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갔는데 이것 또한 순전한 우연으로 "아름다운 가게"라는 책방 간판이 눈에
띄었다.
종로 1가에서 종로구청쪽으로 꺾어지는 길에 있는 청진빌딩 3층이다.
청계천에 있는 헌책방들도 이미 헌책방이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는데
종로 한복판 그 땅값 비싼 길 한모퉁이에서 누가 헌책방 할 생각을 했을까...
어쨋거나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만도 고마워 들어가 보니 책꽂이마다 꽉꽉 들어차다 못해
미처 정리가 안 된 것은 가로로 쌓여 있는 헌책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마침 점심시간 쯤이었는데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들락날락 하는 거다.
애들 데려 온 젊은 엄마들도 있고 넥타이 맨 직장인들도 있고,구성도 다양하다.
내겐 참으로 의외의 장소에서의 뜻밖의 광경인데 어쨋거나 옛날에 읽었던
천경자의 수필집이 혹시나 있을까 들여다 보기 시작다.
그 책은 없었지만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찾아 내는 보람이 있었다.
어떤 책은 1권은 있는데 2권이 없고 예전에 읽은 적 있는 현각스님이 쓴 만행은 다시 한 번 읽을까 했더니
상권은 없고 하권만 있었는데 나머지는 또 인연이 닿으면 사게
되겠지..하고 짝이 안 맞아도 그냥 샀다.
책 값은 1000원에서 3500원까지....
그냥 쓰레기로 휩쓸려 버렸으면 그만이었을 책들이 거기서 또 다른 주인을 만나
다시 제구실을 하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누군지 이름은 잊었는데 독지가의 뜻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는 표지가 있었는데 자세히 봐 둘 걸 그랬다.
한 번도 그길로 다녔던 적이 없는 길에 점심 먹을 식당을 찾아 들었다가
거기서 세시간 가량을 보내면서 배고픈 것도 잊었다.

헌책이란 게 참 만만해서 좋다. 새책 읽으면서는 그래 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 사온 책을 읽으면서는 다 보고 도로 갖다주면 누군가가 또 읽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