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참 편안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그렇게 더운 날도 없이,  그렇게 시간에 쫒기지도 않고,  모든 일에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여유있게  바라보며  지내는 것 같다.  

동북부에서도  한국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는 더워 죽겠다.   비가 온다,  푹푹찌는 무더위에  열대야  현상이다  요란하게 떠드는데  미안하게도 여기는 그저 평온한 날씨에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니 마음도 상쾌하다.  
작년 여름엔 한 신애도 왔다가고  백 경수도 다녀가 졸업 후 처음 만난 기쁨에 무척 반갑고 즐거웠는데  올해는 몸도 마음도 한가롭기만하다.   남편을 졸라,  작년에 신애와 경수가 다녔던 길을 따라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가는 길가  해프문 베이 쪽으로 부터 금문교 까지는 은은하게 안개가 덮혀있다. 
붉은 두 기둥의 금문교가  우뚝 서 우리를 맞이한다.  두 기둥은 하늘 끝까지 닿았는지 안개에 가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추워 벌벌떠는 신애와 사진을 찍었지.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간혹 한국말도 들린다.  
모두들 어깨와 손에 카메라를 메기도 하고 들기도 하고…    금문교 다리 밑으로  장난감 같은 요트가 지나간다.  
멀리 알카트라즈 섬 앞으로도 하얀 돛을 단 요트의 한 무리가 물새마냥 바다 위에 떠 있다.

금문교를 지나  언덕아래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해안절벽의 도시 소살리토로 내려갔다.  
마켓 안에는 예쁜  그림과  예술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식당과  커피샆에서 나오는 커피향이 코를 자극한다.  
엔젤 아일랜드 가는 Ferry와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도는 유람선이 떠나간다.
다음에 누군가 오면 이 곳에 함께 다시 오고 싶다.   배를 타고 떠나가고 싶다.  
어디로 가는 배인지 묻지도 말고 그냥 올라 타 친구와 함께 떠나가고 싶다.  
나무기둥 위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무심히 앉아 있다.  
발 밑의 비둘기들은 구구구 무언가 말을 하며 내 발길을 따라 졸졸 따라온다.
멀리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샌프란시스코가 점점 안개에 아스라히 묻혀져 간다.   길가에 장식해논 꽃들이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의 도시라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마음도 손길도 모두 아름다운 곳이다.  

벤치에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악사가 기타를 치고 있다.  
기타 위에는?  어머나,  연주하는 기타 위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모자쓰고, 선그라스쓰고 발랑 하늘을 보고 누워 다리를 흔들며 자전거 타는 시늉을 하고 있다.  
광희네 귀동이가 떠오른다.  
“ 귀동이다! ”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귀동이가 내 품에 와 안긴다.  
배가 통통하니 살이 쪘다.  “ 한국은 오늘이 말복인데…”
요놈이 코를 자꾸 내 품에  박고 파고 들어온다.  
악사는 신나게 웃으며 기타를 두둘겨 노래를 부른다.  
옆의  관광객 인듯한 사람들도 웃으며 함께 흥얼거린다.

      
“When I was a little bitty baby
My mama would rock me in the cradle,
In them old cotton fields back home…”



                                                                                   8월 16일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