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hello^^"
"Hi! 집사님, i'm jennie."
"hi! jennie, long time no see you. how's everything going?"
"well......"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 아들이 지난 2년이 넘도록 좋아 하던 누나로 부터의 전화였다.
올리브보다 더 마른 제니, 살 찌는게 소원인 제니로 부터의 전화였다.

심상치 않은 전화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훌쩍거리며 이젠 정말 내 아들과의
인연을 마감하여야 할 것 같다고 한숨 지우며 말한다. 내 아들 보다도 훨씬(?) 많은 나이를
먹은 누나이니 어련히 결정하였겠는가. 문제는 내 아들이 헤어지자는 말을 믿지 않는거라한다.

세상말로 하자면,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네 살이나 연상인 누나를 좋아하게 되어 고등학교
끝마무리 공부를 앞에 놓고 대학 진학 준비는 뒤로 밀어 놓고선, 얼굴은 허옇게 밀가루 죽조차
먹지 못한 모습을 하곤, 입 맛 없다며 도통 먹지 못하고, 한 밤 중에 공부하고 있나 하고 들여다
보면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쳐다 보며 한 숨만 쉬던 내 아들이었다. 누나가 그 마음을 받아
줄때까지 그렇게 있던 내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의 누나가 이젠 헤어지겠단다. 내 아들하고.....
그러면서 "집사님 죄송해요. 도움이 안되서요." 하고 또 훌쩍거린다.
내가 무슨 말을 할까나.
"그래, 좀 시간을 갖고 지내 보자꾸나...."

그 말을 들은 내 가슴이 이리도록 저려와서 밤새 잠 못이루고,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스멀거리며
고이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gym에 가서 세 시간 넘게 어슬렁 거리며 사우나방을
들랑거리며 낮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굽이진 길가에 뒹구는 마른 나뭇잎을 보아도
내 가슴이 이리도 황량한데, 내 가슴이 이런데 저희들 가슴은 어떨까?

헤어져야 할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련만, 일 주일이 될런지, 한 달이 될런지, 일 년이 될런지
상처 받은 맘이 제대로 회복되야 할진데...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중에, 어느 날 눈이 맞고 맘 맞아 두 마음이 하나 되어 정해진
시간 동안 가슴으로 눈 빛으로 지낼 수 있는 만남의 인연도 축복이겠거늘, 그러나 헤어짐을
감당하여야 할 순간이 도래하여 "그것을 겪어내야만 성숙한다"는 말의 위로도 고통으로 다가옴을
어찌 그 아들이 모르겠는가.

수 주전부터 아들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집에 오지도 않았다.
지난 금요일(23일)이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교회에서 대학생 수련회가 있어서 집에 오질 못했다.
그 날 난 부탁 받은 150 여명 분의 불고길 재워 교회 냉장고에 넣어 놓고, 아무도 모르게 준비한
커다란 생일 케익 상자 위에 초 두개를 테잎으로 붙여 놓고 영어권 목사님께 간단한 편지 써서
함께 붙여 놓았다.
"아들이 스무번째 생일을 오늘 맞이 하였으니 surprise party 해주세요." 라고.
수련회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 가는 아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난 으쓱해하며 잔뜩 "엄마, 감사
해요." 이런 말을 기대했는데 아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고 "그냥 생일 파티 했어." 하고 단답형
이었다.
"뭐 이런 놈이 있나!"하고 섭섭한 맘에 아들의 힘없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 생각하니, 지난 수 주간 동안 괴로움으로 힘들어 하던 내 아들이 아니었는지.

늘상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바라보는 아들인데, 그 아들이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치루어야 할
가슴앓이는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것인지.

거리를 거닐어도, 음악을 들어도, 그 음식을 먹어도, 여기 저기 늘어선 단풍진 가을 나무를
바라다 보아도, 그 아래 떨어져 뒹구는 잎들을 보아도, 지나 가는 사이 좋은 연인을 보아도,
구름 한 점없는 파아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늘상 전화를 걸던 그 핸드폰을 보아도,
그 아들의 가슴은 분명 너무 아파 고개 떨구고 굵은 눈물 뚝뚝 흘린 것을 내가 아는데....
가슴에 쏟아 질 상처와 쓸쓸함을 견디기 힘들어 할 아들임을 내가 아는데....

그러나 내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에게 아니 영혼에게 솔직했으며 뜨거운
사랑을 한 것으로 감사히 여기며, 언젠가 사랑이 다시 하고파 네 마음이 너울 너울 거리며
돌아 다닐때가 있을 거라고. 지금은 온통 잃은 것만 있는것 같아도 얻은 것도 많으니
그 아픔 모두를 그대로 받아 들이며, 지금 서있는 그 자리에서의 모든 것이 허락된 분복임을
알아 감사하라구... 지금은 양질의 카타르시스 중이라고.....
언젠가는 이런 날들이 너무나 그리울거라고.....
십 년이나 이 십년후 쯔음엔 느탓없이 찾아 왔던 한 사람의 인연이 또 다른 추억으로 생각날거라구.
난, 그러나, 지금 이 시간까지 아들한테 한 마디도 하질 못했다.
내 아들 또한 내가 알고 있으리라는것을 알지도 못할거다.
"I'll just let it go....."

나 또한, 나의 존재를 잊고 가족이란 울타리에 파무쳐 지내온 그 기나긴 세월속에, 지난날의
잃어버린 시간이 갑자기 나한테 달려와 포옹하기에, 그 잃어버린 시간들이 너무나 서러워
잠 못 이루며 힘들어 했을 때도 있었지만, 그냥 잃어 버린 시간이 아니라 내 영혼에 고이 간직된
그리움의 실체로 살아 있음을 이제야 알진데.
내 아들 또한, 어느 날 지난간 세월을 그 세월 속에 같이 하였던 만남의 인연을 그리움으로
추억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내가 소원하는데.....

어찌하든 이 가을 내 사랑하는 아들이 아픔의 계단을 밟고 성큼 성큼 꼭대기까지 올라가
가을 햇살에 빛나는 날개를 쭉 펴고 비상하기를, 내가 소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