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 생각없이 창을 활짝 열어 놓고 - 아, 창이 왜 이렇게 작지?  벽을 없애고 싶다. 완전히 조각내잖아 - 하며 아깝게 창밖을 보고 있을 때가 있어. 지금도 그래.

오늘은 좀 쉬고 싶다.
친구들에게 글도 쓰고 안부도 묻고 전하고 싶네.

요즘 내 생활은 대체로 흐림이거나 대체로 맑음이거나 뒤죽박죽 구분할 수 없음이거나 분명히 흐린데 비 맞으며 춤추고 있거
나 졸도 직전의 피곤함이었는데 어느새 뛰고 있거나 뭐 그래.
생활이란 게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만이 아니라서 늘 어디선가 잡아 끌잖아.
그래 이리 끌려 흐리고 저리 끌려 맑아지고 이리 가야지 하며 뛰고......


어젠 재밌는 문자를 받았는데 뭐냐면

-감독님 토요일에 축구하나요?-

이거였어. 와우~ 나 감독야.
1학년 아이들은 임감독님 어디 갔어요? 이렇게 담임한테 묻는다니 원 이런 영광이........

이 기회에 축구를 공부해 볼까나. 하긴 뭐 공부하는 것 보담은 그냥 아이들 떡볶이나 만들어 주는 게 낫겠다.
내 방이 있으니까 다 갖다 놨거든. 후라이팬, 브루스타, 침낭......
저번에 집에 있는 식탁을 교실에 옮겨 왔어.
아이들이 적으니까 둘러 앉아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근데 참 좋으네. 아이들 눈을 끈끈하게 묶을 수 있고,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으니.
젖냄새 몰캉몰캉 나는 아이들 가까이 보니 예뻐.


힘든 일 하나를 겨우 끝냈어.
친구들이랑 걷고 싶다 하는 마음은 있으면서도 여유가 안 생기더라구.


좀 쉬어야지.

시원한 바람 목욕도 흠뻑 즐기고 싶고.

잘들 지내셔. 힘 좀 나면 다시 올릴게.

- 걷자 -  이렇게.

지나치게 씩씩했어. 반성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