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바람마져 안 불겠는가
불어도 깊은 속 헤집어지도록 불어야지

몇십년 만에 동창들 만난다고 분단장 곱게 하고 나서렸더니
어이없는 부음에 놀란 가슴
마냥 기쁠 수는 없더구나
아, 우리 나이가 언제 부르시면 그저 네 하고 갈 나이가 되었더냐
잠시 억울해서 돌아본 친구들 얼굴엔
세월이 빗겨 간
시간을 껴안은 자욱들이 역력해
오십이 낼 모레니 '그럴수도 있겠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했다
꿋꿋한 해리 모습에 난 더 마음 아렸고
돌아가신 내 친정 아버지를 추억하며 진숙이는 눈물 찍었다

친구들아
그래도 우리들은 아름답다
낀 세대라며 개띠 앞에 꼭 58을 붙여놓는 우리들답게
양 세대의 사이에서도 가랭이 찢어지지 않고
잘도 버티고 있구나
아암 그래야지
천년 만년 그래야지


지선아
친한 적도 없는 네가 갔어도
신문에 난 널 보고 얘 내 인일 동창이라고 큰소리 치게 만들던 네가 갔어도
너 알아두고 있어라
먼저 가는 네 길에 노자 돈이라고
친구들은 몇 푼씩 넣었고 더러는 빈소를 찾아갔다는 거
널 몰랐어도
내 가슴은 이리도 아리고
나비가 허부적 거리는 밤 하늘에 대고 이렇게 말해 보았다.
어찌 바람마져 안 불겠는가

오래전 영화 제목처럼
Thanks God, It's windy!!!


가끔 이방지대 같은 일상에서도
난 이런 꿈을 꾼다
계속 꿀 것이다
내겐 친구가 있다고
이제사 내 속내 다 들어내도
부끄럽고 감출 것도 없는 친구들이 있다고
친구들아
정말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