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영이 차를 타고
찬영이가 운전하여
찬영이네 시골집에 가서 1박하는 여름 행사
올 해로 3년 째다.
3주 동안이나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고 돌아온 찬영인
여전히 씩씩하게 혼자 다 책임을 진다.
우리가 미안할 까 봐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언젠가 부터 우리 중 젤 젊게(?) 돌아다니는 애가 찬영이다.

가는 길에 바닷가 들르려던  계획은
너무나 무더운 날씨에 취소하고
계곡으로 가자며 개심사 라는 작은 사찰에 갔다.
아주 고즈넉하고 아담하고 오붓한 분위기라 좋았지만
오래된 목백일홍 앞에서 사진 찍고
나무 숲에서 등줄기의 땀을 식히고 여전히 더워서 얼른 내려 왔다.

옥수수, 토마토, 고구마, 호박, 고추, 박, 부추, 단호박.,늙은 오이....
지천으로 핀 봉숭아와 백일홍, 감나무, 그리고 잡초들까지
좀 얌전치는 못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만 지면 모기가 공격한다며 서둘러
토마토와 옥수수를 따서
저녁 대신 옥수수만 실컷 먹기로 작정하고
잔뜩 쪄 내니 우선 냄새가 기가 막히다.
고향의 맛, 유년의 맛, 내 부모님의 맛..
말로 표현이 어려운 맛과 분위기. 이어지는 수다...깔깔 낄낄..

인천은 열대야라던데.
우린 에어컨 끄고 창문 열고 자다가 추워서
이불 덮고, 새벽엔 찬영이가 바닥에 히터까지 켜고
적막강산에서 단잠을 잤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침형 인간인 찬영이와 성옥이가 6시부터 일어나서
밭까지 매고 준비한 화려한 식탁
성옥이가 자신하는 요리 늙은 오이 무침을 비롯한 가지찜,기타..무공해 채소들과
미리 준비해 놓았던 말린 우럭 조림, 서산의 특산물 감태까지..
일류 요리사들의 솜씨로
웰빙 한정식 아침식사....

올빼미형 인간 나와 흥자는
개미들 열심히 일할 때 옆에서 베짱이를 자처하며 뭉기적대며 안 일어났지만
요즘 베짱이는 열심히 노래하여 음반을 내어 돈을 번대나?
하긴 온 세상이 개미라면 무슨 재미겠나?ㅋㅋ

거기다가, 호박, 가지, 박, 고추, 옥수수, 피망,늙은 오이...
바리바리 친정나들이를 하고 난 뒤 처럼 싸 가지고
내년 여름 남미 여행을 계획하며 귀가길에 올랐다.
출발 전 분당에서 꼬다리 정식, 줄 서서 기다리고 먹은 맛도 일품이었고,
돌아오면서 먹은 조선면옥의 냉면과 만두 맛도 끝내주는 맛이었다. 하긴 흥자의 10년 단골집이니...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정말 오랜 친구인 게 좋았다.
말 안해도, 설명 안 해도, 웃고 마음 편하고
그 무엇을 말해도 자유롭고 유쾌하고...

이리하여 우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 그리운 시절을 방문하고 돌아 왔다.

올 여름도 이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