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고모 만나 조용히 바람쐬러가고 있어, 비밀이야요
  아버지한테야요 아버지한테>

막 아버님댁 대문을 나설때 동서한테서 문자가 왔다.

<아버님 모시고 조용히 부평공원에서 밥먹고 꽃구경 하려고
  나갑니다 비밀이예요 우리도>

동서 안심하고 다녀와, 어제 전화로 통화중에 아픈 시누이 남편께서
꽃구경하고싶다고 하셨다며 차에 5인 타면 불편하니 자기가 빠지고
아버님 시누이 부부 모시고 어디 다녀올지도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오늘 교회 끝나고 전화하니 아버님이 받으신다.

저희 금방 갈게요.  함께 점심 먹어요 아버님.

<지금 어디야요?>

<가는길 현대백화점 맞은편 가미원가서 먹을거야 지금오면 밥사줄게>

<강화가는 중이야 쉿!>

<거기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맛있는 것도 먹고 오셔, 쉿!>

<넷!!!>

항상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몸으로 맘으로 애쓰는 착한 동서야,
오늘은 강화에 활짝핀 꽃처럼 환하게 하루 지내다 오렴.

다리가 좀 불편하신지 아버님은 부평공원도 한바퀴 다 못도시고 우리부부
돌아올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셨다.  분명 언젠가 송미선 언니가  꽃사진
예쁘게 찍어올린 곳이 부평공원이었던것같아 찾아갔는데 목련과 벗꽃만
흐드러지고 아기자기한 꽃밭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 아주
의기양양하게 길안내해서 점심도 먹고 산책도 했으니 인일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항상 내려가면 어리버리하게 동서가 안내하는 곳만
졸졸 따라다녔었거든.  친구들아, 인천가서 놀았던게 이렇게 보람있게
쓰일줄이야!  

4월 14일 토요일 12시에 교정에서 만나자고?
그래, 그때도 갈게.
그날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면 그 옛날 정원이처럼 비맞고 오리나무 뒷동산에
올라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