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삼보컴퓨터 팬티엄3를 장만했다. 
한창 잘 나가는 박찬호가 투구하며 선전하던 제품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중간에 한 번 업그레이드 시키고 하드를 바꾸고 했는데
요즘은 자주 다운이되고 말썽을 피웠다.
그러자 딸이 하루종일 인터넷 쇼핑 몰을 돌아다니더니
삼보 노트북을 98만원 주고 3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매하여 
어제 배달되었다.
작년에 잘 나가던 삼보 컴퓨터는 부도가 났다.
그래서인지 노트북을 100만원 이하로 구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삼성보다 더 좋다고 삼보를 구매한 것이 불과 몇년 전인데
그 사이 삼보가 그렇게 되었다니 안타깝고 세월이 무상하다.

거대할 뿐더러 소리까지 요란한 거실 컴퓨터에 앉아 자막을 두드리다가
침대 위로 옮기니 기분이 새롭다.
자판도 부드럽고 눈도 덜 피로하다.
무엇보다도 노트북만 움직여도 인테넷이 무선으로 연결되고
아무데서건 영화까지 무료로 볼 수 있으니
너무나 편하고 좋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몇 살 때인지 모르지만 명절 날 마을 공마당에서 영화를 처음 접했다.
무슨 반공영화였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화면 속에서 움직여서 놀라웠던 기억이다.
화면은 비내리는 것처럼 줄이 그어지고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떠밀리고 했었다.
그 영화 자막이 텔레비젼으로 옮겨지더니 드디어 침대 위 컴퓨터 안으로까지 올라왔다.
허지만 핸드폰으로 지하철 안으로까지 옮겨졌다니
현대 과학은 우리네 상상을 몇 배나 초월한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 수록 우리는 태초의 자연을 꿈꾼다.
주말이면 산과 들로 몰려드는 인파들은 문명의 이기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몸부림일 것이다.
생활이 편해졌다고 삶의 질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닐게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제 3막을 설계하고 있다.
낙향을 하여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전원주택이 아니고
재래식 부억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 밥을 하고
텃밭에 아욱과 쑥갓을 심어 뜯어 먹으며 어릴 때 내가 살았던 그대로 살고 싶다.
2개년 계획이 될지 3개년 계획이 될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어느 새 늙으면 돌아간다는 귀향을 꿈꾸고 있으니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새 노트 북을 두드리며 생각나는대로 횡설수설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