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선아.   그 사연많은 ESCADA 안경 말이지.
산지 얼마 안되어 부러뜨려서 한국까지 보내서 다시 고쳐온 그 안경 말이야.

고친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이번에는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
또 이음새가 부러지는거야.
다시 한번 가브리엘씨에게 부탁을 해 보나 어쩌나 망설이다가 미안해서 결국 그만두고 말았단다.

그런데 어쩌면 공교롭게도 내 동생도 똑같은 안경을 하나 가지고 있더구나.
이음새가 부러진 것까지 똑 같았어.
아마 그 제품 자체가 (특히 이음새가 약한가봐)  문제가 있었나봐.

이번에 미국 오면서 혹시나해서 그 두개의 안경을 가지고 오지 않았겠니?
브라질에는 그 브랜드 딜러가 없어서 워싱턴에는 있으려나 했더니 역시 없대.
딸이 인터넷으로 뉴욕 지점 (지점인지 본점인지..)에 문의를 했으나 답이 없었어.

내가 뉴욕 가는 김에 또 혹시나해서 안경 두개를 다 들고 갔지 않았겠니?
밑져야 본전이고  고치면 500불 버는건데........

fifth ave 를 32번가에서부터 쭉 걸어올라가  센트럴파크  거의 다 가서 마침내 ESCADA 상점을 찾았단다.
10시부터 여는 상점에 너무 일찍 가는거같아서
옆 빌딩 (트럼프타워던가? 트럼프월드던가?) 에 들어가서 물도 사 마시고 화장실도 사용하고 서성거리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서 상점으로 들어갔다.   (브라질 어리버리 출세 많이 했지.)

더듬더듬,  우물쭈물...........그래도 용건은 통했어.
(물론 부러진 안경이 있으니까 말이 별로 필요치도 않았지만...........hihihi)

그래도 내딴에는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떨어뜨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한번 고쳤는데...할 말 다했다.
상대방이 알아들었는지의 여부는 내 문제 아니고 .........ㅋㅋㅋ

매니저가 오더니 쏼라 쏼라, 블라 블라........못 알아듣지 물론.
그래도 못 고쳐주겠다는 뜻임은 알겠더라.  아유. 억울해.

혹시 내 영어가 엉망이어서 얕보고 안 고쳐주려는거 아니야?  부쩍 의심이 든 나.
"우리 딸한테 전화 한 통 해도 되겠느냐?"  고 물었다.
핸펀 없는 나,  당연히 매니저가 제 전화로 걸어 주었다.

어린애가 엄마한테 꼬아바치듯 조잘조잘 다 일러바치고 딸하고 매니저를 맞붙여주었다. ㅋㅋㅋ

매니저가 더 말이 많다.  어쩌구 저쩌구 쏼라 쏼라...........아마 방법이 없나부다.
아이고 아까와라.  안경 두개가 다 새건데........
세계적인 브랜드라는게 뭐 이 모양이야?   AC.......UC........IC........

"엄마,  그 사람 말도 일리가 있어요.  고쳐줄 수가 없대요. 영수증도 보증서도 없고,
그 모델이 이미 몇년 지난거고....  그 안경 지금 있다해도 지금은 40불 짜리래요."

나도 장사 해 본 사람이니 사정이 뻔히 짐작이 간다.  
내 손님이 작년에 사 간 옷을 입다가 단추가 떨어져 없어졌다고 입던 옷 들고와서
그 단추를 달아달라,  없으면 딴 걸로 달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  이제는 방법이 없구나.
저 안경하고 나하고는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구나.

치밀어오르는 슬픔 ( hihihi ) 을 누르고 천천히 그 가게를 걸어나왔다는 이야기.

혜선아.  안경 이야기는 이것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ㅎㅎㅎ  (x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