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너희 중 우리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59년도의 사라호 태풍을
기억하는가?

태풍 ‘사라호’는 우리나라 태풍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피해였다는데,
나는 그런 건  알 수 없고, 그때의 추석 명절이 생각난다.
검색으로 알아보니, 사라호 태풍은 추석 전 날 영남 지방으로부터, 전국을 휩쓸었단다.

그 당시에 나일론이 발명되었고, 볼록 볼록한 지지미 옷감은 일본으로부터 수입되었는데,
우리 엄마도 꽃무늬 자잘한 지지미 옷감으로 한복을 해 입으셨던 것이 생각난다.

그 해 나의 추석치레(경상도에서는 추석 빔 설빔을 추석치레 설 치레로 불렀다)로,
엄마는 일제 연분홍색 지지미로 원피스를 만들어 주셨다.
바느질 솜씨가 좋았던 우리 엄마는 둥근 칼라 밑, 가슴 부근에 레이스를 달고 그 위에 초롱 꽃 모양의 리본도 달았다.
그리고 원피스 밑 부분은 프릴을 단, 아주 예쁜 원피스였다.
얇은 옷감이 비치니까, 속치마도 만들어 주셨지.
거기다 빨간 구두와 함께, 나는 정말 행복했을 거야. 지금 생각 해 보니까.
아 그런데, 추석 날 아침에 큰 집에 가야하는데, 비가 오는 거야.
우리 가족은 명절에 큰 집에 갈 때는, 아버지가 미리 대절시킨, 그래서 집 앞에까지 와서 우리 가족을 태우고,
20분 정도 걸리는 큰 집에 가곤 했지.
부모님과 나, 나와 4살 차이인 쌍둥이 남 동생들과 함께.

그날 나는, 비 오는데 원피스 입기가 아까워서 속치마를 입고 갔어.
속치마에도 치마 끝에 레이스를 달아서 예쁘긴 했는데, 하여튼 나는 속치마 바람으로 큰 집에 제사 드리러 갔다.
친척들은 아마 팔이 없는 원피스쯤으로 생각했을까?

그런데 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속치마를 입고 가는데, 그 위에 원피스를 입으라는 말을 안 하셨을까,
나는 그것이 늘 궁굼하다.
내 고집이 세어서, 못 말려서 그러셨는지, 엄마나 아버지도 나 같이 그 옷이 비 오는 날 입히기 아까워서 그러셨는지.....
나는 그것이 정말 궁굼하다.

그래서 나는, 그 때의 태풍 '사라호'를 잊을 수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