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늘 가는 빵집 노천카페에 앉아서
늦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물론 빵과 커피의 메마른 아침식사이지만서두.... )

무심코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가로수에 묶어놓은 개 한마리가 보인다.
야들야들 윤기나는 털이 자르르 흘러내리고
척 늘어진 커다란  두 귀하며 족보 귀한 개임이 한눈에 보인다.  (개에 대해 아는바는 없지만서두....)

개는 열심히 한군데만 바라보고있다.
무엇일까?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상큼해보이는 젊은 남자 하나가
역시 상큼해보이는 젊은 여자하고 앉아있다.

토요일 느지막한 아침 시간.
가벼운 옷차림의 동네 주민들이 여유롭게 삼삼오오
둘러앉아  혹은 둘러서서
이야기하면서,  웃으면서 아침을 들고있다.

사람들이 많으니까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데도 그 개는 오로지 제 주인만 열심히 바라보고있다.
그 말못하는 짐승의 주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과 애정을 생각하니
어쩐지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나한테는 저런 개 한 마리 없을까?
나만을 사랑하고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따르는 나의 개 한 마리가 갖고싶다.
.
.
.
.

개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홀짝거리는 사이  어느 뚱뚱한 할머니 한분이 길을 건너왔다.
할머니이지만 모양을 내서 아주머니라고 불러주는게 도리일듯싶다.

그 아주머니가 오다가 무얼 잊어버렸는지 다시 자동차로 되돌아간다.
몸을 돌려 오던 길을 다시 건너가는데 보니까
보글보글한 머리결 뒤통수 한가운데 분홍색의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다.

처음엔 머리에 무슨 장식을 한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머리칼까지 돌돌 말려있는게 확실히 머리마는 클립인데
색갈도 어여쁜 분홍색 클립이 하나 머리 뒤통수 정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붙어있었다.

아마도 보이지않는 뒤통수라 깜빡 잊고
미처 손이 안 간걸 모르고
뒷거울로 확인하지않고  다 풀은줄알고 그냥 나온 모양이다.

kill, kill~~  (죽이라는 뜻이 아니고, 한국말로는 낄낄~~)  
“저거 좀 봐요.”    앞에 앉은 만강 선생도 그 뒤통수를 보았다.  (그러니까 분명히 증인 있음)

처음엔 웃음이 나왔지만 금방 정체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저 할머니 혼자 사나부다.
누가 보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모르고 저렇게 하고 나왔겠지.

그래도 그 할머니 외출한다고
얼마 없는 머리칼을 정성들여 클립말아서 부풀리고 모양을 냈구나.

외출하려고 몸단장하는 그 할머니의 교양이 어쩐지 허무한 제스츄어같이 느껴졌다.
.
.
.

오늘 아침, 나,  왜 이래?
별 것도 아닌걸 보고  찔찔 눈물이 날려고 그러니.............
용문산엘 못가서 그러나?????    (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