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화난 얼굴이 보인다.  앙?  하고 소리까지 지르고 있다.
그러게말이야.   자꾸 껀수가 생기네.
어디 갔다왔는지는 말 아니하고
누구하고 갔다왔는지만 말해줄께.

‘어디’ 는 말해봐야 못 알아들을것이고 내 혼자는 좋아서 말이 한없이 길어질테니 시작을 안 하련다.
‘누구’ 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면 알만한 사람이니까..........
안다니?  어떻게?  라고 묻고싶지?

이번에는 네사람이 갔는데 물론 제일먼저 나,  그리고 내 짝,   그 다음에는 내 친구 두사람..........
그래서 넷이서 갔다왔는데,  네 사람 다 한국사람이구..........

나의 두 친구는 둘 다 남편이 먼저 가버린 홀몸들이야.
M ....이 여인의 남편은 권총 들고 덤빈 강도한테  (이런 무서운 일이 여기서는 종종 발생해)
K.....이 여인의 남편은 병사했는데 아마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일거라고 하네.

M은 언젠가 우리 남편하고 한방에서 웃통을 벗었던 그 여인. (아는 사람을 아는 사실) 인데...
브라질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나서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미국으로 갔는데
해마다 한두번씩 브라질에 다니러오곤 하지. (시집간 딸애가 여기 사니까)

그리워서 살던 곳에 다시 와봐도 막상 그이는 운전 못하지, 옆에 짝꿍없지, 딸은 바쁘지,  브라질말 못하지........
그러니까 혼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자못 심심하지.
남들 다 일 하는데 마실 다니는것도 한도가 있고........
그래서 나보고 어디 좀 가자고 늘 조르는 입장이야.  (나는 백수건달이니까...)

하루는 혼잣말처럼 이러는거야.
“에이~~~  그냥 버스만 타도 좋겠다~~”
그녀의 이 한탄이 얼마나 내 가슴을 울리던지...........  
측은한 마음에  나는 당장 여행계획을 작성하였던거야.

그녀는
비명에 떠나간 남편을 땅속에 묻으면서 땅바닥을 치고 통곡을 했는데
“아이고~  이 병신아~  리오 구경도 못하구 죽어?”   하면서 넋두리를 쏟았단다.
그 원색적인 통탄이 얼마나 슬프던지 옆에 있던 사람들 모두들 울었었지.

그 남편 (물론 우리 모두 잘 알지)
이민와서 십여년만에 그런 일을 당했는데 그때까지 그저 열심히 일만 하느라구
그 아름답다는 리오 데 자네이로 구경도 한번 못 가 봤다는거 아니니?
상파울로에서 불과 400 km 일뿐인데...........

사람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고 살긴 하지만
요즘 내 생각은
이제는 하고싶은 일을 그저 막연히 미루고만 지낼 나이는 아니다.........라는거야.

어딘가 떠나보고싶은 친구.
그녀를 위하여 당장 행동개시하고싶은 나.
그리하여 우리 네사람이 어딘가를 휘돌아다녀 왔다는 이야기.

내 짝은 이 두 여인들과 나 없이도 잘 어울리는 사이라 아무 지장이 되지 않았음을 아울러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