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아, 미선아.
오늘 내가 산에 가질 않았겠니?

7월,여기는 지금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야.  한국과는 정반대니까.
어제는 좀 추웠지만 ......(추웠다고 말해도 될까, 의문은 들지만...왜냐 낮에는 반팔로 다녔으니까)
오늘은 너무나 화창한,
내가 찬란하다고 부르는 날씨란다.

산이라야 잘 닦여진 산길로 3.5km 갔다 그대로 되돌아오는 total 7km의 가벼운 코스지만
나무그늘이 우렁우렁하고 아주 기분 좋은 곳이야.

일행과 좀 떨어져서 한적한 길가에 앉아서
바나나와 귤을 까먹고 있노라니까
이 사스랑 바람부는 산길, 이 어우러진 나무그늘, 주위에 아무도 없는 약간은 쓸쓸하면서도 감미로운 멜랑코리함.
이런 분위기가 나로하여금
아련히 어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거야.

나, 이런 기분, 이런 분위기.........많이 익숙한데?   어디서 그랬던걸까?
기억해내는데 많은 시간은 필요없었어.

미선아,  그것은 바로 스페인 산티아고길이었단다.
그 때의 그 외로움, 쓸쓸함, 어려움, 더위.
이리갈까, 저리갈까  수없이 되풀이 되었던 선택의 기로.......등.등.등.......

그러자 불현듯 거기 다시 가고싶다는 욕망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용솟음쳐 올라왔단다.

그러자 네 생각이 자연스레 나면서
미선이하고 같이 간다면?.........하는 가정이 분수처럼 솟구쳤단다.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  서너시간동안 나는 수많은 상상을 벌써 많이 했지.  ㅎㅎㅎ
미선아.
정말 우리 같이 한번 가볼래?
나도 더 나이들기전에 한번쯤은 다시 까미노를 해보고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긴 있었어.

내년 5월쯤해서
이번에는 날자를 좀 더 많이 잡고  .....무리하지 않게...약 한달반쯤?

내가 스페인 갔던게 2001년이니까
내 몸도 그만큼 노쇠했을테니 그동안의 세월도 감안해서 날자를 좀 넉넉히 잡는게 좋을듯해서.

어때?  내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