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지금 바닷가에 와 있어. 재원이랑"

"아니 왜? 어디 바다?"

"으응~~  사는게 뭔가를 생각하려고...."

"아니 왜? 무슨일 있었어?"

손주녀석 아프다는 소식에 월요일 딸네집에서 하룻밤 자고 내려온 나에겐
가슴 철렁함이었다.
알콩 달콩 때로는 티각 태각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예쁘게 사는 우리 딸 내외에게 무슨일이 밤새 일어난 것일까?

"밤새 잠못 잤어"

또 가슴이 철렁!
손주 돐을 앞두고 무슨 의견 대립이라도 생기는걸까?
요즘 저저끔 공주 왕자로 기른 탓에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데 서투른 새내기 부부들
가끔 삐기덕 거리다 이혼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니
남의 일일수 만은 없는 것은
나만의 조바심일까?

"엄마 새벽3시부터  밤새 왔는데 여기 낙산사야.
엄마 싸이판보다 더 아름다워!"

인생이 뭔가를 알려한다드니 웬 경치타령!
약간의 안도의 숨을쉬면서

"아니 낙산사는 왜 갔어?"
"으응~~ 김서방이 월차내서 바람쐰다구 왔는데
너무 좋아! 재원이도 좋아하네
사진 많이 찍어 싸이에 올릴테니 나중에 봐요"

이렇게하여 아침의 설레임이아닌 걱정은 일단락 되었다.
우리 3동 식구중에는는 손주보아서 해방감을 느낀다며
손주보는재미에 시간가는줄 날새는줄 모르는 재미를
자랑 삼아 이야기 펼치는데
나는 그동안 세상사 산전 수전 많이 겪은것은 아니지만
사는게 그리 만만치 않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신혼의 재미에 푹빠져있을 새내기 부부 에게서 조차
인생의 장미빛을 느끼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나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 철딱서니 없이
좋으면 웃고 싫으면 투정부리는
본능에 충실한 어린아이에게서도
앞으로 그내들이 지고 갈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
측은지심이 앞선다.
이 또한 못말리는 나의 비극이다.

그래서 고 이쁘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것만 같은 손주들 자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것이다.
이것도 또한 나의 비극이다.

모두들 나의 모습을 보면 밝다고 한다.
이는 내가 인생을 밝고 명랑하게 살아보려는 몸짓에 일환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환한곳을 향해 눈을 돌리고
명랑한 하루가 되기를 소원하면서
웃자! 웃자!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그리고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후회없이 즐거웠나를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