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19일날, 우리 부부는 우리 아파트문을 잠그고 길을 나섰으니,.
지금 돌아가면 그 곳 날자로 5월 13일이 되니까
엿새 모자라는 일년만에 내 집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이 일년동안에 나에게는 무수한 일들이 발생 (?)  하였다.
우리네 인생에서 어느 일년인들 무수한 일 발생 안 하는 일년은 없다.
그.  러. 나.
이번 일년은 내가 태어나서 자란  땅,  나의 모국에서 보낸 특별한 기간이었고
그에 걸맞게 특별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  나에게 ‘후배가 생겼다’  라는 사실은 참으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후배’ 야  
고속철처럼 없던게 갑자기 새로 생긴것도 아니고
시청앞 광장처럼 고쳐서 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그 옛날 40년전,
내가 학교를 다닐 때부터 있던 존재이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는 후배가 없는줄 알았다.
정말 나는 그동안 내가 이름을 아는 후배가 한명도 없었다.
역시나 내 이름을 아는 후배도 한명 없었을 것이다.

‘선배, 후배’  는 주로 남자들의 과시욕의 산물쯤?
혹은 명문학교 출신들의 왕자병, 공주병의 한 증세쯤?
아니면 화려한 인맥을 소유하고 자랑하는 사람들끼리만의 유통언어 정도?
………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던듯 하다.

이제 나는 ‘후배’ 라는 단어를 제 원래의 어의대로 복구하여 이해하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사전상의 의미, 그 뒤에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속깊은 의미까지도 완전히 알게 되었다.

‘후배가 생긴 것’ 은
아울러 나 자신의 주체를 알게 해 준 일이기도 하였다.

나는 내가 다녔던 나의 고등학교에 대한 긍지가 별로 없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우선 남들이 알지 못하는 학교이름.
(인천의 인일여고는 인천 사람들만 아는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선배, 후배, 동창생.
(브라질에서 국민학교 동창생 하나, 중학교 동창생도 하나 만나긴 했지만  인일여고 동문은 한번도 못 만났다)

인일여고는 그저 내가 고교과정을 공부한 학교일뿐
어느 누구의 어느 고등학교나 마찬가지였을뿐이었다.

이제는 뒤늦게나마 나의 인식이 조금 수정되었다.
원인은 당연히 후배들때문이다.

후배님들이시여!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후배님들아!

그대들이 있기에
내 어깨가 으쓱거려지게 되었고
그대들이 깨우쳐주었기에
나는 내가 명품회사 제품인줄 알게 되었노라.

이제 멀리가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는
명품의 사랑을 지니고,  명품의 품위를 지키는, 명품인생을 살아나갈 것을  
혼자, 가만히 다짐해 보노라.