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일자리도 놓아버리고 편안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도 비워놓고, 아무 터전도 없는 호주에 도착해서 가족들도, 친구들도 잊어버리고 앞만 보고 살았으니 이곳의 유학생활은 고생은 되지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삶과 비슷한 것 같다.

교회의 성가대 일원으로 시드니를 방문한 인희가 윤옥을 비롯하여 6회 선배님, 13회 선배님 두 분을 모시고 지난 금요일 자리를 함께 했다. 일 때문에 다음 날인 토요일 오후에야 인희를 만날 수 있었다.

윤옥, 인희 모두 여고시절을 많이도 기억하고 있었다. 짝과 나누었던 대화까지 떠올리며 교실의 모습을 상기시키던 윤옥의 이야기에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10년 동안 가슴 아픈 가족사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어느 선생님 이야기에는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 우리들도 그때의 선생님들 나이보다 적지는 않으리라.

멀리 이곳에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삶의 용기와 따뜻함을 가득 채워주고 간 인희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