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벽은 백운대와 인수봉 옆에 있는 봉우리로

멀리서는 드러나지 않고 그 속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숨은 봉우리라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가 봉우리 접근을 막듯이 길목길목 버티고 서 있어

초보자들은 좀처럼 가기 힘든 코스다.

멋모르고 쫓아갔다가 어찌나 난감한지

무아지경, 아무생각하지 않고 따르기로 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힘들 것같은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뛰기도 하고

어느 코스는 길이 없어 바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내려오기도 했다.

바위를 건너 뛸 때

만일 여기서 실수라도 하여 저 밑으로 떨어져 죽는다면 ?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비경 속에서 죽는데 유감이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찌(바위 언덕을 걷어 올라가는 것)하는데

남들 하는 것이 보기에는 아찔해도

막상 걸어보니 어렵긴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안전하려면 리찌화(바위를 걸어올라가도 미끌어지지 않는신발)를 신으면

조금은 더 안전할 것이다.



도중에 비가 와서 마지막 리찌코스는 올라가지못하고

계곡을 쫓아 내려왔지만

두고온 백운대가 눈에 자꾸 밟혔다.

지금 산행 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산행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탄하고 안전한 코스를 두고 왜 바윗길을 택하는지 산행 당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지껏 산행의 흥분이 남아 또 다시 가고 싶다.

왜 산을 내려와 또 산에 가는지 산 사람들이 왜 산에서 죽는지,

알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장갑을 준비하지 못해 손바닥에 까지고

다리가 바위에 굵히고

온 몸이 두두려 맞은 북어포처럼 녹진녹지해졌어도

다시 산을 찾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