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수 2,259
금요일이다
등에는 오랫동안 사용해서 물이 나르기 시작한 검정 가죽의 쌈지 백을 메고, 한 쪽 어깨에는 천으로 만든 낡은 시장가방이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삽화가 그려진 책에 빠져든다
햇볕에 탄 맨얼굴에 아이보리 면바지, 밤색 면티, 하늘색 여름용 모자를 푹 쓰고 검정 단화를 신었으니 누가 보거나 말거나 마음껏 자유롭다
터덜터덜 걸으면서 책 읽는 취미는 혼자 놀기 잘하던 학창시절에도 곧잘 하던 일이었다
시험이 가까워진 토요일, 일요일이면 학교를 찾았다 교실 안이 지루해지면 책을 들고 밖으로 나와서 걸어다니며 시험공부를 했다
상인천여중을 다닐 때에는 인천여고 교문 쪽에 있던 은행나무 밑을 왔다갔다 하던 길과 라일락 향기 가득했던 연못이 좋았고,
인일여고에서는 외지고 조명이 조금 어두웠던 도서관, 노란장미와 분수와 아치가 아름다웠던 연못가, 나른한 오후가 생각나는 통일동산, 과학실이 있는 건물 주변 등이 좋아하던 장소였다
등에는 오랫동안 사용해서 물이 나르기 시작한 검정 가죽의 쌈지 백을 메고, 한 쪽 어깨에는 천으로 만든 낡은 시장가방이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삽화가 그려진 책에 빠져든다
햇볕에 탄 맨얼굴에 아이보리 면바지, 밤색 면티, 하늘색 여름용 모자를 푹 쓰고 검정 단화를 신었으니 누가 보거나 말거나 마음껏 자유롭다
터덜터덜 걸으면서 책 읽는 취미는 혼자 놀기 잘하던 학창시절에도 곧잘 하던 일이었다
시험이 가까워진 토요일, 일요일이면 학교를 찾았다 교실 안이 지루해지면 책을 들고 밖으로 나와서 걸어다니며 시험공부를 했다
상인천여중을 다닐 때에는 인천여고 교문 쪽에 있던 은행나무 밑을 왔다갔다 하던 길과 라일락 향기 가득했던 연못이 좋았고,
인일여고에서는 외지고 조명이 조금 어두웠던 도서관, 노란장미와 분수와 아치가 아름다웠던 연못가, 나른한 오후가 생각나는 통일동산, 과학실이 있는 건물 주변 등이 좋아하던 장소였다
2006.05.06 11:21:12 (*.214.55.162)
늦은 어제 밤 응원이 글을 보고 너무 기뻐서 얼떨결에 올린 댓글을 다시 올렸다.
나는 일상 생활을 함축성있게 쓰는 이런 글들을 읽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단다.
글 잘 쓰는 우리 14기 동기들아~~~ 계속 올려 주세요. 기다릴께요.^^^
나는 일상 생활을 함축성있게 쓰는 이런 글들을 읽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단다.
글 잘 쓰는 우리 14기 동기들아~~~ 계속 올려 주세요. 기다릴께요.^^^
2006.05.07 18:54:50 (*.119.234.32)
나두 인일여고하구 그 주변 풍경이 어떻게 변했을까 스므해 넘게 궁금해 하고만 있네.
가 본지가 언젠가? 이맘때면 등꽃도 필텐데?
생각 나는 게 있어.
고등학교 1학년 식목일에 우리집에서 해당화 한줄기를 뿌리째 쪼개다 심은 데가
통일동산 그네가 있는 뒤쪽 ,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는 담 옆이었어.
그 해는 꽃을 봤는지 생각이 안나고, 그 이듬해 그 척박한 땅에서 살아 남은 것도 제법인데,
가느다란 가지도 치고 꽃을 피웠지.
그 해당화가 보통 해당화 보다 꽃이 커서 우리 엄마가 목단꽃 같다고하셨거든.
그 다음핸 더 줄기가 퍼지고 탐스러운 꽃이 피었는데 동산 외진곳에 있는게 아까워서
이민호 생물 선생님을 모시고 가 보여 드리고 꽃이 진 후 옮겨 심은 자리가 교사 뒷편 화단
외벽으로 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랫쪽이었지.
몇 해 후인가 학교에 가보니 그 나무가 무지하게 울창해진 데다가 잔가시가 많은 해당화라
지나다닐 때 피해 다녀야 할 지경이 되어 맘 속으로 얼마나 미안한지.
그 후엔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긴 해두
한번 가볼 맘도 못 먹은 채 멀리 멀리 와 버렸네.
아직 있을까?
있다면 지금 쯤 꽃을 피우지 않았을까?
가 본지가 언젠가? 이맘때면 등꽃도 필텐데?
생각 나는 게 있어.
고등학교 1학년 식목일에 우리집에서 해당화 한줄기를 뿌리째 쪼개다 심은 데가
통일동산 그네가 있는 뒤쪽 , 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나는 담 옆이었어.
그 해는 꽃을 봤는지 생각이 안나고, 그 이듬해 그 척박한 땅에서 살아 남은 것도 제법인데,
가느다란 가지도 치고 꽃을 피웠지.
그 해당화가 보통 해당화 보다 꽃이 커서 우리 엄마가 목단꽃 같다고하셨거든.
그 다음핸 더 줄기가 퍼지고 탐스러운 꽃이 피었는데 동산 외진곳에 있는게 아까워서
이민호 생물 선생님을 모시고 가 보여 드리고 꽃이 진 후 옮겨 심은 자리가 교사 뒷편 화단
외벽으로 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랫쪽이었지.
몇 해 후인가 학교에 가보니 그 나무가 무지하게 울창해진 데다가 잔가시가 많은 해당화라
지나다닐 때 피해 다녀야 할 지경이 되어 맘 속으로 얼마나 미안한지.
그 후엔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긴 해두
한번 가볼 맘도 못 먹은 채 멀리 멀리 와 버렸네.
아직 있을까?
있다면 지금 쯤 꽃을 피우지 않았을까?
2006.05.07 21:09:43 (*.102.195.117)
근자에 읽은 책중에 서울대 경영학과의 윤석철교수의 경영 경제 인생이란
책이 인상깊었다.
어렵지 않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꽤 많은 부분 적용이 될만한
내용이 많아서 읽으며 밑줄을 많이 쳤단다.
짧았지만 섬기는 리더쉽(servant leader)이 인상적이었어.
섬기는 리더도 과유불급이면 안된다고 하더군.
난 여고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음악회다니고(그것도 서울로)
것멋들어서 책읽고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낸것 같아 지금도 많이 아쉽단다.
그 때 읽은 책 가끔 다시 읽곤 하는데 그 때 뭘 알고 읽었을까
많이 의심이 되고...
다만 그런 것이 나에게 습관을 만들어 준 점엔 감사한다.
응원이,윤옥이 찬정이!!!
모두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네.
넘넘 반갑다.
찬정아.
너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부평의 번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구나.
담에 한국들어와도 꼭 연락하렴.
윤옥 홈피에서 한동안 뜸해서
무척 궁금했는데
다시 나와서 아주 반갑다.
응원이는 얼굴은 알겠는데 너는 나를 잘 모를거다.
그래도 넘넘 반갑고~~~
다들 건강하여라!!!!
책이 인상깊었다.
어렵지 않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꽤 많은 부분 적용이 될만한
내용이 많아서 읽으며 밑줄을 많이 쳤단다.
짧았지만 섬기는 리더쉽(servant leader)이 인상적이었어.
섬기는 리더도 과유불급이면 안된다고 하더군.
난 여고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음악회다니고(그것도 서울로)
것멋들어서 책읽고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낸것 같아 지금도 많이 아쉽단다.
그 때 읽은 책 가끔 다시 읽곤 하는데 그 때 뭘 알고 읽었을까
많이 의심이 되고...
다만 그런 것이 나에게 습관을 만들어 준 점엔 감사한다.
응원이,윤옥이 찬정이!!!
모두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네.
넘넘 반갑다.
찬정아.
너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부평의 번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구나.
담에 한국들어와도 꼭 연락하렴.
윤옥 홈피에서 한동안 뜸해서
무척 궁금했는데
다시 나와서 아주 반갑다.
응원이는 얼굴은 알겠는데 너는 나를 잘 모를거다.
그래도 넘넘 반갑고~~~
다들 건강하여라!!!!
2006.05.08 01:22:19 (*.111.29.215)
나는 오자 못 찾고 다 읽었다.
인희야~
자주 들어 오니라~
멀리 있는 3명의 박씨가 우리 방을 지켜 주니 고맙고^^*(x8)(x18)(x8)
찬정아~
이젠 여독이 풀렸는고??(x8)(x7)(x18)(x8)
인희야~
자주 들어 오니라~
멀리 있는 3명의 박씨가 우리 방을 지켜 주니 고맙고^^*(x8)(x18)(x8)
찬정아~
이젠 여독이 풀렸는고??(x8)(x7)(x18)(x8)
2006.05.09 12:51:36 (*.114.54.209)
참 이름다운 시간이다.
우리가 같이 한 시간들이 다시 살아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구나.
탐스럽던 노란 장미향기가 코끝에 느껴지고 응원이의 굵은 뿔테안경 너머로
선하게 웃던 웃음이 ......
정란이의 여행사진을 보고 있거나 면바지에 삽화가 그려진 책을 들고 읽으며 걷는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면 내가 다 숨이 트이는 건 왤까?
이곳의 공기는 나를 자유롭게 한다 *^_^*
우리가 같이 한 시간들이 다시 살아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구나.
탐스럽던 노란 장미향기가 코끝에 느껴지고 응원이의 굵은 뿔테안경 너머로
선하게 웃던 웃음이 ......
정란이의 여행사진을 보고 있거나 면바지에 삽화가 그려진 책을 들고 읽으며 걷는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면 내가 다 숨이 트이는 건 왤까?
이곳의 공기는 나를 자유롭게 한다 *^_^*
2006.05.28 07:33:16 (*.108.144.31)
니들 다 너무 이뻐 죽겄어~
응원이와 조금전에 잠간 대화창에서 만났는데
응원이는 해외 어디에 있어?
미국? 일본?
오늘 시간이 많이 있어서 한번 들어와 봤어.
이 노인네 나갈테니 하던 말들 계속해서 하렴. 안녕~~
응원이와 조금전에 잠간 대화창에서 만났는데
응원이는 해외 어디에 있어?
미국? 일본?
오늘 시간이 많이 있어서 한번 들어와 봤어.
이 노인네 나갈테니 하던 말들 계속해서 하렴. 안녕~~
2006.06.23 07:57:04 (*.107.79.79)
춘자야 응원이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단다.
지금도 이곳에서 학업을 계속중이고 아주 학구파다.
지난주 호주 인일 동문모임에 있어서 난 처음 그 모임에 나가 아주 귀중한 후배들을 만나게 되었었지.
모두들 꾸밈없이 순수하고 .....역쉬 인일의 피는 목 속이는것 같드라.
그중에 응원이 첫안상을 말하자면 아주 순수하고 마음이 고아 보였어.
이 글속에도 응원이의 착하고 고은 마음이 그려져있네.
난 아직도 봄철이면 교정에 만발하는 아카시아 꽃향기를 잊을 수가 없는데....
아직도 아카시아 꽃 많이 피는지 궁궁하네
지금도 이곳에서 학업을 계속중이고 아주 학구파다.
지난주 호주 인일 동문모임에 있어서 난 처음 그 모임에 나가 아주 귀중한 후배들을 만나게 되었었지.
모두들 꾸밈없이 순수하고 .....역쉬 인일의 피는 목 속이는것 같드라.
그중에 응원이 첫안상을 말하자면 아주 순수하고 마음이 고아 보였어.
이 글속에도 응원이의 착하고 고은 마음이 그려져있네.
난 아직도 봄철이면 교정에 만발하는 아카시아 꽃향기를 잊을 수가 없는데....
아직도 아카시아 꽃 많이 피는지 궁궁하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응원이와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또 행복했었다.
푸른 오월 BY 노천명(盧天命)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노천명(盧天命)
1912년에 태어나 1957년에 작고했다.
황해도 長淵(장연) 태생 초명은 基善(기선)
여섯살 때 홍역으로 사경을 넘기고 천명으로 개명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 여전 영문과를 졸업
1935년을 전후하여 <시원> 동인으로 데뷔
한때 중외 일보 학예부 기자 잡지 <여성>의
기자로 언론계 몸을 담고 김관진과 사귀다가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