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인가?
끝이 돌돌 말린 타이를 풀고 헤어진지.

삼십년을 한결같이
그리워했다고는 말 못해도
우째 지내는지 궁금해서 안달했던 적도 있었네.
죽지 않고 살면 언젠가 만나 볼 날이 있다던 울 엄마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네 그려.
그래.   그 동안 잘 지냈는가?
몸은 건강해 보이는 구먼
이마팍의 여드름이 다 없어져서 하마터면 못 알아 볼 뻔 했네.
고운 모습으로 만나니 참 고맙네.


나?
나 말인가?

그 해 봄부터
우린 뿔뿔히 제 나름의 길을 갔었잖은가?
대학을 가고, 직장을 가고, 더러는 재수를 하면서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오지랖 넓게 고뇌도 하고, 제 몫의 후회도 했지.
의기소침한 적도 있었지만 발랄했던 시절이었네.
미팅을 하다 연애를 하고
요리 조리 재다가 결혼도 했네.

그리고 나서
스므 해가 넘도록
밥 하고  애 보고  돈 벌고,
자고 깨면 또 별 수 없이
밥 하고 애 보고  돈 벌고.
콩 튀듯 팥 튀듯 살았네.
시집가면 편하게 놀고 먹나 했더니
득점인줄 알았던 골인은 실점이었네.
마누라에다
엄마에다
며느리다, 동료다 엎치고 덮치고
제 손은 모셔놓고 내 손만 쳐다 보니,
정작 난 ' 나 ' 를 쳐다 볼 겨를도 없고
속 알맹이는 어디다 흘려 버렸는지 빈 껍데기 뿐인 ' 나 '
그래도
그 껍질이나마 잘 간수해 왔네.
이제부터라도 뭘 채워 담으려고.

너는 어떤가?
내 형편과는 천지 차이겠지?

말 말어.
다를 게 없네.   네 얘기를 들으니 내 거울을 들여다 본 듯하네.
난 말야.   적어도 우리 나이쯤 되면 뭘 좀 알 줄 알았거든.   우리가 꼴통은 아니잖는가?
십대  땐 스므살만 되면 어른이 다 되는 줄 알았고,
나이가 차면 적당히 나이 값을 하게 될줄 알았다네.
서른 고개를 넘으면 의연해질 줄 알고,
마흔살 씩이나 먹으면 시기도 질투도 시샘도 초연해 지는 줄 알았더니
왠걸.  이적지 고스란히 웅켜쥐고 있네.
쉰살이 되도록 ' 어른다운 어른 ' 은 바라다만 보이는 먼산 高峰이던걸.

나의 양친이 세상을 떠나고,
자식이 내 품을 벗어 나고,
남편이야 호인은 아니라도, 이 나이 먹은 마누랄 닥달질 하나.
허룩해진 우리 마음의 빈터를
友情이 메워 준다고 말들 하던데
난 사실 겁난다네.
오래 전 친구를 만나려니
휘 휘 '나 '를 둘러 봐 지네.
아직도 여전히 미숙하고
볼품 또한 들쑥 날쑥
그냥 시시껍쩍한 일상의 얘기 뿐이 할 줄 모르는 나.
그래도 이날 입때까지
' 내 인생이 망친 인생은 아닌갑다 '
' 사람 사는 게 다 그런갑다 '  다독거리고 살았는데
화평했던 내 가슴에 소용돌이가 일까봐서 망설인다네.
입안에 쓴 침이 고일까봐 주저한다네.

아. 그래두 만나 보고 싶고.
함박 같은 얼굴의 그 웃음소릴 듣고 싶네.
나의 오래 전 친구가 내 이름을 불러 주면 얼마나 반가울까  꿈 꾸어 보는 비 오는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