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面 팔리지만 올려 본다)

'1970년 6월 27일, 영란, 애자, 호영과'

요렇게 사진 뒷 면에 쓰여 있는 흑백의 3 X 5 size의 반 밖에 안되는 사진이 있다.
폼이나 뒷 배경을 보면 금방 '아~하~ ' 하며 이 사진을 알아 보는 친구들이 꽤 있을 듯 싶다.

장소는 홍예문 사진관(?)이랄까?
1970년이면 우리가 중 3때, 졸업반이면서도 인일여고 진학에 무리가 없었던 분위기이니 만큼
이렇게 몰려 다니며 사진도 찍고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진관에서 요런 포즈 조런 포즈, 꽃 들고 찍은 사진, 전화기가 놓인 탁자 앞에 앉아
각자 찍은 독사진 등등 손바닥 반 만한 사이즈의 사진이 오르르 여러장이 있다.

지금 보기에 조금은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아이들이 온갖 컴퓨터의 작업으로 각종 배경에 다양한 가발,안경 등을 쓰고 '스티커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듯,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친한 친구들 끼리 무대를 만들어 놓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대~유행' 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도 나도 몰려가서 찍었던 기억이 나서 은근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참, 사진관에 비치된 한복(지금 생각하면 아줌마 스타일의 한복)도 입고 찍었다. ㅋㅋㅋ

근데, 좀 이상한 것은,
사진관 아저씨가 분명히 Pro일텐데, 어찌 우리들 크지도 않은 키를 더 줄이려 했는지
위에서 아래로 화면을 맞춰 찍으셨을까나?
그리하야 굳이 안 나와도 될 종아리와 흰 양말과 잇대어 붙인 꽃무늬 장판지와 사각타일 모양의 장판지 까지
보이도록 찍으셨냔 말이다.
이들의 종아리와 흰 양말이 예쁜 여중생의 모습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니 망정이지.- 더욱 다행인건 내 다리가 안 나왔네. ::p

카메라 Finder 모가지(ㅎㅎ)가 하향 고정인가?
네명 다 상방 15도를 보고 있네.그 아저씨 키가 컸었나? 전혀 생각 안남.

그리고 라이트가 앞의 애자만 이뻐 보였는지... 애자는 하얗게 나오고,
뒷 배경의 우리 셋은 촌스런 얼룩 검은 얼굴.

한때 중국집이나 리용원에 걸려 있는 복재 된듯 한 풍경화와 마찬가지로 이 사진관에도 양 옆으로
배경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들어있는 같은 화풍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네 사람의 표정을 보니, 앞에 앉은 애자는 애잔하게 상방향으로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고,
맨 왼쪽의 이영란(허리 사이즈 22)은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무표정.
맨 오른쪽의 호영이는(호영아, 미안해, 사진 올리다 보니 늘 너와 같이 있네.ㅋㅋ).........
지금도 날씬하지만, 저 때는 엄청 예쁘고 날씬했네? 팔 다리가 완전히 모델이네?(:f)
무척 귀여운 모습을 지녔었구나. 그땐 몰랐는데 말야.

근데 가운데의 나를 보면 내가 다 조마조마해 진다.
카메라 앞에 서서 표정을 못 잡아 웃을까 말까 쑥스러워 입 양끝이 어색한 떨림이 보일 정도이다.
왼쪽의 머리는 왜 또 저렇게 둥그렇게 뻗쳤는지...
20대 여자 조카애들이 이 사진을 보고 웃다가 허기질 만 했다.(x15)

사진 가장자리를 cut 해서 지저분 한 것을 잘라 버리려 했지만,
저 사진을 옛날에 앨범에 끼워 넣을 때는 검은 앨범 바탕에 사진 가장자리에 하트 스티커 네개를 끼우고
가로로 또는 약간 삐딱하게 멋을 들여 붙여 넣었었는데,  가장자리의 검은 흔적이 그때 붙어있던 깍지 흔적이라
그냥 추억 스러우라고 그대로 올려 본다.

작은 사진 한장 가지고 미주알 고주알 참~, 얘기꺼리 꺼내 내는 것이 쉽지는 않네. 쪕~!! (x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