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전경숙

인자야, 일본에는 바둑판이 세 등급으로 나뉘어 있대.
일등급.  싸구려.  그리고, 특등급이 있대.

어떻게 알았냐구?
너도 잘 알다시피 내가 '사랑앓이'를 엄청 아프게 했잖니...
많이 아파하던 중에 내 든든한 친구 화숙이가 책을 하나 빌려줬어.
가끔씩 내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곤 했거든.  한일 사전을 제일 처음으로 만드셨던
"김소운" 씨의 수필집이었단다.
수필 제목에 "특등급 바둑판" 이었어.
바둑판을 만들 때 큰 나무를 잘라서 한동안 물에 담가 두었다가 꺼내서
그늘에 말린대.  그런데 이때, 나무의 결이 터지는 것이 생긴대.
물론, 어떤 것들은 전혀 터지지 않고 나무의 결을 그대로 유지 한댄다.
그러면, 이것들을 계속 나두게 돼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1 등급- 한 번도 터지지 않고 그대로 잘 마른 것.
싸구려- 터진 결이 그대로 마른 것.
특등급- 터진 결이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저절로 잘 붙어버린 것......

이 글을 보면서, 나는 결심했지.  "그래, 경숙이는 특등급 인생을 살거야." 라고...(:ad)(:&)(: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