "안 되~ 이젠 안되~"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희는 번쩍 정신이 든듯 "가야해요" 하면서 현우를 뿌리치고 핸드백을 집어들고 문을 열고 먼저나와버렸다.
계산을 끝낸 뒤 현우의 차 앞에서 기다리자 풀이 죽은 현우가 차 문을 열었다.
강희의 차가 있는 시민공원에 다시 올때 까지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방 가운데 조그만 창이 나 있었다.
강희는 일어나서 창 가로 가 밖을 내다 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성큼 내려앉고 한무더기씩 피었있는 들꽃은 정원등 밑에서 어슴프레 그 소박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갑자기 귀가 시간이 걱정이 된 강희가 돌아서려 할 때 언제 일어났는지 현우가 조용히 강희의 뒤에서 어깨를 감싸 안았다.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뿌리치려 하자 현우의 두 팔은 조금 더 세게 강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뭐라고 말하려다가 강희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냥 집으로 갔던지, 뭔 말을 할건데~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별채로 들어온 순간 이런 모습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 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을 뿐이다.
걍희의 등 뒤에서 현우가 속삭였다.
더운 입깁이 귓가에 닿았다.
"도망가지만 말아줘요.
아주 가끔 일년에 한번이라도 좋아요.
이렇게 만날 수만 있다면 ~ "
강희를 가만히 돌려세운 현우는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 했다,
현우의 심장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그대로 강희의 심장으로 전해져 왔다.
따듯한 입술의 감촉을 느끼며 강희도 눈을 감았다.
정신이 아뜩해져 왔다.
다리의 힘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마음 한쪽에서 "안 되~ 이젠 안되~"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희는 번쩍 정신이 든듯 "가야해요" 하면서 현우를 뿌리치고 핸드백을 집어들고 문을 열고 먼저나와버렸다.
계산을 끝낸 뒤 현우의 차 앞에서 기다리자 풀이 죽은 현우가 차 문을 열었다.
강희의 차가 있는 시민공원에 다시 올때 까지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2006.04.24 03:45:25 (*.234.131.250)
현우는 강희의 차 옆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우두커니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강희가 물었다.
'현우씨, 저 만나서 좋으세요?"
잠시 현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우린 그동안 서로 충분히 감정을 교환하지 않았던가요"
아주 나즈막하게 현우가 말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강희의 왼손을 지그시 잡았다.
웬지 강희는 싫지가 않았다.
현우의 체온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 강희는 현우의 오른볼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제가 전화 할께요. 이젠 가야겠네요"
그리고 차 문을 열었다.
현우도 차에서 내려 그녀 차 곁에 섰다.
강희는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걸고는 창문을 내렸다.
"오늘 즐거웠어요. 현우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남자를 만나면 여자는 행복해지지요. 조심해 가세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며 창밖으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현우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몸을 깊이 숙여 작별의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놀란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감겼다.
두 손은 여전히 핸들 위에 둔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길고도 깊은 영혼의 교감.
영원같은 찰나가 영원처럼 지나갔다.
그녀의 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간 브레이크 불빛만 잔영으로 남기고 멀어져 갔다.
강희의 차가 공원을 빠져나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현우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우두커니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강희가 물었다.
'현우씨, 저 만나서 좋으세요?"
잠시 현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우린 그동안 서로 충분히 감정을 교환하지 않았던가요"
아주 나즈막하게 현우가 말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강희의 왼손을 지그시 잡았다.
웬지 강희는 싫지가 않았다.
현우의 체온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 강희는 현우의 오른볼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제가 전화 할께요. 이젠 가야겠네요"
그리고 차 문을 열었다.
현우도 차에서 내려 그녀 차 곁에 섰다.
강희는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걸고는 창문을 내렸다.
"오늘 즐거웠어요. 현우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남자를 만나면 여자는 행복해지지요. 조심해 가세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하며 창밖으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현우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몸을 깊이 숙여 작별의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놀란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감겼다.
두 손은 여전히 핸들 위에 둔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길고도 깊은 영혼의 교감.
영원같은 찰나가 영원처럼 지나갔다.
그녀의 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간 브레이크 불빛만 잔영으로 남기고 멀어져 갔다.
강희의 차가 공원을 빠져나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현우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2006.04.24 09:58:40 (*.240.234.194)
‘이제 그만하자.’
좀 전의 그와의 입맞춤이 되살아나
그녀는 온 몸이 떨려 옴을 느끼며 불안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안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짜릿하고도 행복한 느낌!
현우를 생각하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며
어쩌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아도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강변을 따라 쏟아지는 불빛들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아름답고 황홀해 보이는 걸까?
누군가 이 황홀한 아름다움을 ‘찬란한 슬픔’이라 했던가?
강희는 병인과의 만남에서도 이런 날이 있었던가 생각해 본다.
먼 옛날처럼 아득히 느껴지던 그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리라.
그 때도 지금처럼 병인을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서 병인이 어두워 보인다며 탐탁해 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보며
‘엄마 전 그이의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요.’
라는 말씀을 차마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럴수록 그를 향한 마음은 더욱 강렬해 짐을 어쩔 수 없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너무도 부족하여
사랑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결혼 후 강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병인의 고독하고 우수에 차 있으며 멋있어 보이던 모습은
허상이었음을 깨달아 가며
영원 할 줄 알았던 사랑의 마음은 상처로 인해 조금씩 희미해지며
그에 대한 절대적 갈망에 대한 상실감으로 인하여
오히려 냉랭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리곤 사랑의 상실이 얼마나 큰 아픔이 될 수 있는지
병인을 바라보며 수없이 확인하게 되었다.
그로 인한 가혹한 현실은
아이들이 그녀를 붙들어 주는 끈이 되어 주었고 위로가 되어주었다.
‘얘들아 너희들이 보고 싶어!’ ‘사랑하는 내 새끼들.’
‘너희들이 곁에 있다면 흔들리는 엄마를 붙들어 줄 수 있으려나?’
‘아니 흔들리지 조차 않았으려나?’
욕망과 어리석음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해질까?
지금 현우가 내 앞에 있다면 감당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를지도 몰랐다.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해지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좀 전의 그와의 입맞춤이 되살아나
그녀는 온 몸이 떨려 옴을 느끼며 불안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안주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짜릿하고도 행복한 느낌!
현우를 생각하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며
어쩌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아도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강변을 따라 쏟아지는 불빛들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아름답고 황홀해 보이는 걸까?
누군가 이 황홀한 아름다움을 ‘찬란한 슬픔’이라 했던가?
강희는 병인과의 만남에서도 이런 날이 있었던가 생각해 본다.
먼 옛날처럼 아득히 느껴지던 그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리라.
그 때도 지금처럼 병인을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서 병인이 어두워 보인다며 탐탁해 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보며
‘엄마 전 그이의 그런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요.’
라는 말씀을 차마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럴수록 그를 향한 마음은 더욱 강렬해 짐을 어쩔 수 없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너무도 부족하여
사랑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결혼 후 강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병인의 고독하고 우수에 차 있으며 멋있어 보이던 모습은
허상이었음을 깨달아 가며
영원 할 줄 알았던 사랑의 마음은 상처로 인해 조금씩 희미해지며
그에 대한 절대적 갈망에 대한 상실감으로 인하여
오히려 냉랭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리곤 사랑의 상실이 얼마나 큰 아픔이 될 수 있는지
병인을 바라보며 수없이 확인하게 되었다.
그로 인한 가혹한 현실은
아이들이 그녀를 붙들어 주는 끈이 되어 주었고 위로가 되어주었다.
‘얘들아 너희들이 보고 싶어!’ ‘사랑하는 내 새끼들.’
‘너희들이 곁에 있다면 흔들리는 엄마를 붙들어 줄 수 있으려나?’
‘아니 흔들리지 조차 않았으려나?’
욕망과 어리석음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해질까?
지금 현우가 내 앞에 있다면 감당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를지도 몰랐다.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해지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2006.04.25 16:33:04 (*.234.131.250)
강희의 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도 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 두었던 사람을 보낸 것처럼
절절한 그리움이 그의 가슴에서 배어났다.
만나는 순간부터 낯설지 않고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함이 느껴지던
숱한 환상 속에서 그려보던 여인. 빈섬. 이강희...
그녀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된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필연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진작에 만났어야 할 운명적인 사랑...
그렇지만 어쩌면 그것은 외로운 중늙은이의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현우는 그녀를 붙잡기는커녕 끝내 한마디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렇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현우는 담배를 한 대 찾아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다 그만 두었다.
아직껏 입안에는 달큰한 그녀의 촉감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그녀가 벗어 두고 간 겉옷처럼....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
현우는 그 적막한 허공에 대고 헛웃음을 웃어 보았다.
그래도 지독하게 끈적끈적한 그놈의 외로움과 초라함은 날아가지 않았다.
마치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 두었던 사람을 보낸 것처럼
절절한 그리움이 그의 가슴에서 배어났다.
만나는 순간부터 낯설지 않고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함이 느껴지던
숱한 환상 속에서 그려보던 여인. 빈섬. 이강희...
그녀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된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필연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진작에 만났어야 할 운명적인 사랑...
그렇지만 어쩌면 그것은 외로운 중늙은이의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현우는 그녀를 붙잡기는커녕 끝내 한마디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렇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현우는 담배를 한 대 찾아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다 그만 두었다.
아직껏 입안에는 달큰한 그녀의 촉감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그녀가 벗어 두고 간 겉옷처럼....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
현우는 그 적막한 허공에 대고 헛웃음을 웃어 보았다.
그래도 지독하게 끈적끈적한 그놈의 외로움과 초라함은 날아가지 않았다.
2006.04.25 16:43:39 (*.234.131.250)
여기서 8장을 마무리 합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새 방에서 ....
1장부터 8장까지가 <뜰안채 이야기>의 제 1부입니다.
제 2부는 필진이 보강되고
줄거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에 다시 시작을 할 예정입니다.
주변 이야기 방에다 여러분들의 의견 많이 남겨 주세요. (:f)
앞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새 방에서 ....
1장부터 8장까지가 <뜰안채 이야기>의 제 1부입니다.
제 2부는 필진이 보강되고
줄거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에 다시 시작을 할 예정입니다.
주변 이야기 방에다 여러분들의 의견 많이 남겨 주세요. (:f)
"저, 한 잔 더 해도 되나요?
이거 마셔보고 싶어요. 현우씨가 마신거 나도 마셔보고 싶어요.
아까 불루 하와이라고 했던가요?"
"네? 위스키 한잔에 취기가 오른거 같은데 괜찮겠어요?"
"걱정 마세요. 오늘은 어차피 나 한테 파격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날인거 같은데요?"
점점 대담해지는 자신이 낯설다기 보다는 그런 자신을 즐기고 싶어졌다.
오늘만은 그러고 싶어졌다.
현우는 마담에게 손짓을 하고는 불루 하와이 한잔을 더 주문했다.
마담은 이번엔 직접 가져오지 않고 종업원을 시켜 건네고는 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강희는 불루 하와이 잔을 들어 단숨에 반잔이나 홀짝 마셔 버렸다.
"아니~ 안되겠네~"
현우는 강희의 손에서 잔을 뺐어 남은 술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어 버렸다.
"9시 차면 조금 있다 떠나야 할텐데요?"
현우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오른손으로 강희의 어깨를 감쌌다.
강희는 현우의 어깨에 살며시 고개를 기대었다.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을것 같은 어깨였다.
눈을 감았다.
한없이 부드러운 깃털의 감촉이 강희의 전신에 번졌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흐느끼는 둣한 째즈의 선율 속에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