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또 눈발이 날리네요.
    계속되는 추위로 아직까지 산기슭 음지에서는 미처 녹지 못한 첫눈 위에 새로운 눈이 쌓입니다.
    지난 날 12월이 되면 거리의 반짝이는 화려한 장식과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캐롤송에 내 가난한 마음도 덩달아 풍요로워지곤 했는데 이제는 달력이 달랑 한장 남겨지면 바닥난 쌀독처럼 내 마음도 가난해집니다.
    한장 한장 뜯겨나가는 달력처럼 이러 저러한 인연도 떨어져나갑니다. 새해에는 새 달력처럼 신선하고 멋진 인연이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해봅니다.

    *첫눈 오던 지난 4일 도로가에서 아직 흙탕물을 뒤집어 쓰지 않은 단풍잎 하나를 찰칵 기념촬영



    발칙한 생각과는 달리 기억은 과거로 회항하여 뽀얀 먼지 속에 곰팡이 피고 있던 추억을 찾아냈습니다.
    인일여고 1학년 12월 이즈음 겨울방학을 바로 코앞에 두고 그림을 잘 그리던 내 짝꿍 미수가 내게 직접 그려서 준 크리스마스카드를 찾았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던 이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때 그 시절 우리 모두는 미수가 그린 이 카드 속 꽃을 든 소녀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이었겠지요?

    올 한해는 30년간 묵혀두었던 인일여고의 추억이 부활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억을 공유했던 그대들 모두 얼마 남지 않은 2005년도 뜻있게 보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