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같은 교회에 다니는 권사님과
이야기 끝에 홈커밍 얘기가 나왔어.
고교 홈커밍에 다녀 오셨냐니까
자기는 고등학교 홈커밍은 물론 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에도 다녀 왔다나.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거야.
자기가 초등학교 때 무지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대.
아마 그게 첫사랑이었나보다 싶을 만치 좋아했던 아이였나 봐.
그래서 혹시나 그애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있는 멋 없는멋 다 부리고
100주년 기념식에 갔대.

근데 말이다.
막상 학교에 가서 동창들을 보니
자기가 찾는 그 아이는 아무리 찾아도 없고
그 때 자기가 좋아하던 아이와 그 친구들의 아빠들만 우굴우굴 하더라나?

자기 마음 속에 간직했던 아이의 모습은
이제 아무데도 없고
그 때 자기가 보았던 그애의 아버지와 꼭 빼닮은 중늙은이들 뿐이더래.
그럴 줄 알았으면 가지말걸 후회를 했다나?

자기가 엄마처럼 변해버렸다는 사실은 잡시 잊고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첫사랑의 환상이 깨진 것만 서운해서
누구에게랄지 모를 애꿎은 원망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나...  

세월을 원망하랴?
제 나이를 잊은 철없는 여심을 원망하랴?
권사님 얘기를 들으며 난 눈물이 나도록 한참을 웃었단다.
참으로 그럴 수 있겠구나 공감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