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천정에서
시간이 녹아 떨어진다
석순이 자라듯
가슴 밑바닥에서 크는
기다림의 나무

흘러가던 구름도 걸리고
산새도 지저귀는데
둥지의 주인을
기다리는 밥상 머리에
풋풋한 계절이 얹혀있다

돌 위에
蓮을 조각하듯
골목에서 맞은 어둠을
벽 마다에 새기노라면
꽈리 빛 노을을 이고
대문을 들어서는 미루나무

방 안에 
비수로 꽂힌 어둠이 서러워
달력 장을 넘기면
기다림의 하루
또 다른 하루들이
개미 행렬이 되어 들판을 간다

*오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