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멜라를 처음 만난 것은 보우밸리 컬리지에 있는 대이캐어(어린이집)에서였다.
그 때 나는 컬리지에 있는 영어학교를 마치고 마악 그 곳의 대이캐어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뜻 보기에도 나이가 어려보였고 몸이 무척이나 갸날펐다.
대부분의 캐네디언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몸집이 크고 운동으로 단련 되어서 보기에도 강해보이는데...
파멜라는 그와는 아주 대조적인 인상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놀이를 하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팜이라고 불러, 다음 달에는 결혼하게 될거야."하면서 목걸이를 열어  신랑 될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몇일 후 그녀는 다른 쎈터로 발령을 받아 떠나게 되었다.

지난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보우강가로 나갔다가 우연히 팜을 만났지만 그저 "하이"하면서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 새학기에 나도 새로운 발령을 받아 지금의 대이캐어로 오게되었다.
팜은 바로 옆교실에 있었다.

언제나 조용하고 잔잔한 미소를 지니고 ...
20대 초반의 나이답지않게 늘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차림으로...
점심도 그 흔한 햄버거를 사먹지않고 집에서 준비를 해오곤 하였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어느날 내가 물었다.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니?" 하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말하였다.
"남편이 공부할 때 은행에서 빌린 론이 있는데 그것을 다 갚기 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안돼"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캐나다로 이민와서 살면서 캐네디언들은 아주 실용적이고 때론 이기적이라고 특히 부부사이에서 여자의 지위는 한국인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이말에 나의 고정관념이 충격을 받고 일시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 몇일 후 엄청난 굉음를 내며 팜이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막 교무실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소파 한 쪽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이곳은 한국과 달리 교무실이 정말 교사들을 위한 휴게실로 쓰여지고 있는데 커피브레이크나 점심시간에 아무에게도 간섭받지않고 개인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5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우우"하는 이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잠들어있던 팜이 한쪽 손을 허공을 향해 흔들며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꿈을 꾸나 생각했지만 눈을 뜨고 있었고 입이 돌아가면서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옆에 있던 캐라가 911에 전화를 걸고 다른 동료는 디렉터사무실로 달려갔다.
모든일이 순간적으로 일어났고 911요원들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얼마 후 그녀는 의식을 차렸지만 앰브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남은 우리들은 망연자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 후에 갖기로 한 계획안 짜기도 취소되고  교실로 돌아가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남은 우리들은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며 걱정를 했지만  몇일동안 팜을 볼 수 없었다.
몇일 후 그녀는 남편과 어머니와 함께 모습을 보였고 그녀에게 다가온 몇가지 변화를 우리는 들을 수 있었다.
우선 한달동안 집에서 쉬면서 약을 복용하고 그 후에는 연령이 조금 더 높은 다른 교실에서 6개월 근무하면서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지금의 교실로 복귀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그녀가 빨리 회복되어서  함께 일하기를 희망하였다.
그런데 오늘 발행된 뉴스레터는 그녀의 떠나감을 알려주고 있었다.
떠난 뒤의 그녀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