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는 아주 심플했지.
normal ~ ~ normal    종합 소견  normal
그래두 난 해마다 한번 씩.   어떤 해는 두번도 했어.   건강 검사를.
일본 사람들 장수하는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정기적으로 건강 검사를 하는 걸꺼야.
습관화 되어 있거든.   돈도 별로 안 들고.

난 잔병을 달고 살진 않지만  전후 50년대 태어나  영양 부실한 우유로 자란 탓에
우리 형제들이 모두 강단이 없다고 울 엄마가 늘 한탄을 하신데다, 부모님이
그렇게 장수한 편이 못 되기 때문이기도 해서 말이지.

검사를 하고나면 2주쯤 후에 결과가 우송되어 오는데 봉투를 뜯을 땐 언제나 마음 졸리고
손 끝이 달달 떨리기도 하지만  펴 보면 역시 normal.
2시간 반 정도 받는 검사에 내 몸을 삿삿히 뒤져 봤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아도.
그래도 우선은 안심.

근데 올해는 아니야.
1(normal) 부터 6(치료중)까지의 부분 평가가 있고  종합 소견이 있지. 자세한 수치도 있지만.
전엔 일정하게 " 1" 이었는데 이번엔 3도 있고, 5도 있고 정신 사납게 복잡하네.
혈압 - 저혈압    빈혈 - 정기적 관찰 요,
위장 내 1센치 가량 폴립 있슴. 정밀 검사 필요.   심전도 재검사 요함.
이 검사 통지서가 내 꺼 맞나 싶어 이름도 다시 한번 확인해 봤어.
죽고 사는 걸 초연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그건 건강할 때 그냥 해 보는 소리고,
막상은 무지하게 심란스럽더라.
건강을 과신해 본 적은 없어도
의사가 나를 앉혀 놓고 딱히 토를 달게 없는 것이 험이라면 험이랄까?
1년 사이에, 그리고  내가 전혀 감지하지 못한 사이에 몸이 만신창이가 된건가.

아뭏든 밍기적거리고 있을게 뮈 있어?
그 다음날 아르바이트 가면서 곧바로 병원에 들러 내과 예약을 했지.
내 예상 대로  가장 신경 거슬리는  위 내시경을 하자고 하데.
내시경 검사가 꽤 역겹고 고약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서 각오는 단단히 했어.
전에 십이지장괘양으로 내시경 검사를 해 본 남편도 두번 다시 하고싶지 않은거라고 하고.

전날 9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데  사람은 참  못 말리는 동물이야.
내가 자기 전에 뭘 쩝쩝거리고 먹는 사람이 아닌데도 먹지 말라니까  괜히 냉장고을  수시로
열었다 닫았다 하고, 하다 못해 오징어 다리라도  질겅거리고 싶고.   스트레스 때문인가봐.
대개 검사를 첨 하는 사람은 두눈을 질끈 감고 왝왝거리다 끝난다길래 그런줄만 알았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더라구.  생밤을 씹지않고 삼킨 듯하더니 그만, 아무렇지도 않아서 모니터도
똑똑히 보고, 의사가 자세하게 설명하는거 죄다 듣고,  악성은 아닌것 같은데 조직검사도
해 보자고 조금씩 뜯어내기도 하더라,

그리고 일주일 후  받은 결과는 normal.
남편도 꽤나 마음을 졸이는 것 같길래 결과를 보고, 전화를 걸었네.

" 유감스럽게도   이상 무
앞으로 30년은 넉끈이 당신을 들볶고 잔소리를 할수 있을거라든데 .  당신 좋다 말았겠수 "

전화상으로야 얼굴을 볼 수 없으니  희색이 만면한지 낭패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말로는

"  그러면 그렇지.   나는 왠 늦복이 덩쿨째 굴러 들어 오나 했네 "

난 이런 해프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우.
우리 또래도 이제 건강을 자신할 나이는 아니니 미리 미리 살피고 돌보고
미련하게 참지만 말고 엄살도 좀 하구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