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잘 하는 한국 아줌마들


내일 우리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오셔서 한 주일 동안 계실 것이다.
일년 만에 부모님께서 오시니  특별 대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 밤에 컴 앞에 주저 앉아 있으니 한심한 아줌마다. 나는.

미국서 바쁘게 산다는 이유로 청소할 틈을 갖기 힘들었던 나는
대강 사는게 버릇처럼 되고 말았다.
12시간 이상 날마다 밖에서 엿새를 일하고 나면
집 안이 엎사이드 다운이 되는 것에 이력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깔끔한 사람은 똑같은 사업을 해도
집에 돌아가서 새벽 2-3시까지 청소를 해야만 잠을 잔다지만
나는 그렇게는 죽어도 못산다..

그 당시엔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 손님이 오는데
그때는 한 며칠 밤잠을 줄여가며
온 식구가 아이들까지 난리 굿을 친다.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 구석구석을 다 못 하고 손님을 맞곤 했었다.

이 집에 이사 올 때만 하더도 큰 집을 사지 말자고 주장했던 것은
청소에 자신이 영 없어서 였다.
그래도 우리집 남자들에게 져서
두사람 살기에는 지나치게 큰 이 집을 사서 이사왔다.

다행히 우리 집 카펫과 타일 바닥 만큼은 항상 깨끗하다.
청소는 자기가 맡기로 하고 이 집에 이사 왔을 때의
첫 약속을 이행해 주는 남편 덕이다.
거의 날마다 청소해야 직성이 풀린다니 남편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늙을수록 더러운 것을 못 참게 되니까.

내 삶의 우선 순위 꼴찌인 청소…
청소란 손님을 위해 마지 못해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으니.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먼 나로서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는 것부터 어불 성설이기는 하다.

그러나 왜 갑자기 그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청소를 정말 싫어한 사람..
남편 후배의 아내였는데  돐 안된 간난 아이가 하나,.
남편은 일하고 그녀는 집에서 아기만 돌보는 집이었다.

그녀는 교회에 올 때마다 아주 예쁘게 배우처럼 화장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 집 아기를 안아 주면 깨끗한 아기 냄새가 아니라
이상한 냄새가 나곤 하였다.
아마 젖은 수건에 닿았던 모양이라고 생각 했었다.

벌써 30년이 더 된 일인데 생생히 기억난다.
그 날 목사님과 우리 부부가 심방을 하기로 하고
그 집에 전화를 하고 떠나서 약 한시간 후에 도착한 그 집!
그 아파트 방문을 열고 우리는 기절할 뻔 했다.

방문 앞에서 부터 바닥에 신문 조각들이 여기 저기 있는 것이었다.
카펫은 역사 이래로  배큠질을 한번도 안한 것처럼
먼지가 펄썩펄썩 하였다.
쓰레기 사이로 어떻게 발을 옮겨야 할지 난감 하기까지 했다.

어디다 눈을 주기가 힘들 정도로 사방이 난장판 이었는데
어쩌다 들어간 부엌에선 완전히 놀라 쓰러질 지경!...
글쎄 씽크대 안엔 그릇이 수북한 것은 약과이고
카운터 탑까지 빈틈없이 가득가득 서너 겹으로 그릇이 쌓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안 씻은 그릇들 이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석 달 열흘  한번도 그릇을 안 씻고 사는 모양이었다.
깨끗한 그릇이 필요하면?
시장에 가서 그릇을 더 사가지고 와서 밥을 먹었나 보다.

아, 그 집 아기가  왜 그런 냄새가 났었는지 그제야 깨달아 졌다.
자기 얼굴을 그만큼 가꾸는 여자가
어찌하여 아기는 목욕을 안 시킨담!

지금 같으면 팔을 걷어 부치고 그릇 좀 씻어주고 올것을  
그때는 혹 물이라도 내올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잠시라도 그 집에 더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서둘러서 도망 나왔다.

자기 집도 엉망진창으로 내버려 두고 게으르기는
두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되어
그런 흉같은 이야기를 계속 늘어 놓으면 안되는 줄은 알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야기 해보자.

우리가 전화하고 간 그 한시간 동안 그녀는 무얼 했다는 말인가?
정 자신 없으면 “오지 마세요 오늘은 안되요”
왜 심방을 거절하지 않았을까?
왜 집에 없는 듯, 문을 열어 주지 말지 그랬을까?  
차마 직접 물어보지 못했던 평생의 의문인 것이다.
문제 의식 조차 없는 것이 문제 이었겠지만...
  
하천풍언이란 일본의 유명한 기독인의 “지평선을 넘어서”란 책에는
한국 사람들이 깔끔하다는 것을 칭찬하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 사람들의 달동네와 한국 사람들의 달동네를 비교하면 너무나도 다르단다.
한국사람들은 비록 가난한 사람이라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하고 살더라고
감탄을 하는 대목을 읽으며 상당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셨던 어떤 분도 일본 사람들 흉을 보기를
자기 집 앞에는 비를 들고 깔끔하게 치워 놓지만
집안엔 엉망으로 하고 산다던데.. 정말일까는 모를 일이다.
사람 나름이겠지….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한, 위의 그 후배 집과 두어 집을 제외한
모든 한국 아줌마들의 집들은 청소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적어도 나보다 살림을 잘못하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한국 사람이 사는 집에 가보면 모두가 반들반들 살림들을 아주 잘한다.
청소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는 한국 아줌마 모두에게 존경을 보낸다.

나도 한국 아줌마이니 우리 끼리야 적당히 살더라도
적어도 손님들이 와서 식사할 때
더러워서 밥이 안 넘어갈 정도는 안 만들고 살련다고 다짐하고 사는 바이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 오십사 하더라도 염려하지 마시라.
그날 만큼은 대 청소를 분명히 할것이니까…

만약 급히 오실 일이 있으시면 적어도 한시간 전에는 전화해 주시라.
서둘러 청소하고 예쁘게 맞이할 것이니까…
청소 잘하는 한국 아줌마의 명예를 걸고!

아, 이만하고 청소를 하러 내려 가야겠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최대한의 예의를 표시해야지.
(200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