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자리가 없어서 서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젊은 여자가 엉거주춤 일어서며 제자리에 나보고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아니,  괜찮아요."  교양있는 나는 교양있게 웃으면서 사양했다.
그렇지만 속으로  --- 아니,  웬 자리양보?  내가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나?--- 은근히 기분나빴다.
그 자리를 조금 비켜서서 안쪽으로 들어가서 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엔 내 앞의 청년 하나가 아예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어머나!  이게 웬 일이야?---
정말 나 오늘 쇼크 먹었다.

그 여자도 이 남자도 다 브라질 사람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동양사람들의 나이를 잘 짐작 못한다. 우리가 그들의 나이를 잘 알아맞추지 못하듯이...
그러나 그들이 동양 사람을 볼때는 대개 나이보다 어리게보는게 보통이고
우리 동양인이 서양인을 볼때는 골격이 커서 그런지 본 나이보다 대개 더 보는게 보통이다.

---내가 정말 자리 양보를 받을만큼 늙었단 말인가?---
---젊은 사람들이 자리 양보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할만큼 늙어보인단 말인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울앞에서 내 모습을 앞으로 뒤로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 보기에는 아직도 어제와 똑같고,  지난 달과 똑같고,  지난해와도 똑같은거 같은데............  아닌가????

아이! 기분 나뻐!  오늘은 기분 나쁜 날이었다.  (x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