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부끄런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것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 요즈음이다.
그 사람은 자주 만나야 하는 사람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 이상. 10번도 만난다.
나를 보면 대체로 못본 척 한다. 그런지 약 7,8개월쯤 되었나보다.
어떤 때는 인사 정도는 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제는 심했다.
나를 보더니 나 외에 아무도 없는 곳이었는데도 나의 "안녕하세요?"에 대답을 하지 않고
우물적 한번 하더니 차를 타고 가버렸다.
“요즈음 어떠세요? 남편 수술 받는다던데 잘 되겠지요” 정도는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차타고 부릉 가버리니 난감한 마음이 몰려왔다.
저렇게 노골 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해도 되는 걸까?

나는 평생 살아도 남에게 싫다는 표현을 그렇게 오래도록 뚜렷이 해본 적이 없다. 속으로야 어쩔지라도..
아니 별로 사람을 싫어한 적도 미움을 당했던 적도 별로 없다.
남편이 가끔 나의 지독한 미움의 대상이 되기는 했어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나
애들을 봐서 참기로하고 넘어가곤 했고,
한번은 아들 문제로  목사님을 섭섭히 생각하여 상당히 오래간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목사님이 천연스럽게 구니까 점점 풀어졌었다.

올캐와 동서를 조금씩 안 좋아한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구끼리 그럴것 없다며 용서해 주기로 했고
별 문제 없이 지나고 있다.
분명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먼저 사과할줄 모르는 그들을 어찌하겠는가?
한 살이라도 더먹은 내가 그냥 풀어주는 수 밖에..

그러니까 남편 외에는 남을 미워까지 해본 일은 없다고 할수 있다.
남에게는 바라는 것도 별로 없으니까 그런지 조금 섭섭했었고 금방 풀었고..
왜냐하면 사람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본체이니까
어제 그이가 싫었더라도 오늘은 다른 것을 기대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싫었던 마음이 한번 지나갔어도 그날은 새로운 맘으로 대하고 그러다보면
나쁜 기억은 천천히 잊어지는 경험을 했었다.

나는 진심으로 아무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고
또 속으로 아무리 싫어도 겉으로는 내색을 안할수 있다.
남편은 싫으면 그얼굴에 그대로 나타낸다.
내가 더 표정관리를 잘한다고 이야기 할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어찌 감히 누구를 싫어할수 있는가가 내 마음의 기본 자세 이기때문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대체로 존중을 받으면서 살아왔다고 할수 있는데,
(존중은 아니라도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이 늦은 나이에 남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니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수 없다.
상처난 내 자존심은 그렇다쳐도 그사람이 안됐기도 하다.
남을 미워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일인가 말이다.
이사람 미워하고 저사람 미워하다가
사방에 벽을 만들어 스스로 갇힌 꼴이 된다고 표현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는데
나야 미움으로 박치기를 할것이 아니므로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가 얼마나 불편할것인가?

물론 그에게 미움 받을 만한 짓을 했을 것이다.
아니 실수를 한두번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번은 경박하게 잘난척 하면서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이는 내게 그이상으로 힘들게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와 비겼던 것이 아니었을까?
남이 잘못 해줘도 나도 잘못한것이 있으니까하고 참아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게 마음 먹고 참았는데 왜 그는 그리하지 못할까 이해가 안된다.

어떤 날은 언성을 높이고 이야기를 했던 날이 있었는데 나는 금방 풀었고 사과도 물론 했었다.
의견 충돌은 인간사 보통있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그전처럼 대해도 되는 줄알았다가 그게 아니어서 나도 점점 조심하고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과 한번 틀리면 인사도 안하고, 안받고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한테만 그런건 아니니까 하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그러다가 좋아지기도 한다고 해서 기다려 보았지만
좋아지기는 커녕 점점 나빠지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까지 아주 안좋아서 남편이 무시당하는 느낌이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도망가 버릴까?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하는 곳으로…
아니면 고모 충고대로 웃으며 “왜 그러시냐?”고, “그러지 말고 풉시다” 해버릴까?
그렇지만 나는 면전에 그런 말을 할수가 없는 약심장이 아닌가?
보나마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울어버릴 것만 같다.
이메일을 보내서
"저를 미워하시는 것이야 당신의 권리 이지만 힘든 모습을 보니 내가 미안합니다." 라고 할까?

그것도 이상하고 결국 지금처럼 비겁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언젠가 그의 심사가 풀어져 전처럼 좋게 해줄 날이 오기를…

그가 처음 만났을 첫 반년은 얼마나 좋게 대해주었고
나도 그를 얼마나 좋아했던가를 추억하면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나는 고백하건대 지나치게 그를 좋아했었다!
지금은 나의 사람 보는 눈 없음에 한탄하지만 그의 어느점이그리 좋았을까 이해가 안간다.
심통 사나운 얼굴을 하고있고 어리광이 심한 막내 기질을 보며
왜 처음엔 그것이 안보였을까 이해할수 없다.
지나치게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것이 죄가 되어 지금 이런 괴로움을 당하는 걸까?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를 안해야 되는구나
다시 한번 부끄럽고도 뼈저린 공부를 하고 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주님의 말씀 앞에 죄송한 아침이다.
(200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